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송은이·박성광, 빈소로 한달음…‘눈물바다’

개그우먼 박지선(36)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생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짧은 생을 마감한 고인의 비보에 연예계는 큰 슬픔에 잠겼다.

개그맨 고(故) 박지선. KBS

경찰에 따르면 박지선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박지선의 부친이 신고했으며, 출동한 경찰이 자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두 사람 모두 숨진 상태였다.

현장에서는 박지선의 모친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성 메모가 발견됐다. 자세한 메모 내용은 유족들의 뜻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처럼 유서성 메모가 발견된 점, 외부침입의 흔적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유족 의사를 존중해 부검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모녀의 빈소는 2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생전 고인과 각별한 우정을 나눴던 배우 박정민이 가장 먼저 빈소로 달려와 눈물을 흘렸다. 이후 박보영, 송은이, 김민경, 오나미, 박성광, 김신영, 장도연, 김숙, 신봉선, 김지민, 오지헌, 유세윤, 안영미, 김원효, 정명훈, 강재준, 이은형, 유민상 등 수많은 연예계 동료들이 속속 도착해 고인을 추모했다. 발인은 5일 진행됐으며 장지는 인천가족공원이다.

고(故) 박지선 어린 시절.EBS

선한 웃음 나눠준 ‘멋쟁이 희극인’

1984년생인 박지선은 지난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이후 KBS 2TV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며 “참 쉽죠잉” 등의 유행어를 히트시켰고 데뷔와 동시에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여자 신인상을 받았다. 이 밖에도 2008년 우수상, 2010년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각종 드라마 제작발표회, 기자간담회, 가요 쇼케이스 행사 진행을 맡아 재치있는 입담으로 사랑받았다.

특히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출신이라는 학력이 공개되면서 ‘엘리트 개그우먼’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학창시절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그는 대학 진학 후 임용고시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교실에서 친구들을 모아놓고 재미있게 웃겨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걸 깨닫고 개그맨으로 진로를 변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스로를 ‘멋쟁이 희극인’으로 칭했던 그는 다른 사람의 약점이나 단점을 절대 웃음거리로 삼지 않았다. 여성 개그우먼으로서 피하기 힘들었던 외모 비하나 독설도 재치 있는 유머 코드로 승화시키곤 했다. 피부 질환으로 평소 화장은 물론 개그를 위한 분장조차 쉽지 않았고 조명 때문에 무대 위에 서는 것조차 힘들어했지만 그는 오히려 “나는 내 얼굴을 사랑한다. 내가 날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주겠느냐”며 맑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했다.

제10회 대한민국영상대전에서 포토제닉상을 받았을 때에도 박지선은 “나는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긴 얼굴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2015년 EBS ‘지식채널e’에서는 “남을 웃길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도 어떤 선택을 하든 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영미 등 동료들, 슬픔에 방송 중단하기도… 추모 물결 이어져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선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해온 만큼, 그의 갑작스러운 비보는 연예계는 물론 대중들까지 큰 충격에 빠뜨렸다. 안영미는 2일 비보를 전해들은 직후 라디오 생방송을 중단하고 급히 자리를 뜨기도 했다. 김신영, 정선희, 정경미 또한 라디오 생방송을 하루 쉬고 추모했다.

배철수는 이날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엔딩에서 “코미디언 박지선과 같이 일한 적은 없다. 몇 번 만난 사이도 아니고. 2016년에 녹음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다가 잠깐 들러서 자기가 ‘배캠’ 애청자라고 해서 사진 찍고 짧게 얘기 나눈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오늘 방송 끝 곡은 박지선의 명복을 빌며 노래를 준비했다. 이 음악 들으면서 마친다”며 박지선이 개그를 하며 자주 불렀던 미니 리퍼튼의 ‘러빙유’를 선곡했다.

KBS 쿨FM ‘윤정수, 남창희의 미스터라디오’를 진행한 윤정수, 남창희 역시 “박지선이 생전에 좋아했던 곡”이라며 H.O.T.의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을 엔딩곡으로 내보냈다. 김태균도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생방송을 통해 “(박지선은) 착하고 배려도 많고 인간성이 너무 좋은 친구다. 희극인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자자했는데 안타깝다. 가는 길에 꽃길만 놓여있길 바란다”며 애도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샤이니 키는 자신의 SNS에 “누나 항상 고마워요. 온 마음으로 표현하지 못해서 미안했어요. 이제 편하게 쉬길 기도할게요”라는 글을 남겼다. 김지민은 “한 번 더 살펴보지 못해서 미안해. 세월을 핑계로 가끔 안부 물어서 미안해. 사랑해 지선아”라며 슬픔을 드러냈다.

강유미는 SNS를 통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의 수많은 기사가 있었지만 이렇게 힘들고 내 일 같은 건 처음이다. 지선아, 너무 좋은 사람 지선아”라는 글을 남겼다. 소녀시대 서현은 “너무나 따뜻하고 멋진 사람이었던 지선 언니. 언니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도 이제 다시는 언니를 만날 수 없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언제나 모든 일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던 아름다운 희극인 박지선 언니,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애도했다.

이 밖에도 이윤지, 박하선, 백진희, 홍석천, 장성규, 허지웅 등 많은 사람들이 추모의 글을 올리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