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알고 있지만’에서 달콤한 사랑을 속삭인 지 두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까.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 네임’ 속 배우 한소희(28)에게서 이전과 같은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8부작 액션누아르에서 원톱 주연을 맡은 한소희는 파격적 액션신 소화는 물론이고 전 세계 팬들을 매료시킬 연기 내공을 보여주며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톡톡히 각인시켰다. “스토리를 이끌어야 하는 큰 역할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부담되고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대중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면 통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전적으로 김진민 감독님께 의지 아닌 의지를 하며 해냈습니다.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기존 연기와 다른 모습이 보였다’는 평을 듣고 기뻤고,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언더커버가 돼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다.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한소희를 비롯해 박희순 안보현 김상호 등이 주연을 맡아 거칠면서도 사실적인 액션을 바탕으로 사건을 풀어간다. 복수에 대한 일념으로 고군분투하는 한소희의 캐릭터가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고 있다는 평이다.


체중 10kg 증량한 연기 열정… “모두 쏟아내 후련해”

한소희는 격렬한 액션신을 소화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는 벌크업을 했고, 과감한 민낯을 공개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그는 “초코파이만 있으면 5kg 이상 찌울 수 있더라”고 웃어보이며 “운동량이 많아지니까 배가 자주 고팠다. 활력이 되는 시간은 밥 먹을 때와 간식 먹을 때였다. 근육도 늘고 자연스레 벌크업이 됐고 체중은 10kg이 늘었다. 일부러 살을 찌웠다기보다는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한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모든 것을 쏟아냈기 때문일까. 개성 강한 작품과 캐릭터였지만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평소 열심히 연기하는 건 물론이고 잘하고 싶다고 끊임없이 되새기는 성격인 만큼 여운과 후회보다는 후련함이 자리 잡았다.

“지우로 5~6개월 동안 살았는데, 연기를 할 때 힘을 비축 해놓는 편이 아니라 매순간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현장에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감정을 표출하고 자신을 자유분방하게 내려놓다보니 오히려 후련하더라고요. 그래서 캐릭터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기분 좋게 지우를 보내줄 수 있었어요.”


안보현·이학주·장률과 뜨거운 호흡… 촬영장 속 ‘홍일점’

한소희를 제외하곤 대부분 남자 출연진들이었기에 현장에서 유일한 홍일점이었다.

박희순, 안보현, 장률, 이학주까지 극중 지우와 복합적인 구도를 형성하며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안보현과 장률, 이학주는 비슷한 또래여서 현장에서도 거리낌없이 친하게 지냈다.

“현장에서 막내였고 저 혼자 여자여서 처음 액션스쿨에 갈 때 걱정이 많았어요. 왕따라도 당하면 어떡하나 했어요. 그런데 전혀 그런 일은 없었죠. 다들 잘 챙겨주셨어요. 이학주 오빠는 친오빠 같고, 장률 오빠는 사촌오빠, 안보현 오빠는 동네 친한 오빠 같았어요. 모두 주기적으로 봐야할 것 같은 사람들로 자리 잡았어요.”

한소희.넷플릭스

“예쁘지 않다는 말이 오히려 큰 힘”

지우라는 인물과 한소희는 얼마나 닮았을까. 다양한 서사를 가진 인물인 만큼 완벽히 들어맞긴 어렵겠지만, 한소희는 지우를 5년 전 자신의 모습과 교집합이 있다고 했다. 표현하기 힘들었지만 자신 있게 자신만의 색을 녹여낼 수 있었다.

“대본만 읽고 캐릭터를 상상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어요. 쉽게 정의를 내리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 내면에 있는 색깔과 결합시키면서 깊이 있게 그려낼 수 있었어요. 목표를 잡으면 물불을 안 가리는 성격이 5년 전 저와 비슷했거든요. 저 또한 감정적이고 무모하고 날것 그대로 행동에 옮겼던 때가 있었죠.”

극중 지우가 오혜진이라는 이름을 바꾸어 살아가며 아프고 성숙했던 만큼, 지금의 한소희 또한 내면의 단단함을 갖춰가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대중들에게 당당히 인정받는 것이 한소희의 목표다.

“드라마 완성본을 보고 나서 ‘립밤이라도 바를걸’ 싶더라고요. 하지만 ‘예쁘지 않아서 좋았다’는 반응이 가장 기뻤어요. 한소희가 아닌 지우로 봐주신 것 같아서요. 외적인 부분들은 빈껍데기라고 생각해요. 작품 속에서 저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외적으로 예쁘지 않더라도 내면의 모습들을 대중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김두연 스포츠한국 기자 dyhero213@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