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되는 e세상수요 급증하는 인맥구축서비스(SNS) 사이트간 장벽 허물어 '열린 웹' 지향인터넷업계 판도 변화와 함께 지구촌 인간관계 맺기 방식도 일대 혁명 전망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기업 구글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검색엔진 하나로 온라인 세상을 제패한 그들이 또 다른 야심찬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업계와 네티즌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구글의 새 사업은 이른바 ‘오픈소셜’(Open Social)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말로 ‘열린 사회’ 정도로 풀이되는 오픈소셜은 간단히 말해 인터넷 사이트간 개방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는 시도다.

1990년대 인터넷 시대가 본격 개막한 뒤 온라인 세상은 그야말로 비약적인 팽창을 거듭해 왔다. 마치 태초의 빅뱅(Big Bang) 이후 지금의 광대무변한 우주가 생성된 것처럼 인터넷 역시 무한 팽창하는 온라인 세상을 열어 제친 도화선이 됐다.

인터넷에 의해 만들어진 온라인 세상은 오프라인 세상 못지않은 드넓은 공간과 수많은 다양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네티즌들은 온라인 세상에서는 언제 어디든 순식간에 갈 수 있다.

반면 온라인 세상은 오프라인 세상과 똑같은 한계도 가진다. 가장 단적인 예가 온라인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이트 혹은 커뮤니티간 경계와 구분, 즉 배타성이다. 특히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대다수 사이트와 커뮤니티는 서로 높은 장벽을 쌓고 있어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없는 현실이다.

구글의 오픈소셜 프로젝트는 말하자면 바로 이런 장벽을 허물어 온라인 세상을 하나의 ‘열린 사회’로 만들어가자는 움직임인 셈이다.

오픈소셜은 특히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ㆍSNS) 사이트간의 개방형 통합 플랫폼을 의미한다.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SNS끼리 서로 정보와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SNS는 흔히 ‘인맥구축 서비스’로 불리는데, 국내에서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2,200만 명 회원 규모의 ‘싸이월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 등도 SNS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직업, 취미 등 특정 목적으로 인맥을 구축하고자 하는 네티즌을 위한 맞춤형 SNS 사이트도 등장하고 있다.

만약 오픈소셜이 일반화된다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네이버 블로그를, 또 네이버 블로그에서 다음 카페를 바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각각의 사이트에 대해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나 로그인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SNS 사이트간 장벽은 사라지는 셈이다. 국내 SNS와 외국 SNS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오픈소셜은 새로운 인터넷 조류인 ‘웹 2.0’과도 직결된다. 개방, 공유, 참여를 핵심가치로 삼는 웹 2.0은 사용자 편의와 쌍방향성을 중시하는 철학이자 동시에 ‘열린 웹 환경’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열린 웹’에 걸맞게 ‘열린 사회(사이트 혹은 커뮤니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오픈소셜을 주창하고 나섰을까. 또한 그 파급효과는 어떤 것일까.

현재 인터넷 서비스의 무게중심은 단연 ‘검색’에 쏠려 있다. 구글과 네이버는 검색엔진의 탁월성으로 여타 인터넷 기업들을 압도해 왔다. 게다가 지식정보기반 사회에서 검색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공산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최근 네티즌들의 ‘인맥구축’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세계 각국 SNS 사이트들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려는 사람들로 갈수록 인산인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SNS 사이트인 미국 ‘마이스페이스’의 회원 수는 벌써 2억 명을 넘어섰다. 또한 마이스페이스와 쌍벽을 이루는 ‘페이스북’의 방문자 증가율은 매년 20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 SNS 사이트가 평균 두 자릿수 대의 방문자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곧 ‘인맥구축’이 온라인 세상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다 보니 SNS 사이트가 낳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SNS 사이트 광고시장은 지난해 약 15억6,200만 달러에서 올해는 80% 가량 성장해 27억9,6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체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SNS 사이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2.7%에서 지난해 5.3%로 증가한 데 이어 2011년께는 11.8%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추세를 주목한 전문가들 중에는 SNS를 ‘궁극의 인터넷 서비스’로 전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네티즌들에게는 정보나 콘텐츠 검색도 중요하지만 보다 절실한 것은 결국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접속’한 채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디지털 인맥구축’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온라인 세상의 중심으로 바짝 다가서고 있는 SNS에 오픈소셜이 접목된다면 그 상승작용은 엄청날 것으로 예측된다. 일단 손쉽게 예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개별 SNS 사이트의 회원 또는 방문자 숫자의 증가다. 이는 SNS 사이트끼리 서로 정보나 서비스를 개방하는 한편 회원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다수의 SNS 사이트가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거대한 SNS 사이트로 융합하는 현상을 예상할 수도 있다. 마치 수소 핵융합을 통해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처럼 지구촌 전체를 아우르는 ‘메가 SNS’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구글의 오픈소셜 프로젝트에는 야후가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마이스페이스, 오르컷 등 20여 개의 주요 SNS 사이트가 동참하고 있거나 동참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더 많은 SNS 사이트가 오픈소셜 진영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제국’과 버거운 싸움을 해온 다음과 파란이 최근 구글과 ‘오픈소셜 동맹’을 맺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오픈소셜로 손을 맞잡은 다음이나 파란은 콘텐츠와 방문자가 동반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 고전해 온 구글 역시 비슷한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소셜은 인터넷 업계의 사업 판도와는 별개로 사람들의 인간관계 맺기 방식에도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의 광대한 온라인 광장에 지구촌 네티즌들이 모두 쏟아져 나와 서로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끼리 손쉽게 인맥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우선 그릴 수 있다.

가령 일면식도 없는 한국의 철수, 미국의 제임스, 프랑스의 마리안느, 일본의 아사코가 온라인에서 아주 손쉽게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세상이 열린다면 정말 지구가 하나의 마을처럼 여겨지지 않을까.

지구촌 인맥구축의 ‘허브’를 꿈꾸는 구글의 행보는 과연 어떤 미래를 펼쳐보일까. 그리 멀지 않아 우리는 해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회심의 '역전타' 날린 구글

오픈소셜은 지난해 11월 구글이 세계 SNS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페이스북’에 맞불을 놓기 위한 대항마 개념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SNS 사이트간 개방형 플랫폼 ‘f8’을 먼저 내놓은 페이스북 진영에 맞서 SNS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구글은 SNS 전쟁에서 페이스북에 기선을 제압당했지만 오히려 오픈소셜을 통해 역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픈소셜의 개방성이 더욱 열린 웹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포털 중 하나인 야후, 그리고 페이스북과 쌍벽을 이루는 SNS 사이트 마이스페이스가 구글과 손을 잡은 것도 오픈소셜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SNS 전쟁은 결국 사용자 기반을 확대해 인터넷 사업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