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연말을 맞아 주말드라마 대진표가 새롭게 짜인다. 쟁쟁한 출연진과 제작진 라인업은 물론이고 저마다 신선한 이야기로 방영 초부터 박빙의 승부를 예감케 한다. 먼저 나쁜 놈과 미친 놈의 팀플레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내건 tvN ‘배드 앤 크레이지’(연출 유선동, 극본 김새봄)를 시작으로 한국형 판타지의 새 지평을 예고한 tvN ‘불가살’(연출 장영우, 극본 권소라, 서재원), 가슴 절절한 청춘 멜로 JTBC ‘설강화: snowdrop’(연출 조현탁, 극본 유현미, 이하 ‘설강화’)가 본격적으로 맞붙었다. 각각 소재도 장르도 모두 다르지만 금토극 또는 토일극으로 비슷한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과연 어떤 작품이 마지막에 웃게 될까.

배드 앤 크레이지 포스터.tvN

이동욱·위하준 ‘엇박’ 케미… tvN ‘배드 앤 크레이지

지난 17일 첫 방송된 ‘배드 앤 크레이지’는 유능하지만 ‘나쁜 놈’ 수열(이동욱)이 정의로운 ‘미친 놈’ K(위하준)를 만나 겪게 되는 인성회복 히어로 드라마다.

올 상반기 OCN ‘경이로운 소문’의 흥행을 이끈 유선동 감독과 김새봄 작가가 시즌2 대신 제작한 신작으로 배우 이동욱, 위하준이 주연으로 나섰다. 이동욱은 출세지향 결과주의 형사 류수열 역을 맡았다.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해야 할 형사이지만 자신의 앞날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부패한 일도 눈 감고 넘어가는, 정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주인공은 정의의 편이라는 클리셰를 제대로 깬 캐릭터로 입체적인 매력이 넘친다.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으로 글로벌 대세로 떠오른 위하준은 미친 정의감의 소유자, K를 연기했다.

오토바이로 도심을 질주하는 K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인물이다. 나쁜 놈과 미친 놈, 모든 게 상극인 둘의 브로맨스는 포스부터 범상치 않다.

이동욱은 지난 13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망가짐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은 전혀 없다. 어떻게 하면 더 날것처럼 표현할 수 있을지 감독님과 많이 의논했고 류수열의 속물적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더 망가지고 싶었고 두렵지 않았다”고 강조해 향후 전개를 기대케 했다.

불가살 포스터.tvN

한국형 판타지에 건 기대… tvN ‘불가살’

18일 베일을 벗은 ‘불가살’은 죽일 수도, 죽을 수도 없는 불가살이 된 남자가 600년 동안 환생을 반복하는 한 여자를 쫓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로 인연과 악연, 업보와 윤회 등 판타지와 리얼리티가 공존하는 주제의식을 전한다.

첫 방송부터 과거에서 현재까지 얽히고설킨 캐릭터들의 관계에 대해 풀어놓으며 흥미진진한 전개를 시작했다. 이진욱은 인간에서 불가살이 된 단활을 연기했다.

그는 한반도 고대부터 있었던 한국적이면서도 새로운 불사의 존재로, 이진욱은 외적인 변신은 물론 폭발력 있는 감정 연기로 강렬한 분위기를 발산했다. 또한 환생을 반복하는 여자 민상운(권나라)을 찾기 위해 현시대까지 살아온 불가살의 분노와 홀로 오랜 세월을 견뎌온 그의 한에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준은 베일에 가려진 재력가 옥을태로, 공승연은 과거 단활의 아내이자 특별한 능력을 지녔던 단솔로 호흡을 맞췄다. 특히 본격적으로 선명해질 네 인물의 관계성에 주목할 만하다. 수백 년간 서로를 증오해온 단활, 민상운을 비롯해 옥을태와 단활의 접점, 또 환생을 반복한 현대의 인물 민상운과 600년 전 단활의 아내였던 단솔이 어떤 인연으로 이어져 있는 것인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이진욱이 맡은 불사의 존재가 어떤 이야기를 쌓아갈지 기대가 크다.

이진욱은 이전에도 불사의 캐릭터를 내세운 작품들이 있었지만 ‘불가살’만의 차별화된 표현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5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그동안 불사의 캐릭터들이 다뤄진 적은 있지만 ‘불가살’에서는 다르게 표현된다. 단활은 흘러간 시간에 익숙해지지 않은 캐릭터다. 멈춘 시계, 방향 잃은 나침반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안쓰러운 느낌도 있다”고 설명했다.

설강화 포스터.JTBC

정해인·지수 애틋 멜로… JTBC ‘설강화’

‘설강화’ 역시 올 연말의 기대작이다. 18일 첫 방송된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지수)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앞서 무려 25%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SKY캐슬’의 조현탁 감독과 유현미 작가가 또 한 번 뭉쳤다. 특히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호흡은 ‘설강화’를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먼저 정해인은 재독교포 출신의 사연 많은 명문대 대학원생 임수호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그와 멜로 호흡을 펼치는 은영로는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가 맡았다. 영로는 호수여대 기숙사 207호의 사랑스러운 분위기 메이커로, 룸메이트와 함께 나간 방팅에서 수호에게 반하게 된다.

드라마 첫 주연에 나선 지수는 “영로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영로에게 수호는 어떤 존재일까 잊지 않으려고 계속 생각하면서 준비했다”며 “제 첫 상대 배우가 정해인 선배님이라는 점은 큰 행운이었다. 고민도 잘 들어주시고 이끌어주셔서 든든했다”고 완벽했던 호흡 소감을 전했다.

두 사람 외에도 유인나, 장승조, 윤세아, 김혜윤, 정유진, 허준호, 박성웅, 김정난, 정혜영, 백지원 등 배우들이 마지막까지 깊이 있는 서사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