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13일 가진 한국일보 이준희 편집국장, 이영성 정치부장과의 1시간에 걸친 인터뷰. 이 인터뷰를 이명박 대통령 등 북한부제를 다루는 이들은 필독해야 한다.

인터뷰는 1일에 북한이 취한 육로통행 차단 경고, 북핵 시료채취 거부, 남북 직통전화 단절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고견을 듣고자 해서였다.

그는 말문을 열었다. <<어제 상황을 보고 상당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 제동을 걸려면 풍선날리는 것(대북 전단지 살포)을 그만 둬야 합니다. 그건 우리 생각 이상으로 북한에 충격과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과 같은 존재인데 모욕적인 말을 풍선으로 날려 보내면 북한 사회에 얼마나 충격이 크겠어요. 이걸 감정문제인 만큼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중단시켜야 합니다. 상호 비방 금지는 남북 당국간 합의했으면 민간도 지켜야 합니다. 정부가 고압가스관리법 등으로 통제할 권한이 있습니다. 이제 남북관계는 약화시키느냐, 아니냐 하는 시금석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그 대책에 대해>-김 위원장 건강 상황을 정확히 모릅니다. 다만 좋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고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통치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생각할 점이 있어요. 과거에 우리는 김일성 주석만 죽으면 통일 된다고 얼마나 노래를 불렀습니까. 그러나 김 주석이 죽고도 통일은 되지 않았잖아요. 북한은 90년대 고난의 행군시절을 겪으면서도 유지됐어요. 북한의 행정부, 입법부, 군대, 당까지 한사람도 빼놓지 않고 김 위원장이 키운 사람입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어떻게 됐다고 들고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남북정상회담도 2번이나 하고 북한 땅도 내놓고 많은 것을 하지 않았습니까. 김 위원장이 있는게 군부 독재가 들어 서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얼마나 간절히 열망하는지 제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있습니다. (급변 사태가 일어나) 군부가 쿠데타를 해서 중국에 붙고, 북한 사회를 폐쇄하고 지금까지 하던 것을 다 포기한다고 나오면 좋은 게 없습니다. 김 위원장이 그대로 가는 게 남북관계나 6자회담, 동북아를 위해 누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급변사태가 생기면 불가피하게 대응해야 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준비는 해야 합니다. (김 위원장이) 내일 죽을 것처럼 떠들면서 대안, 대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예의도 아닙니다.>>

김 전 대통령 이번 소동에 대한 분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편에 서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프로복싱 선수처럼 정치, 문학, 칼럼을 쓰는 크리스토퍼 히친스<1949년 영국에서 출생. 옥스퍼드대 졸, 뉴 스테이츠먼 기자. 미국 시민 (81년) ‘네이션’ 편집장, ‘슬레이트‘ 칼럼니스트. 소설가 16권의 책을 씀>. 그는 작년 5월 아마존에 뉴욕타임스의 35주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신은 위대하지 않다’에서 북한을 두달간 살펴본 것을 3쪽 정도 썼다.

히치슨도 김 위원장이 신 같은 지위에 있음을 알았지만 그것은 사담 후세인처럼 제거 되어야 할 신이었다.

그의 神國 북한 기행기를 요약한다.

<<이번 세기가 시작된 직후 나는 몇 달 동안 북한을 방문했다. 뚫고 들어가기가 거의 불가능한 국경과 바다가 사면을 에워싸고 있는 이 은둔의 땅에는 아첨에 푹 빠져 있는 나라가 자리잡고 있다. 신민(국민)들은 아침에 눈을 뜰 때 저녁에 눈을 감을 때까지 위대한 지도자와 그의 아버지를 찬양해야 한다. 모든 학교의 교실에서도 찬사가 울려퍼지고, 영화와 오페라와 연극들도 모두 찬양일색이며,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모든 프로그램도 찬양에 푹 빠져 있다. 책과 잡지와 신문기사, 스포츠 경기와 모든 일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나는 한없이 찬가를 불러대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지금은 그 기분을 확실히 알고 있다. 북한 사람들은 물론 악마의 존재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잠도 자지 않는 악마들, 즉 외부인과 불신자들은 쫓아버리기 위해 그들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매일 일터에서 치러지는 의식에서는 타자에 대한 증오심이 주입된다....... 북한은 죽은 사람을 국가수반의 자리에 앉힌 유일한 나라이다. 김정일이 당과 군대를 이끌고 있기는 하지만 국가수반의 자리는 영원히 세상을 떠난 그의 아버지 차지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는 삼위일체 중에도 딱 하나가 모자라는 정권의 통치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죽은자가 지배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 북한 사람들은 내세를 입에 담지 않는다. 나라를 버리고 어디로든 도망치는 것은 이 나라에서 결코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김씨가 세상을 떠난 국민들까지 지배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학자들은 북한의 체제가 극단적인 공산주의(북한 주민들이 황홀경에 빠져 지도자를 찬양할 때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라기보다는 비록 타락했지만 세련된 형태의 유교와 조상숭배를 따르고 있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을 떠날 때 내 머릿속에는 안도감, 분노, 연민이 뒤섞여 있었다. 그 감정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지금도 생생히 느껴질 정도다.>>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문제를 다루는 이들은 히친스의 책을 읽지 않는 게 좋겠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