본능 일깨우는 춤바람… 관객들 어깨 ‘들썩’

1950년대 레트로 바람… 스크린 관객들 ‘흥’ 폭발

‘작은 거인’ 도경수 존재감, 여심뿐만아니라 남심까지 유혹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발끝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고개를 끄떡끄떡 흔들게 된다. 영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 제작 제작 ㈜안나푸르나필름)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엄혹한 시대를 보내야 했던 눈부시게 푸른 청춘들이 ‘춤’이라는 키워드로 뭉쳐 교감하며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 작품.

데뷔작 '과속스캔들'(824만 명)과 '써니'(736만 명)에서 음악을 활용해 유쾌한 재미,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강형철 감독이 탭댄스와 스윙재즈로 관객들의 피를 뜨겁게 끓어오르게 만든다. 1950년대 레트로 스타일을 전혀 모르는 10대부터 그 당시를 기억하는 노년층까지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다가 시대의 아픔에 눈물지으며 뜨거운 감동을 받게 된다.

‘역시 강형철!’이라는 찬사가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유난스러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 겨울 혹한도 한방에 물리치게 할 ‘스윙키즈’가 올 겨울 몰고 올 세 가지 바람을 살펴봤다.

# 본능을 일깨우는 춤바람

춤의 매력에 한 번이라도 빠져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안다. 가만히 서 있어도 귀 끝을 간지럽게 하는 바람에 어깨가 흔들거리고 한 걸음만 내디뎌도 스텝이 밟아지고 주위의 들리는 작은 소리도 음악으로 들리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얌전한 가정주부가 집을 나가게 만들고 착실한 학생도 불량하게 만드는 이 무서운 춤바람이 ‘스윙키즈’에서는 여전히 우리 사회를 흔드는 이념의 대립을 넘어서는 도구로 사용된다.

영화는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가슴 뛰는 탄생기를 그린다. 새로 부임한 수용소 소장이 참혹한 수용소 현실을 잊게 만들 이미지 메이킹용으로 탭댄서 출신 하사관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에게 댄스단 조직을 명령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수용소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 로기수(도경수)와 피난길에 아내를 잃고 전쟁포로로 오인돼 수용소에 잡혀온 사랑꾼 민간인 강병삼(오정세), 반전 댄스 실력을 지닌 중공군 포로 샤오핑(김민호)에 무허가 4개국어 통역사 양판례(박혜수)가 가세하면서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무장 해제시킬 ‘스윙키즈’ 댄스단이 완성된다. 처음에는 이념과 인종 성별의 차이에 서로 좌충우돌하지만 온몸을 휩싸는 강력한 춤바람에 하나가 돼간다. 그러나 아픈 시대는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젊음과 열정으로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온다. 강형철 감독은 따뜻한 시선으로 아픈 시대를 살아갔던 청춘들의 고민과 열정을 담아내며 유쾌한 웃음과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 시계추를 돌리는 레트로 바람

모든 것이 기계화되는 요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일깨우는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6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퀸 신드롬’을 일으킨 ‘보헤미언 랩소디’가 1980년대가 조명 받고 있는 가운데 ‘스윙키즈’는 시계추를 더 돌려 1950년대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153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와 충무로 최고의 제작진이 완성한 당시 시대상은 풍성한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선사한다. 김지용 촬영감독을 비롯해 박일현 미술감독, 임승희 의상감독, 김준석 음악감독은 한국전쟁 당시의 시대상을 완벽히 구현하면서 흥과 감동이 폭발하는 퍼포먼스를 스크린에 완벽히 담아낸다. 1950년대 따뜻한 레트로 감성은 참혹한 전쟁의 한가운데서 따뜻한 인간미를 구현하며 관객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음악은 ‘스윙키즈’의 또 다른 주인공. 강형철 감독과 김준석 감독은 단순히 50년대 음악만 고집하지 않고 60년대부터 80년대 음악까지 넘나들며 스크린에 흥을 폭발시킨다. 베니 굿맨의 ‘싱싱싱’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 정수라의 ‘환희’, 비틀스의 ‘프리 애즈 어 버드’ 등 수많은 명곡들이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어우러져 감동을 배가한다.

# 입덕을 유발하는 도경수 바람

요즘 팬들은 스타에게 한 순간에 빠져든 ‘입덕’하는 순간을 느닷없이 당하는 ‘교통사고’에 비교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 ‘스윙키즈’는 도경수 팬들에게 대형 교통사고와 같은 작품이다. 도경수는 여심뿐만아니라 남심까지 빨아들일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작은 거인’이란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캐릭터의 고민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역동적인 퍼포먼스에 탄성이 저절로 나오고 춤으로 시대의 아픔을 이겨내는 풍부한 감성 연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한국의 더스틴 호프먼’이란 찬사가 딱 어울린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제 아이돌 가수 엑소 디오보다 배우 도경수라는 호칭이 머리에 더 많이 떠오를 듯하다.

도경수와 함께 ‘스윙재즈’ 댄스단을 일구는 멤버들의 연기도 명불허전이다. 오정세는 특유의 서민적인 디테일한 연기로 전쟁에 고통 받아야 했던 민간인들의 희로애락을 가슴 아프게 형상화한다. 김민호는 치명적인 샤오핑의 반전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며 관객들의 웃기고 울린다. 자레드 그라임스는 브로드웨이 최고 탭댄서다운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눈을 스크린에 고정시킨다. 박혜수는 상큼한 매력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환하게 밝힌다.

‘스윙키즈’는 이성보다는 감성, 논리보다는 흥이 앞선 영화다. 흥 바이러스가 혈액에 침투하지 못하면 내러티브나 연출에 구멍이 보일 수 있다. 인과관계나 개연성을 따지다 보면 영화에 몰입할 수가 없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저 신나는 음악과 춤에 몸을 맡기며 영화 속 이 대사만 생각해야 즐길 수 있다. ‘저스뜨 댄스!’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 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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