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 ‘인질’(감독 필감성), ‘싱크홀’(감독 김지훈)의 흥행으로 뜨거웠던 여름 성수기가 지나고 9월 추석 대전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찌감치 극장가를 점령한 마블의 신작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감독 데스틴 크리튼)과 ‘건파우더 밀크셰이크’(감독 나봇 파푸샤도) 등 할리우드 기대작들의 선공에 보석 같은 한국영화 두 편이 맞선다.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과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가 그 주인공이다.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두 작품이 추석 연휴 쌍끌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상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추석 연휴지만 올해도 여전히 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확산세 속에서 규모 큰 대작들이 개봉일을 조정하면서 이번 추석은 한국영화 ‘기적’과 ‘보이스’의 2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을 극장가에서 사랑받았던 사극이나 블록버스터급 대작은 없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빛나는 연출력으로 꽉 채운 알찬 영화들이 다시 한번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기적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80년대 추억 소환, 가족 관객 취향 저격…‘기적’

먼저 오는 9월 15일 ‘기적’이 드디어 관객과 만난다.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양원역’은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에 위치한 역으로, 1988년 도로 교통이 매우 열악한 탓에 철로를 걸어 다녀야만 했던 주민들이 지자체의 지원 없이 직접 만든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이다.

‘기적’은 ‘양원역’의 탄생 스토리에 따뜻한 상상력을 더해 영화적 재미를 살렸다. 80년대 감성을 물씬 자아내는 카세트테이프와 폴라로이드, 빨간 우체통 등 소품들이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고 전국 각지 로케이션 촬영으로 담은 소담하고 정겨운 풍광이 따뜻한 감성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와 혼연일체된 배우들의 시너지도 ‘기적’의 관전 포인트다. 먼저 배우 박정민은 기찻길을 오갈 수밖에 없는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차역을 세우는 게 유일한 목표인 4차원 수학 천재 준경으로 활약한다.

기적.롯데엔터테인먼트

여기에 임윤아가 준경의 비범함을 간파한 자칭 뮤즈 라희 역으로 또 한 번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무뚝뚝하지만 성실한 기관사 아버지 태윤을 연기한 배우 이성민과 준경의 ‘츤데레’ 누나 보경을 맡은 배우 이수경이 세상에서 제일 작은 기차역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 이들의 이야기로 온기를 전할 전망이다.

앞서 ‘기적’을 연출한 이장훈 감독은 최근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어린 친구들이 꿈에 대해 도전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너희들만의 꿈을 가지라’고 하면서 손 놓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비록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현실감각이 없다고 해도 아이들이 꿈에 도전하고 실패도 해봤으면 좋겠다. 그런 실패를 감싸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고, 어른으로서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는 기획 배경을 밝혔다.

보이스포스터.CJ ENM

“보이스피싱 백신 같은 영화”… ‘보이스’

‘기적’과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 범죄액션이다.

김선, 김곡 감독의 신작으로 누구나 한번쯤 겪을 만큼 우리 일상에 침투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실체를 강렬하게 담았다. 특히 대한민국 최초로 보이스피싱 소재에 리얼함과 장르적 재미를 살려 범죄액션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제작진이 초점을 맞춘 포인트는 사실적인 연출이었다. 거대하고 치밀한 범죄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주기 위해 금융감독원, 지능범죄수사대, 화이트 해커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아 디테일한 리얼리티를 꼼꼼히 챙겼다. 구체적인 수법이나 전문용어, 은어는 물론 세심한 미술, 공간 연출 또한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다.

보이스.CJ ENM

익숙한 배우들의 새로운 면면도 눈길을 모은다. 모든 것을 잃고 보이스피싱 본거지에 잠입하는 서준을 연기한 배우 변요한은 고강도의 맨몸 액션부터 입체적인 감정 연기까지 쏟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배우 김무열은 치밀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기획 총책 곽프로 캐릭터로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마음껏 드러냈다.

여기에 김희원, 박명훈, 이주영 등 내공 깊은 배우들이 비주얼부터 눈빛, 표정 하나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보이스’만의 색깔을 완성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리얼한 민낯과 배우들의 폭발력 있는 연기 시너지가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선, 김곡 감독은 “보이스피싱이 대한민국에 만연한 범죄라 많은 분들이 그런 전화를 받아봤음에도 이걸 영화로 풀어내는 건 쉽지 않았다. 실체가 드러나 있지 않고 본거지 내부는 아직 잘 모르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디테일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수법이나 사기 전략들을 잘 연구해서 녹여 넣는 게 중요했고 피해자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힐링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라면서 임했다”며 “주안점을 뒀던 부분은 리얼함이었다. 현재진행형인 범죄고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지 않나. 액션, 미술 등 모든 것을 리얼하게 연출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