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세계관으로 음악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버터'(Butter)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5주 연속 1위 기록과 함께 뮤직비디오 4억 뷰 기록도 세웠다. 사진은 29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의 BTS를 모델로 한 광고판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방탄소년단이 뭐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13년 6월 싱글 앨범 ‘2 COOL 4 SKOOL’로 데뷔했을 때 연예계에서는 기존 아이돌 그룹명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던 생소하면서도 다소 촌스럽게(?) 들리는 그룹명에 피식 웃음을 보내는 반응도 꽤 존재했다. 3대 대형 기획사 출신 아이돌도 아니었기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할 것 같았던 이들은 그러나 그 해 신인상을 휩쓸며 급부상했다. 이듬해에는 첫 참여한 미국 KCON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해외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그 다음부터 국내외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며 ‘신기록 소년단’이라는 별명은 얻은 이들은 이제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의 아성을 넘볼 정도로 독보적인 레전드 그룹으로 우뚝 섰다.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5주 1위…아시아 신기록 경신

지난달 21일 발표한 두 번째 영어 싱글 ‘버터’(Butter)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5주 연속 정상을 기록하며 아시아 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3주간 1위를 차지한 자신들의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의 기록과 1963년 아시아 가수 최초로 3주 연속 ‘핫100’ 정상에 오른 일본 가수 사가모토큐의 ‘스키야키(Sukiyaki)’가 세운 기록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로써 BTS는 한국어 노래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과 피처링 참여곡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등을 포함해 모두 10번이나 ‘핫100’ 1위를 기록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5주나 1위라니 너무 감사하다”면서 “아미 덕분에 정말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런데 5주는 좀 무서우면서 기쁘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이들이 몰고 온 글로벌 경제효과도 전무후무하다. 지난 5월27일부터 한 달간 전세계 50개국에서 출시된 맥도날드의 ‘더 BTS 세트’는 기업의 고유 브랜드 색깔(빨간색)마저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갈아치우며 국내에서만 145만개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심지어 제품을 담았던 빈 포장지가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수십 만원대 가격을 붙이고 등장하기도 했다.

빌보드 1위로 1조 7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는 관측에 이어 현대경제연구원은 BTS가 데뷔 해부터 2023년까지 달성할 경제적 파급력이 약 56조 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도대체 이 일곱 명의 청년들이 이뤄낸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전설적인 기록의 배경에는 무엇이 숨어있을까.

글로벌 공감대 불러온 BTS의 세계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직장 문제로 개인적인 우울감이 함께 몰려왔던 시기, 뒤늦게 BTS를 만났다. 이들의 노랫말과 퍼포먼스 하나하나에 담긴 ‘나를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어떤 우울증 치료제보다도 나를 더 일어서게 했다.”

뒤늦게 BTS에 ‘입덕’(어떤 분야에 푹 빠져 마니아가 되기 시작했다는 의미의 신조어)한 40대 아미(ARMY, BTS의 공식 팬클럽)인 김모씨(43)의 고백이다. ‘총알을 막아낸다’란 뜻의 방탄(防彈)이란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BTS는 “10대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힘든 일, 편견과 억압을 우리가 막아내겠다는 심오한 뜻을 담아냈다”고 자신들의 그룹명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들은 처음부터 청춘들의 고뇌와 방황, 사랑, 꿈, 시련 등을 주제로 하는 곡을 통해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며 이를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뮤직비디오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갔다. 자신들의 음악에 스토리텔링을 통한 연결된 세계관을 담아낸 경우는 BTS가 처음 시도한 장르다. ‘학교 시리즈 3부작’(‘2 COOL 4 SKOOL’ ‘O!RUL8,2?’ ‘SKOOL LUV AFFAIR’)과 ‘화양연화’ 파트 1·2,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 승·전·결 등 매 앨범을 마치 대서사가 담긴 문학 작품처럼 시리즈 형태로 내며 좌절과 고뇌 속에서도 성장한다는 희망을 담은 유기적인 세계관을 다져온 것이다.

특히 미니앨범 3집 ‘화양연화 파트1’을 시작으로 20대들의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N포 세대’나 ‘금수저론’ 등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로 알려진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겪는 사회 불평등, 지역감정 등 청춘들이 겪는 편견과 차별의 이야기가 가사에 등장한다.

깊고 다양한 멤버들 독서량이 세계관의 지평 넓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테마가 된 ‘윙스(WINGS)를 비롯해 ‘어린왕자’, ‘이방인’, ‘달과 6펜스’ 등의 고전이 이들의 음악 속 세계관을 형성한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BTS의 리더 RM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의미를 가져왔다. 소설 내용 중 ‘희망이 있는 곳에 시련이 있다’라는 글에 감동해 ‘바다’라는 곡을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멤버들의 꾸준한 책읽기가 알려지면서 ‘독서돌’로 불리고 있는 이들이 읽은 문학작품 목록을 엮은 책이 나왔을 정도다. BTS의 노래와 뮤직비디오의 모티브가 됐거나 BTS가 읽고 팬들에게 추천한 도서 중 37권의 작품을 분석한 ‘방탄독서’라는 책도 출간됐다. 이 책을 펴낸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은 책을 통해 BTS 음악의 키워드를 7개로 분류했다. 이는 ▲존재에 대해 철학적으로 생각해보는 ‘정체성’ ▲변하지 않는 ‘본질’ ▲안전한 나라를 탐구한다는 ‘모험’ ▲아픈 젊은 날을 돌아보는 ‘성장’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 ▲인류의 영원한 화두인 ‘사랑’ ▲BTS의 음악적 세계관과 대중을 연결하는 ‘위로’ 가 그것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문학작품과 만난 BTS의 단단하면서도 풍부한 음악적 세계관은 전세계인들의 공감대를 자극할 수 있었다.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결국 희망의 꽃을 피워낸다는 성장 스토리는 특히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전세계인들의 지친 마음을 제대로 두드리고 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