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칼진 전교 1등 예서와는 다른 환한 미소 가득한 ‘명랑소녀’

종방연서 카메라 플래시 인기 실감$ 긴 무명시절 덕에 평정심

배우를 만날 때 작품 속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완전히 똑같거나 확연히 달라 당황스러울 때가 가끔 있다.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끝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김혜윤(23)은 후자의 경우다. 종방을 앞두고 서울 상암동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방문한 김혜윤은 시종일관 환한 미소가 가득한 ‘명랑소녀’였다. 극중 승부욕이 강하고 앙칼진 전교 1등 예서와는 매우 다른 사람이었다. 동네 찜질방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옆집 막내딸, 동네 누나에 가까웠다. 극중 드센 이미지는 탁월한 연기력의 산물이었다.

김혜윤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냐’고 묻자 폭소를 터뜨렸다.

“예서와 저는 많이 달라요. 예서처럼 친구들에게 독한 말 하고 어른들에게 버르장머리 없는 성격은 아니에요. 또한 예서처럼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요. 평소에 잘 웃고 모든 걸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에요. 비슷한 점을 찾는다면 자기가 원하는 걸 능동적으로 찾아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드라마가 끝나고 예서를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정이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친구가 될 것 같아요.”

‘SKY 캐슬’에서 김혜윤이 연기한 예서는 강남 사교육의 명암을 제대로 보여주는 입체적인 캐릭터. 김혜윤은 신인답지 않은 탁월한 연기력으로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은 우등생과 속마음은 여린 ‘유리멘털’ 소녀의 간극을 인간적으로 표현해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혜윤은 예서의 이런 이중적인 면모에 애정을 드러냈다.

“예서는 겉으로는 세 보여도 속마음은 여리고 순수한 친구예요.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지. 귀여운 친구예요. 그래서 더욱 안쓰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예서였다면 코디를 안 받았을 거예요. 안 그래도 전교 1등이었는데 욕심이 화를 부른 거죠. 결말부 엄마와 모든 걸 내려놓기로 결정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연기할 때 마음이 참 착잡하고 안타깝더라고요. 좋은 길로 가는 거니까 후련한 마음도 생겼지만 슬펐어요.”

김혜윤은 ‘SKY 캐슬’을 통해 평생 롤모델로 삼을 만한 두 연기 멘토를 만났다. 헌신적인 엄마 한서진을 연기한 염정아와 악마적인 조련사 김주영을 연기한 김서형과의 작업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다. 김혜윤은 두 선배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감사한 마음을 피력했다.

“촬영 현장이 학교 같았어요. 염정아 선배님은 ‘SKY 캐슬’ 직전 영화 ‘미성년’에서 이미 만났어요. 그때는 선배님 딸의 친구로 나왔죠. 드라마 첫 대본 연습 때 인사드렸더니 반가워해주시더라고요. 촬영장에서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고 연기를 직접 볼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정말 많이 배웠고 롤모델로 삼고 싶은 선배님이었어요. 김서형 선배님은 정말 친절하고 배려가 많으세요. 많은 분들이 역할 때문에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따뜻한 분이세요. 첫 촬영이 명상실 장면이었는데 제가 추울까봐 핫팩을 건네주셔서 감동했어요.”

김혜윤은 ‘SKY 캐슬’ 오디션을 준비할 때 예서와 혜나 두 캐릭터를 모두 준비했다. 혜나의 억척스러운 면이 자신과 더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조현탁 감독은 예서 역으로 캐스팅했다. 혜나를 연기한 김보라와는 극중에서는 견원지간 같은 라이벌. 그러나 실제로는 친자매 같은 사이였다.

“오디션을 처음 볼 때는 사실 어떤 역할이든 다 하고 싶었어요. 설마 내가 될까 하는 생각이 컸죠. 근데 캐스팅돼 정말 기뻤어요. 촬영 마지막 날 그동안 수고했다고 꽃다발을 전해주시는데 감개가 무량하더라고요.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긴 호흡으로 연기할 수 있는 첫 작품이었는데 저에게 기회를 주셔 정말 감사했어요. 보라 언니는 성격이 정말 밝고 귀엽고 장난기가 많아요.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 자꾸 장난을 쳐서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기를 시작한 김혜윤은 이달 대학을 졸업한다. ‘SKY 캐슬’이 인기를 모으자 무명시절 출연한 작품들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SKY 캐슬’의 인기에 최근 CF를 몇 편 촬영한 김혜윤은 데뷔 후 처음 경험하는 명성이 아직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CF를 촬영하고 기사들이 많이 나와 신기했지만 촬영장에 주로 있어 실감이 나지는 않았어요. 종방연에서 기자들이 몰려 있고 저에게도 카메라 플래시가 많이 터지는 걸 보면서 드라마가 진짜 사랑을 많이 받았구나를 알 수 있었어요.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알아보시는 분들이 가끔 있어 정말 신기했어요. 드라마를 끝내고 얼마나 달라질지 저도 궁금해요. 가장 기뻐하는 분은 부모님이세요. 뿌듯해하시더라고요. 설날에 오랜만에 외할머니집에 가는데 제가 무척 핫해지지 않을까 예상해요.(웃음)”

김혜윤에게 ‘SKY 캐슬’의 엄청난 성공은 엄청난 기회를 던져줌과 동시에 극복해야 할 부담감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긴 무명시절 자신을 갈고 닦은 김혜윤은 예상과 달리 들떠 있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예전보다 기회가 많아지겠죠. 그러나 여전히 오디션을 준비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예요. ‘SKY 캐슬’의 성공이 부담이 되기보다 저에게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기분 좋은 자극제가 된 것 같아요. 제 마음은 변한 건 별로 없어요. 차기작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요. 새로 들어간 소속사 분들과 잘 상의해 결정하려고요. 앞으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 밝은 성격에 맞게 로맨틱코미디에 꼭 출연하고 싶어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게 최종 목표예요.”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이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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