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이 음악방송 2관왕을 차지했다. 가수 강진의 ‘땡벌’ 이후 무려 14년 만의 트로트 1위다.

임영웅.뉴에라프로젝트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는 지난 3월 20일 MBC ‘쇼! 음악중심’에서 아이유 ‘셀러브리티’(Celebrity)와 그룹 블랙핑크 로제의 ‘온 더 그라운드’(On The Ground)를 꺾고 음악방송 첫 1위에 올랐다. 23일 SBS MTV ‘더쇼’에서도 최근 역주행에 성공한 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과 가수 우즈(WOODZ, 조승연)의 ‘필 라이크’(FEEL LIKE)를 누르고 정상에 이름을 올렸다.

트로트가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2007년 9월 KBS 2TV ‘뮤직뱅크’에서 ‘땡벌’로 1위에 오른 강진 이후 처음이다. 그에 앞서 2005년 2월에는 장윤정의 ‘어머나’가 MBC ‘음악캠프’에서 2주 연속 1위였다. 당시 장윤정 역시 김수희의 ‘애모’ 이후 12년 만의 음악방송 1위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3월 9일 발매된 임영웅의 싱글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는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사람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담담하게 담아낸 곡으로 ‘트로트 레전드’ 설운도가 임영웅에게 특별히 선물한 자작곡이다. 설운도는 “작곡 단계부터 오직 임영웅만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이 곡은 임영웅만이 소화할 수 있다”고 말해 곡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기도 했다.

트로트 곡으로는 이례적으로 월간 윤종신, 에이미 와인하우스, 에드 시런 등의 마스터링을 담당했던 영국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Metropolis Studio)의 세계적인 엔지니어 스튜어트 호크 (Stuart Hawkes)가 마스터링을 맡아 더욱 풍성한 고품격 사운드를 완성했다.

임영웅은 음원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히트곡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해 불러 대중과 꾸준히 음악적 소통을 해왔다. 그는 각종 광고, 시상식 등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끊임없이 성원하고 지지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이번 신곡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임영웅의 깊은 울림과 감성, 마음을 울리는 가창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이라는 평이다.

임영웅의 신곡은 매번 큰 관심을 모았다. 앞서 지난해 TV조선 ‘미스터트롯’ 진(眞) 특전곡 ‘이젠 나만 믿어요’와 자동차 CF 삽입곡으로 인기를 끈 ‘히어로’(HERO) 음원이 차례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젠 나만 믿어요’는 각종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고 현재까지도 ‘롱런 인기’를 이어가는 등 이례적인 신기록을 달성했고, ‘HERO’ 또한 주요 음원 차트 1위와 최상위권을 석권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입증했다.

이 가운데 임영웅의 음악방송 1위가 화제를 모으는 건, 아이돌 리그로 불리는 음악방송에서 오로지 트로트로 이뤄낸 유의미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국내 각 방송사들의 음악방송은 음원·음반 점수부터 동영상·방송 횟수·시청자위원회 투표, 글로벌 투표, 문자 투표 등을 종합적으로 합산해 순위를 정한다. 상대적으로 팬덤의 힘이 약한 장르일수록 불리한 조건이라 아이돌 그룹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임영웅은 막강한 팬덤의 지지 속에서 음원 차트는 물론 문자 투표 등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받았다. 임영웅과 임영웅 팬덤의 힘이다.

음악방송 첫 1위 이후 임영웅은 자신의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못 다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생각지도 못했다. 여러분들이 역사를 쓰셨다. 정통 트로트가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1위 후보라는 것도 생각 못했다. 후보가 3명이었다. 나만 무대에 있는 것도 영광스러웠는데 깜짝 놀랐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트로트가 음악방송에서 상을 못 받았고 비주류로 분류돼 있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 트로트는 언제나 주류였다. 단 한 순간도 비주류인 적이 없었다. 꾸준히 여러분들 안에서 사랑을 받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던 노래가 트로트라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나도 익숙해서 우리가 그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트로트가 다시 한 번 크게 빛을 발하는 순간이 와서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다. 여러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팬들에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임영웅 열풍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16년 데뷔한 그는 2020년 TV조선 ‘미스터트롯’으로 대중들과 만났다. 편안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섬세한 감성, 선한 이미지로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방송 이후에도 특유의 경쟁력을 과시 중인 임영웅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 스타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띈다. 그간 수많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스타를 배출했지만, 그들의 미래까지 보장해주진 못했다. 방송 종영 뒤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건 온전히 출연진 본인의 몫이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금세 사그라든 인기에 상처받고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영웅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여느 K팝 아이돌 부럽지 않은 막강한 팬덤이 든든한 화력을 자랑하고 있고, 임영웅 역시 방송으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힘을 키워가고 있다. 스타덤에 오른 뒤에도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이제 흔한 트로트 가수를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향후 더 많은 무대에서 임영웅이 써내려갈 기록에 기대가 쏠린다.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