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갖고 목숨 건 싸움을 하는 검투사

영화 <글라디에이터>.

‘칼(sword)’을 뜻하는 ‘gladius’에서 유래됐으며 ‘글라디에이터(gladiator)’는 흔히 ‘칼을 갖고 목숨을 건 싸움을 하는 검투사(swordsman)’로 알려져 있다. 사자 등 인간이 대적하기 힘든 동물이나 흉포한 죄수 혹은 검투사끼리 한쪽이 목숨을 잃을 때까지 승부를 겨루었다. 로마 시대 황제 및 주민들이 원형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검투사들의 치열한 결투를 주요한 유흥거리로 즐겼다고 전해진다. 검투사들의 전직은 전쟁 포로, 노예, 강력 범죄자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던 검투사들은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알리기 위해 혹은 서민들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싸움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무술을 겨루는 시합 특성은 대중들에게 주요한 오락거리가 된다. 검투사들의 존재는 고대 에트루리아인들이 높은 계급을 갖고 있는 사람의 장례의식을 돋보이기 위해 등장 시켰던 풍습이었는데 BC 3세기 무렵 로마로 유입돼 전국적인 놀이로 전파됐다고 한다.

이들의 존재감은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2000년에 공개해 <글라디에이터>가 촉발시킨다. 이 영화는 ‘로마 시대’ 등 복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우후죽순 제작되는 시발점을 던져준다. 리들리 감독은 <에일리언>을 비롯해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히트 행진을 지속했던 흥행 메이커. 감독은 애초 제작 당시 요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 때문에 우려의 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일본의 시오노 나나미가 출간했던 <로마 이야기> 등의 역사 소설이 전세계적으로 빅히트하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의 대중적인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로마 시대나 컴퓨터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나 사랑하고 질투하고 경쟁하는 인간 세상의 풍속도는 같다는 생각이라는 연출론을 공개했다.

감독의 제작 의지를 드러내 주듯이 <글라디에이터>는 로마 시대 최고의 검투사들이 벌이는 애증과 복수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영화로 실베스터 스탤론, 아널드 슈워제너거 등을 제치고 차세대 근육질 스타로 부상한 연기자가 러셀 크로. 그는 커티슨 핸슨 감독의 을 비롯해 마이클 만 감독의 <인사이더>에서 담배 회사들이 벌이는 음흉한 음모를 고발해 주는 역 등을 잇따라 맡아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중견 배우. 그가 <글라디에이터>에서 맡은 역은 고대 로마 시대의 막시무스 장군 역. 극중에서 그는 로마 황제 코모두스(조아킨 피닉스)와 왕권을 노리고 암투를 벌이다가 처자식이 모두 처형 당하는 비운을 맞는다. 이에 코모두스와 목숨을 건 복수극을 펼친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

이번 영화는 CF 감독 출신임을 입증시켜 주듯 오프닝에서 마르쿠스 황제(리처드 해리스)의 부하 군을 이끌고 전투에 참가하는 막시무스 장군의 무용담을 비롯해 장군 신분을 박탈당하고 노예로 팔려간 뒤 졸지에 검투사 훈련을 받고 로마 콜로세움에서 선혈이 낭자한 검투사들의 승부 세계를 장대한 화면으로 보여 주는 것 등이 공상 과학 영화와는 또 다른 호쾌한 감흥을 전달해 주었다는 박수갈채를 받는다. 할리우드 공개 당시 ‘칼싸움 끝에 인체가 절단당하는 장면 등이 실제 눈 앞에서 목격하는 것처럼 실감나게 보여 주어 비위가 약한 관객들이 구토를 했다’는 해프닝도 벌어져 리들리 스코트 감독만의 뛰어난 영상 감각의 위력을 재차 입증시켜 주었다. 2010~2013 시즌에는 스티븐 S. 드나이트 감독이 앤디 휘트필드를 기용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검투사 중 한 명으로 추앙받은 인물의 일화를 다룬 <스팔타카스: 피와 모래(Spartacus: Blood and Sand)>를 TV 드라마로 제작해 호응을 얻어낸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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