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연휴 극장가 흥행을 노리는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영화다. 지난 2014년 866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이후 8년 만의 후속작으로 한국 영화 시리즈 흥행의 계보를 이을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18년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 이후 4년 만에 스크린 컴백한 배우 한효주(35)는 오는 1월 26일 개봉을 앞두고 설렘을 드러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너무 큰 사랑을 받았고 손예진 선배님의 여월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잖아요. 후속편을 만드는 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뒤를 이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이번 ‘해적: 도깨비 깃발’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예요. 그래서 전편을 보지 않았어도 새롭게 즐길 수 있어요. 특히 주연배우 한 명이 도드라지기보다 전체적으로 모든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여서 더 재밌게 느끼실 것 같아요.”

한효주가 연기한 해랑은 거친 바다를 평정한 해적선의 주인이다. 따뜻한 인간미와 냉철한 판단력,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해적단을 이끈다. 한효주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해랑의 입체적인 매력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해적: 도깨비 깃발’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지금껏 보여드린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꺼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래서 고민도 많긴 했어요. 어떻게 해야 어색하지 않고 매력적으로 보일지 고민됐거든요. 사소한 장신구나 의상 같은 비주얼에 의견을 많이 냈고, 얼굴 색깔도 좀 어두운 파운데이션으로 톤다운 메이크업을 했어요. 그래서 얼굴이 좀 더 달라 보이던데요. 제가 보기에도 지겹지 않고 새로운 느낌이라 재밌었어요.”


유려한 무술 실력을 갖춘 해랑의 강인한 면모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 한효주는 촬영 3개월 전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검술, 아크로바틱 등 다양한 테크닉을 기본기부터 다진 끝에 산과 바다, 수중과 공중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고강도 액션 장면들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특히 타격감 넘치는 한효주표 격투 액션은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을 관전 포인트다.

“예전에 ‘트레드 스톤’을 촬영할 때 액션 연기를 해본 경험은 있지만 검술은 한 번도 안 해봐서 좀 일찍 스턴트 훈련을 시작했어요. 처음 검을 들었을 때 너무 낯선 느낌이더라고요. 그래도 잘하고 싶었어요. 여배우로서 ‘액션 시원시원하게 잘 하네’ 이런 이야기를 가장 듣고 싶었거든요. ‘해적’하면 시원하게 날아다니는 와이어 액션도 떠오르니까 연습해두면 유용할 것 같아서 틈틈이 와이어도 훈련했고요. 수중 훈련도 받았고 리더답게 큰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내기 위해서 발성 연습도 많이 했어요. 검술 액션이 많다보니 잦은 부상도 많았어요. 날씨가 추우니까 몸이 굳어서 아무리 가검이어도 휘두르다보면 스치기만 해도 타박상을 입기 쉽거든요. 항상 손이 조금씩 다쳐 있었지만 그래도 결과물을 보니 보람은 있어요.”

한효주.BH엔터테인먼트

다양한 캐릭터들의 팀플레이가 돋보이는 영화답게, 해랑은 수많은 인물들과 부딪히면서 매번 이채로운 매력을 터트렸다. 무엇보다 무치(강하늘)와는 티격태격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엔 한 마음으로 손잡는 호흡을 보여주면서 따뜻하고 유쾌한 재미를 만들어냈다.

“강하늘 씨는 제발 엄살 좀 부렸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액션 장면이 많았는데 한 번도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더라고요. ‘걱정되니까 보호대 좀 하라’고 하면 ‘누나 괜찮아요’ 하면서 그냥 촬영을 했어요. 몸을 내던지는 스타일이에요. 수중 촬영하면서 코에 물이 엄청 들어 갔을텐데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뭐든 다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강하늘 씨랑 권상우 선배의 케미도 좋아보였어요. 두 분이 영화의 큰 뼈대와 중심을 세워주시니까 안정감이 있더라고요. 권상우 선배는 첫 사극이신데 워낙 비주얼이 잘 어울리셔서 많은 대사 없이도 존재감이 대단했던 것 같아요. ‘해적: 도깨비 깃발’ 팀 모두 굉장히 끈끈해요. 다들 정이 들어서 오랜만에 촬영 끝나는 날 펑펑 울었어요. 앞으로도 다른 작품에서 만날 수도 있는데 그 의상들을 입고 촬영이 끝나는 게 아쉬웠어요.”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한효주가 보여준 낯선 얼굴, 힘 있는 목소리, 대범한 제스처는 신선한 변화였다. 물론 갑작스러운 변신은 아니다. 한효주는 최근 할리우드 진출작 ‘트레드 스톤’(감독 라민 바흐러니), tvN ‘해피니스’(연출 안길호, 극본 한상운) 등에서 강렬하고 선 굵은 캐릭터들에 연달아 도전하면서 우아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한 겹씩 걷어내고 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의 해랑도 그 연장선상에 놓인 선택이었다. 현재 촬영 중인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연출 박인제, 극본 강풀)에서도 과감한 도전은 계속된다. 한효주는 “요즘 정말 일이 재밌다”며 열정을 보였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오는 안정감이 생겼어요. 배우로서도, 개인적으로도 참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이제 좀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거든요. 늘 ‘해내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요즘은 같이 만들어 가는 재미를 조금씩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원래 새로운 걸 좋아해요. 해외 활동이든 액션이든 다 도전의식 때문이에요. ‘이렇게 해야지’ 계획을 정해두는 편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색다른 선택을 하게 돼요. ‘해적: 도깨비 깃발’도 그런 이유에서 택한 작품이었고요, 무엇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영화 업계에 숨을 불어넣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