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이끈 사극 신드롬 정조 이산-궁녀 성덕임 역 애틋한 사랑 표현 최고 17.4% 시청률 찍으며 흥행 일등공신


그동안 다양한 작품 속에서 다뤄졌던 역사 속 인물을 새로이 표현한다는 건 배우들에게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조선 22대 왕 정조의 경우가 그렇다. MBC 드라마 ‘이산’의 이서진, 영화 ‘역린’의 현빈과 영화 ‘사도세자’의 소지섭 등 걸출한 배우들이 작품 속 이산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성공적인 흥행을 달성했기에 더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기리에 종영한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젊은 이산을 연기한 배우 이준호(33)는 “나만 잘하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사명감으로 모든 부담감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정조 이산’을 만들어냈다. 5%대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최종 17.4%의 시청률로 엄청난 흥행을 이끌었고, 연말 시상식을 싹쓸이하며 큰 성과를 남겼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조선 왕 정조와 후궁 의빈 성씨의 로맨스를 그린 팩션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 흥행의 또 다른 주역은 이세영이다. 왕과 궁녀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인 만큼 성덕임이라는 주체적 성향의 궁녀를 연기한 이세영은 왜 ‘사극의 강자‘로 불리는지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 흥행의 두 주역 이준호와 이세영을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이준호와 이세영은 서로 상대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기 바빴다. 두 배우 모두 여전히 이산과 덕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듯 여운이 느껴졌다.

“감사하게도 군 전역 이전부터 많은 작품의 시놉시스를 보내주셨고, 그 가운데 ‘옷소매 붉은 끝동’을 만나게 됐어요. 사실 이렇게까지 사랑을 주실 줄 생각하지 못했어요. 일단 정조 이산의 삶을 최대한 살아가고자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고, 시청률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배우들과 스태프들까지 최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촬영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좋았고,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았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도 이를 느끼시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봐요.” (이준호)

“제가 재미있게 읽었다고 작품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돼 깜짝 놀랐어요.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작품이 끝났어도 꿈만 같고 먹먹함과 여운이 남아 있어요. 시청자 분들도 그렇게 느껴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고요. 작품을 돌아보면 새드와 해피가 공존하는 ‘새피엔딩’이라고 생각해요.” (이세영)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MBC

두 배우의 호흡은 극의 중심이었다. ‘왕은 궁녀를 사랑했다.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동명 원작의 물음을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로 풀어낸 것. 이산(이준호)은 호감 표현은 물론 성덕임(이세영)의 선택을 끝까지 존중하면서 기다렸고, 성덕임 또한 극 말미 왕을 사랑했던 마음을 드러내며 가슴 저린 애틋함을 끄집어냈다.

“이세영은 털털하고 사랑스럽고 편하게 함께 일할 수 있는 배우예요. 촬영 현장에서 서로 원하는 부분을 확실하게 표현했고 의견을 낼 수 있었죠. 즉흥적인 아이디어 또한 잘 맞물렸고, 나중에는 눈빛만 봐도 알아서 정리가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키스신 같은 경우도 대본에 원래 없었지만, 감독님과 함께 상의해 만들어진 부분이에요. 더 설렘을 줄 수 있겠다 싶어서 하게 됐어요.”(이준호)

“원작에서도 정조 이산은 치명적이고 섹시한데 그 부분이 준호 씨와 찰떡이었기 때문에 뜨거운 반응이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저희 드라마에서는 정조가 다정해서 밀어내는데 힘들었죠. 아무래도 촬영장에서 가장 긴 시간 붙어 있고 자주 만났기 때문에 가장 가까워졌고 서로의 컨디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이세영)

자신의 인생작을 만난 이준호는 이미 전작 드라마 ‘김과장’ ‘자백’ ‘기름진 멜로’ 등을 통해 수년 간 연기자로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룹 2PM 멤버이기도 한 이준호의 아이돌 출신 꼬리표에 선입견을 두기도 했지만 연기력으로 보란 듯이 증명했다.

이준호가 자신을 소개할 때 “2PM 이준호”라고 언급하는 것은 팬들 사이에서 익히 알려진 일. 그 내면엔 자신감과 원동력이 깃들어 있다.

“과거에는 저 혼자 2PM을 알릴 힘이 없었어요. 그게 항상 아픔이었죠. 이후 연기를 시작하고 차츰 많은 사랑을 받게 되면서 혼자 활동할 때도 2PM을 더 알리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이 커지면서 매번 ‘2PM 이준호입니다’라고 인사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전혀 부담되지 않아요. 연기만 잘하면 되니까요. 앞으로도 좋은 스트레스가 될 겁니다.” (이준호)



김두연 스포츠한국 기자 dyhero213@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