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새 시대가 열렸다.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가 폭발적인 흥행 열기를 이어가며 마블 스튜디오의 새로운 전설로 등극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이터널스’는 개봉일인 11월 3일 29만604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터널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영화 ‘노매드랜드’(감독 클로이 자오)로 제93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클로이 자오(39)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터널스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마침내 베일을 벗은 ‘이터널스’는 클로이 자오 감독 특유의 서정적인 연출이 더해져 이제껏 마블 영화에서 본 적 없는 독특한 색깔을 자랑한다.

마블식 톡톡 튀는 전개나 친근한 유머는 덜어낸 대신 한층 확장된 세계관 속 인류애를 아우르는 메시지로 색다른 감동을 안긴다. 청각장애인, 동성애자 히어로의 등장 등 마블의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설정들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실제로 클로이 자오 감독은 히어로 무비 그 이상의 다채로운 요소들을 영화에 담았다.

가장 기대되는 지점은 현장감 가득한 로케이션 촬영이다. 메소포타미아, 바빌론, 굽타 등 인류의 오랜 문명을 구현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촬영한 영상미는 경이로움을 자아내며 흡입력을 끌어올린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마동석(50)과 안젤리나 졸리(46) 등 배우들은 “현장 촬영이 캐릭터의 몰입을 높여줬다”고 전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지난 10월 29일 진행된 화상 간담회에서 국내 매체들과 만나 ‘이터널스’ 제작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노매드랜드’와 ‘이터널스’는 비슷한 점이 많다. ‘노매드랜드’는 한 명의 주인공이 주변 환경,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가지면서 여정을 이어나가는지 보여준다. 반면 ‘이터널스’는 거대한 우주적인 스토리를 담으면서 인간에 대한 큰 물음을 던진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 마블 시리즈와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원작 작가가 했던 그대로를 담았다. ‘이터널스’ 코믹이 나왔을 때는 주류의 히어로가 있었고 대중적인 히어로의 이미지, 내러티브가 존재했다. 근데 주류와 연결성을 갖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는 히어로들이 탄생했다.

마블 스튜디오에서도 그런 식의 접근을 좋아했다. 특히 타노스 이후로 이전의 유니버스가 끝났기 때문에 고정된 연결성이 없지 않나. 충분히 새로운 걸 시작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나눴고, 이때까지 우리가 알던 유니버스 주변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터널스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러면서 “제 영화는 항상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다. 관객 분들이 개인적인 느낌이나 울림을 가져가시길 원한다. 하지만 누가 제게 포인트를 물으신다면 사랑을 선택할 힘, 사랑을 선택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그런 면에서 울림이 있길 바란다. 그런 점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클로이 자오 감독은 길가메시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길가메시는 우리가 이때까지 봐온 인간 역사 속 강인한 남자의 오리지널 버전이다. 강한 남자의 신화를 길가메시가 탄생시켰다고 보시면 된다. 마동석은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에서 처음 봤는데 서구에서 엄청난 인기였다. 그의 액션뿐만 아니라 유머와 카리스마를 확인할 수 있었고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길가메시처럼 강인한 캐릭터는 다층적으로 보여야 했고 그러려면 유머감각이 중요했다.

마동석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구글링을 해봤는데 그가 유튜브에서 영어로 본인이 오하이오에서 복싱한 이야기를 하는 영상을 봤다. 그걸 보면서 단순한 연기자가 아니라 인생을 아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먼저 연락을 취했는데 처음엔 우리 이야기를 가만히 듣더니 맨 마지막에서야 ‘좋다, 하겠다’고 하더라. 저희는 다같이 ‘만세!’를 외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 그는 “촬영 당시 마동석이 액션 장면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줬다.

저희보다 전문가다. 그의 시그니처 액션인 손바닥으로 때리는 장면은 일부러 넣었다. 마동석의 액션 신에 대한 선물이자 헌사 같은 것”이라며 “마동석을 사랑한다”고 웃어보였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믿음대로, 한국 출신 배우 최초로 마블의 슈퍼히어로가 된 마동석은 길가메시 역으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길가메시는 ‘이터널스’ 멤버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캐릭터로 강렬한 카리스마부터 귀여운 매력까지 갖췄다.

마동석은 맨주먹으로 빌런 데비안츠를 제압하는 압도적인 위력은 물론 안젤리나 졸리와 애틋한 우정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다시 한번 글로벌한 배우로 우뚝 섰다.

마동석,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리차드 매든(35), 셀마 헤이엑(55) 등 할리우드 톱배우들의 눈부신 시너지 역시 ‘이터널스’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