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사진작가 46명의 200여 작품 5개 테마로 묶어이철승지음/ 쿠오레펴냄/ 15,000원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진은 예술 장르를 넘어 일종의 놀이가 됐다. 더 이상 사진가를 ‘배고픈 예술가’로 보는 사람도 없다. 사진의 패러다임 전환은 두 가지 문화를 가져왔다.

하나는 예술의 높은 턱이 무너지며 사진이 일상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며 또 하나는 프로 작가에 버금가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신간 <사진의 하루>는 이 지점에서 기획된 책이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36명의 200 여 작품을 5개 테마로 묶은 이 책은 평범한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이 책의 기획, 구성과 집필을 맡은 이철승 씨는 <월간사진>의 미국 객원기자로 활동 중인 베테랑 사진가. 그는 여러 사진 모임 웹사이트나 개인 블로그에 있는 웹갤러리를 일일이 찾아가 사진을 엄선했다.

■ 5개 테마로 묶인 일상

첫 번째 테마 ‘blue and green’에는 산과 바다 등 자연을 담은 사진이 실려 있다. 수묵화 느낌이 드는 사진에서부터녹음이 가득한 한강변, 오래되고 어두운 고층 아파트 사이의 화분 등 자연을 담은 다양한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테마 ‘a day in life’는 현대인의 일상을 담았다. 어린 시절 자랐던 동네의 시골장터, 고물상 할아버지, 옥상에 널려 있는 닳고 닳은 빨래와 지붕위에 포근히 내려앉은 한겨울의 눈꽃 등 소박하지만 아련한 일상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on the road’에서는 일상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거진항, 사천항, 속초 아바이마을에서부터 파리 카페의 골목과 스페인 그라나다의 시골길까지 미지의 세계를 담은 작품이 펼쳐진다.

풍경 사진이 낯설다면, 네 번째 테마 ‘about a persona’를 눈여겨보자. 고양이 마츠코와 손토, 시부의 일상에서부터 버스정류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친구, 옷을 입은 채로 샤워기의 물세례를 받는 여인 등 일상에서 발견하는 평범한 인물을 강렬하게 프레임에 담았다.

‘untold stories’에서는 추상적인 생각이나 기억을 이미지로 표현한 사진을 묶었다. 가슴속 담아두었던 이야기나 생각이 사진에 담겨있다. 파란대문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을 표현한 대문연작 사진, 이발소 추억을 형상화한 연작 사진, 소품을 이용해 실험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찍어낸 아마추어 사진작가 soma와 Alice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진평론가 진동선 씨는 이들 46명의 아마추어 작가에 대해 “그들의 200여장 사진은 한국 사진의 또 다른 힘이다. 정형화되고 편협한 아마추어 사진의 틀을 깨고 사진의 본질이 무엇이며 사진의 표현성이 얼마나 다양하고 풍요로울 수 있는지를 알게 하려는 의지는 참으로 아름답다”고 평했다. 진동선 평론가의 이 말은 이 책을 감상하는 키워드다. 평범한 일상을 아마추어의 눈으로 특별하게 비춰내는 것. 구도나 노출 같은 사진의 용어를 모른다고 해도 이 책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Jamiroguai, Ricoh GR1s·GR28㎜ F2·8·Superia X-Tra400(위)
인생·Rolleflex 3.5TXenzr Kodak 160vc&Centuria 100(아래)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