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등 SNS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혁명 꽃피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지난달 13∼14일 이틀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열린 팬 미팅 'BTS 2021 머스터(MUSTER) 소우주'를 195개 국가와 지역에서 133만여 명이 시청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방탄소년단(BTS)은 ‘방방콘서트’라는 이름의 유료 온라인 공연을 열었다.

국가 간 이동은 물론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공연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이 시기에 이 공연은 최대 동시 접속자가 75만명에 달하면서 티켓값과 상품판매 등으로 298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BTS가 전세계 온라인 공연의 새 역사를 쓴 날이었다.

더불어 전세계 어디든 ‘팬덤’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그룹답게 인터넷망을 통해 모여든 팬들은 전세계 방구석에서 BTS에 열광했다. BTS가 이룬 SNS 혁명의 실체였다.

‘스타 의식’ 버리고 진솔한 SNS로 ‘덕질놀이’ 문화 창출

‘2020년 유튜브 최다 조회수 1위(49억 6500만뷰)’, ‘유튜브 뮤직비디오 24시간 내 최다 조회수(1억 820만뷰)’, ’인스타그램 세계 최대 인물 언급량(지민) 1위(6000만 뷰)’ 등이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BTS가 보유한 SNS 기록들이다.

데뷔 전 10대 시절부터 자신들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프리스타일 랩, 자작곡 등을 공개하며 팬들과 소통해 온 BTS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공감을 이끌어내 왔다. ‘뼛속부터 SNS 세대’ 감성을 보여주며 이것이 마침내 전세계 1위 팬덤을 조직, 음악 산업의 패러다임을 음반 중심에서 SNS 중심으로 바꿔낸 동력이 됐다.

많은 셀럽들이 2010년대부터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해 왔지만 BTS가 좀더 달랐던 지점은 꾸미지 않은 솔직함에 있었다. 초창기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등을 통해 접속자 수가 20~30명에 불과했던 시절부터 높은 음악적 완성도와 대비되는 멤버 개개인의 허당기 어린 실수나 어리바리한 모습까지 고스란히 드러내며 친근감 넘치는 모습으로 소통해 온 것이다.

박시원 한류전문 국제 마케팅 컨설턴트는 “요즘 세대가 원하는 건 잘 꾸며진 아름다움이나 ‘스타’라는 위엄이 아니라 진솔함이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소속사는 처음부터 과감하게 SNS 소통을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대로 하라’며 믿고 맡기면서 ‘진짜’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소속사로서는 모험을 감행한 것인데 결국 이 ‘진짜’가 진정성에 예민한 MZ세대의 감성과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며 “직접 SNS를 운영하면서도 별다른 논란이 없고 팬들이 동네오빠처럼 친밀감을 가지게 된 데는 멤버 개개인이 기본적으로 반듯한 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BTS는 데뷔 초부터 유튜브를 통한 활발한 활동으로 해외에서 먼저 큰 인지도를 얻으며 ‘역수입된 아이돌’로 불렸다. 소속사도 2019년 글로벌 팬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론칭했다.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소통은 물론 미디어와 커머스 기능을 아우르며 글로벌 팬덤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위버스는 쌍방형 소통에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한 콘텐츠는 물론 아티스트가 제안한 이벤트 등을 독려하며 새로운 ‘덕질놀이’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이브, 이타카홀딩스 인수로 음악계 패러다임 혁명 시동

SNS를 기반으로 한 BTS의 새로운 행보는 최근 세계적 아티스트인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하면서 기존의 음악계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갖추게 됐다.

하이브는 지난 4월2일 미국 법인 빅히트아메리카를 통해 10억5000만달러(약 1조1844억원)에 현지 음반 레이블인 이타카홀딩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단순하게 ‘돈질’을 한다고 미국 음악계의 주류가 회사를 덜컥 판 것이 아니다. 그들 입장에서 BTS를 성공시킨 하이브의 역량과 잠재력을 높이 사 손을 내민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타카홀딩스는 음악 관련 매니지먼트를 비롯해 뮤직 퍼블리싱, 영화, TV쇼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저스틴 비버, 칼리 레이 젭슨 등을 발굴한 미국 유명 연예 제작자 스쿠터 브라운이 이끌고 있다. 인수 대상에는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J 발빈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SB프로젝트와 빅머신 레이블 그룹 등 이타카홀딩스 산하 다양한 사업 부문이 포함됐다.

두 회사의 만남은 글로벌 톱 뮤지션들의 결합을 의미함과 동시에 전세계 음악산업의 혁신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BTS가 SNS를 기반으로 폭넓은 팬덤을 얻었다면 스쿠터 브라운은 SNS 마케팅의 ‘신’이다. 스타에게 SNS 언급량은 바로 ‘돈’으로 직결된다는 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발굴한 저스틴 비버는 현재 전세계 유튜브 구독자 1위다. 실제로 스쿠터 브라운은 미국 연예 전문매체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더 큰 플랫폼을 줄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하룻밤 만에 전세계적인 회사를 만들 기회였다”라며 하이브에 합류한 배경을 전했다. 스쿠터 브라운 역시 글로벌 음악 생태계가 기존의 오프라인 음악산업 중심에서 팬덤이 자연스레 모여드는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누구보다 앞서 꿰뚫고 있었다.

BTS를 발굴한 방시혁 프로듀서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6월 중순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시가총액 1조원 내외를 기록 중인 국내 3대 엔터기획사 SM·JYP·YG의 10배에 해당한다. 앞으로 하이브발 글로벌 음악산업의 혁명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