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여행기 ‘투게더’, 코로나19 속 작은 위로되길”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투게더'는 인도네시아의 욕야카르타, 발리, 태국의 방콕, 치앙마이, 네팔의 포카라와 카트만두까지 6개 도시를 돌아다니는 두 남자의 아시아 여행을 담았다. 앞서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을 연출하고 넷플릭스에서 '범인은 바로 너!' 시리즈와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등을 제작한 예능 제작사 컴퍼니 상상이 만들었다.
"한국 제작진이 만든 한국 예능이고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하는 것이니까 최대한 잘 만들어서 내놓고 싶었어요. 욕심도 나고 책임감도 컸는데 힘든 점도 있었죠. 저는 여러 명이 모여서 왁자지껄한 방송에 익숙해져있는데 '투게더'는 단 둘이서 오디오를 채워야했거든요. 국적도, 문화도, 언어도 다른 친구랑 만드는 버디 예능이란 점이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촬영하다 막히면 소통해서 풀어나가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까요. 근데 언어가 안 통해도 소통할 수 있더라고요. 리액션, 표정, 몸짓으로 더 열심히 소통했고 금세 마음을 나눌 수 있었어요."
류이호는 '안녕, 나의 소녀', '모어 댄 블루' 등으로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대만 배우다. 앞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에 단발성 게스트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한국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은 그에게도 첫 도전이었다. 이승기에겐 외국인이자 예능 초보인 류이호를 이끌어야한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졌을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류이호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류이호 씨는 잘 하진 못해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랑 비슷하죠. 적응력이 뛰어나고 매사 밝고 긍정적이라 방송에 잘 녹아든 것 같아요. 다만 아무래도 예능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류이호 씨가 많이 놀라더라고요. 촬영이 끝나면 각자 호텔로 가서 쉬는 줄 알았대요. 둘이 한 방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듣고 굉장히 깜짝 놀랐죠. 그래도 긍정적인 성격이라 빨리 적응했고 저희 둘도 시간이 갈수록 편해져서 마지막엔 굉장히 친해졌어요. 모든 건 위화감 없이 한국 예능을 사랑해준 류이호 씨 덕분이죠."
‘투게더’ 제작진은 여러 나라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는 물론 여행 루트를 짜준 팬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두 남자가 거쳐야 하는 고난도 미션 또한 빠뜨리지 않았다. 엉뚱한 미션에 매번 당황하지만 이내 팬과의 만남을 고대하며 열정적으로 미션에 임하는 두 배우의 모습은 절로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다. 여기에 네팔, 인도네시아 등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독한' 미션이 균형감 있게 담겨 재미를 더했다.
'투게더'가 생애 첫 예능 프로그램도 아닌데 이승기는 신인 시절 못지않게 설?고 긴장했다고 고백했다. 데뷔 후 17년간 쌓아온 경험만큼 시야도 넓어지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지만 연차가 더해질수록 함께 늘어가는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다고. 그럴 때마다 개그맨 유재석, 강호동 등 선배 MC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털어놨다.
"'꽃보다 누나' 때는 일만 하다가 처음 외국에 간 것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했어요. 지금은 경력이 쌓여서 조금은 여유가 생겼죠. 그럼에도 방송은 어려워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역할과 대중의 기대가 커지니까요. 선배들처럼 잘 가고 있나 되돌아보면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해요. 예능은 무대 위 쇼처럼 한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늘 옆에 있는 친구, 음식이라면 밥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예능을 하려면 진짜 예능을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 같고요. 저는 신인 때부터 예능을 좋아하지만 여러모로 부족했어요. 실제로 데뷔 초엔 '1박2일' 촬영 중에 도망가고 싶고 '한마디도 못하겠는데?' 싶은 순간이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아량 넓은 선배들이 백업 포지션을 자처해주신 덕에 핸디캡을 자신감으로 바꿀 수 있었죠. 저도 아직 부족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잘 받쳐줄 수 있는 방송인으로 남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이 '이승기랑 같이 해서 더 돋보일 수 있었다'고 하는 날까지 열심히 해야죠."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