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에 전 세계 영화인들의 기대가 쏠려있는 것 같아요. 미국, 동남아, 유럽에 있는 친구들도 이미 넷플릭스로 '부산행'을 봤고, '반도'가 기대된다고 하더라고요. 해외도 신작이 없고 코로나19 시국을 돌파해서 월드와이드 개봉하는 영화는 '반도'가 처음이라 전 세계에서 흥행 성적을 궁금해 하는 듯해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요. 좋은 건 모두가 응원해준다는 점이에요. 영화 팬들도 오랜만에 보는 블록버스터라 기분 전환이 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마스크 잘 착용하시고 최대한 안전한 환경에서 관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강동원.
1년 중 극장가의 최대 성수기, 드디어 여름 시즌의 막이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썰렁한 영화계이지만, 이 같은 분위기를 타개할 첫 타자로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가 출격했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부산행'이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좀비를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끌고 왔다면, '반도'는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최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부산행'이 재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면, '반도'는 그 이후 사람들의 로드무비, 탈출무비, 혹은 케이퍼무비 같은 영화예요. 보통 약자로 나오는 캐릭터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고요. '부산행'을 봤다면 누구라도 그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잖아요. 아마 '부산행'을 좋아하셨다면 '반도'도 좋아하실 겁니다."

배우 강동원은 '반도'에서 봉쇄된 반도에 돌아온 생존자 정석을 연기했다. 정석은 전직 군인으로, 4년 전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한다. 이후 해외에서 난민으로 힘겹게 살아가던 그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다시 반도로 향한다.

"정석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고 돈 때문에 움직이는 인물은 아니에요. 아마 매형을 위해서 반도로 갔을 거예요. 매형에게 애증의 감정이 있으니까요. 또 그렇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요. 연기하면서 정석의 심리에 대해 깊게 고민했어요. 구조적으로 정석이 극을 끌고가는 역할이기 때문에 섬세하게 표현해야 관객들이 정석의 행동과 감정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또 만약 내가 정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런 상상도 해봤어요. 일단 초반에 민정의 가족을 구해줬을 것 같고, 홍콩에서도 좀 더 잘 살고 있었을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매형이 간다면 따라갔을 거예요. 마지막 남은 가족이니까요."

'부산행' 이후 4년 동안 굶주린 좀비들은 빛과 소리에 더욱 민감해졌고 날렵하게 전력질주하며 생존자들을 공격한다. 이에 제작진은 한층 진화한 액션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대규모 카체이싱 장면과 최정상 VFX(Visual Effect, 시각특수효과)팀이 구현한 비주얼은 영화의 백미다.

"새롭게 시도된 카체이싱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한국 기술의 발전에 놀라시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장면은 631부대의 아지트로 나오는 버려진 쇼핑몰 장면이에요. '숨바꼭질'이라고 부르는 인간 사냥으로 사람들의 욕망과 본질적인 사악함을 잘 보여주죠. 미술도 완벽했고, 그 장면에 나오는 모든 액션이 '반도'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 강동원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스크린을 압도하는 눈빛으로 강렬한 매력을 발산했다. 앞서 연 감독은 "장르적 색채도 강하고, 연기적으로 복잡한 인물인 정석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강동원뿐이었다"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동원은 "좀비랑 하는 액션은 다르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액션팀이랑 워낙 오래 일했고 서로 잘 알아서 합을 맞추는 일은 어렵지 않았어요. 근데 좀비가 계속 물려고 달려드니까 서로 크게 다칠 수 있어서 어떤 영화보다 더 조심했어요. 좀비 분장이 굉장히 사실적이긴 했는데 너무 많이 봐서 놀랍진 않았어요. 아는 사람이 좀비 분장하고 카메라 돌면 괴성을 지르니까 오히려 민망했죠(웃음) 원래 좀비물보다 오컬트를 더 좋아했는데, 왜 사람들이 좀비물에 열광하는지 알겠더군요. 호러를 가장한 액션물 같은 느낌이에요. 스릴도 있고 대중성도 확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장르라고 느꼈어요."

강동원에게 '반도'는 여러모로 특별한 작품이다. 2003년 MBC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이후 연기력과 스타성, 티켓파워까지 갖춘 배우로 오래 사랑받았지만 그는 최근 '가려진 시간', '골든슬럼버', '인랑' 등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잠시 슬럼프를 겪었다. 이에 '반도'가 중요한 전환점이 될 확률이 높다. 때문에 작품 자체에 쏠린 관심만큼 강동원의 빛나는 내공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저는 언제나 관객이 옳다고 믿어요. 물론 개인적인 만족감과 관객들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럼에도 상업영화를 찍는 사람으로서 최소한 손익분기점은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왜 사람들이 몰라주지?' 하는 건 좋은 자세가 아니라고 보거든요.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다면 그건 제 잘못이죠. 최근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배우로서 제2막이 시작된 기분이에요. 그저 철없는 애 같았는데 이제 정말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책임질 일이 늘었지만 동시에 마음의 여유도 생겼어요.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으로 즐거움 드리는 게 남은 목표예요. 치열한 40대가 될 것 같네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