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휴대전화 전화번호 리스트 최상단에 올려놓을 친구로 삼고 싶은 사람이었다.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스릴러 열풍을 불어넣는 영화 ‘도어락’(감독 이권, 제작 ㈜영화사 피어나) 개봉 일에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예원은 긍정 에너지가 넘치면서 진중함이 가득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경민(공효진)의 의리 넘치고 정 많은 후배 효주가 스크린 밖으로 외출 나온 느낌이었다.

영화 ‘도어락’은 계약직 은행원 경민이 혼자 사는 집에 낯선 자의 침입시도가 있은 후 살인사건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공포를 그린 스릴러물. 김예원은 사면초가에 처한 경민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후배 효주 역을 맡아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김예원은 평소 가까운 사이인 주연배우 공효진의 이름과 메시지가 뚜렷한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

“공효진 언니는 오래 전부터 팬이었어요. ‘질투의 화신’ 때 처음 만났는데 호흡이 기대 이상으로 정말 잘 맞더라고요. 더 맞춰 보지 못하고 끝나 아쉬움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다시 할 기회가 생겼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언니가 어떻게 연기할까 현장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시나리오도 단순한 스릴러물이 아닌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요즘 시대 모두가 고민해보고 토론해볼 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현시대 세태를 반영한 메시지가 뚜렷이 담겨 있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냉기가 가득한 영화 속에서 경민과 효주의 우정은 스크린에 훈풍을 불어넣는다. 공권력의 도움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이 연대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공효진과 김예원이 평소에도 한 번 전화하면 세 시간 넘게 수다를 떨 만큼 절친한 사이. 그러기에 영화 속 두 사람의 우정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실제 모습처럼 다가온다.

“사실 효주는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비현실적인 캐릭터예요. 효주처럼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적으로 친구를 돕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난 어떤 마음으로 연기해야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효주는 경민을 진짜 가족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직장 선후배지만 피붙이보다 더 친밀한 관계로 여겼던 거죠. 저도 소중한 친구가 영화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어요. 친구 집에 달려가서 초인종 누르고 문을 두드리고 마음을 졸였던 적이 있었어요. 효주를 연기하면서 그때 상황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때 감정을 떠올리며 연기했어요.”

영화 속에서 경민과 효주가 범인의 흔적을 쫓아가는 과정은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관객들을 긴장시킨다. “제발 다 그만 두고 돌아가라!‘라는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나올 정도. 김예원은 다소 소극적인 경민을 다독이며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효주의 걸 크러시적인 면모를 잘 살려낸다. 김예원은 ”멋있었다“고 말하자 쑥스러운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전 겁이 많아요. 스릴러나 공포 영화 속 무서운 장면들을 못 봐요. 그러나 우리 영화에서의 무서운 장면들은 다르더라고요. 제가 연기한 효주는 주인공 경민과 달리 쫓기는 게 아니라 쫓는 사람이어서 공포에 떨 일이 없었어요. 긴장감에 온몸이 쪼이는 느낌을 주기보다 긴박한 현장의 생생함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범인일 수 있는 사람에게 말 그대로 달려드는 장면인데 관객들이 현장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어요. ‘도어락’은 소재도 현실적이고 촬영 배경도 겨울이기에 나를 대입하면서 더욱 무섭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연말에 다양한 결의 영화들이 개봉하는데 오싹하면서도 몸이 후끈해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부해요.”

김예원은 2008년 영화 ‘가루지기’의 주연배우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영화의 흥행실패로 오랜 시간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밑바닥부터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며 관계자나 대중이 인정하는 실력파 배우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기존에 많이 해온 밝고 엉뚱하고 코믹한 주인공의 친구나 후배가 아닌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할 기회가 생기고 있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모습과 실제 저는 좀 달라요. 괴리감을 느낄 때가 가끔 있지만 저와 다른 인물을 연기하기에 배우로서 연기하는 재미는 확실히 있어요. 몇 년간 너무 비슷한 것들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저에게서 의외의 면모를 봐주시는 감독님들이 생겨가고 있어요. 최근 끝난 ‘흉부외과’가 바로 그런 작품이었죠. 2인자밖에 될 수 없는 수련의였는데 이제까지와 다른 캐릭터여서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차기작은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즌2에 출연할 예정인데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예원은 스크린과 안방극장뿐만 아니라 라디오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KBS Cool FM ‘설레는 밤 김예원입니다’의 진행을 맡고 있는 그는 라디오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라디오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정말 좋아요. 라디오 속에서 청취자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걸 배워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것에서 상처 받고 고민하고 소소한 곳에서 행복감 찾으며, 살아가는 걸 보면서 많은 감정을 느껴요. 저에게 아주 큰 에너지 주고 있어요. 아무리 바빠도 기회가 주어지는 한 계속 하고 싶어요.”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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