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거래 공간에서 펼쳐진 사회·문화·생활사의 파노라마박은숙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19,800원

이 책의 저자 박은숙은 현재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사학 박사다. 그의 전문분야는 근대로 이행되는 시기와 도시민들의 신분과 직업 변화, 그리고 갑신정변과 혁명가다. 이 책 <시장의 역사>는 박은숙의 전문분야인 근대를 중심으로 시장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전통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시장의 역사와 시장에서 거래된 상품과 상거래 풍속, 시장 풍경을 담았다.

한국사의 구분에 따라 삼국・고려/ 조선 전기/ 조선 후기/ 개항기/ 일제강점기 5개의 장으로 나눴고, 삼국~조선 후기까지를 ‘1부, 전근대의 시장’, 개항기와 일제강점기에 걸친 시기를 ‘2부, 근대의 상징’으로 묶었다. 고대부터 해방까지, 시장이라는 공간과 상인이라는 주체가 펼친 사회사, 문화사, 생활사의 파노라마를 한데 모은 셈이다.

저자는 우선 ‘반역자를 공개처형하는 장소로서의 시장’‘사정에 따라 문을 닫거나 옮기는 시장’ 국가공인시장인 ‘시전’과 사설시장 ‘난전’의 경쟁, 뒤에 각각 남대문 시장과 동대문시장이 되는 철폐 등 파란만장한 시장의 공간 역사를 보여준다.

상거래 풍속은 격변의 세월을 거치면서 시대의 가치관을 대변하고 있었다. 오랜 옛 시대부터 존재했던 ‘에누리’와 ‘덤’에서부터, 여리(잉여 이익) 곧 차액을 노리는 여리꾼과 그들만의 암호 ‘변어’, 상품 품귀현상 때문에 암거래가 성행하면서 등장한 ‘야미’ 서양의 10센트 스토어를 모방한 10전 균일점의 등장까지 시장의 풍속도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바꾸었다.

상인은 거래의 주체이자 시장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존재이면서 가장 천한 신분계급으로부터 시작해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러서는 당당히 사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대에는 국가의 노역조차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천시하던 상인이지만, 이윤추구를 목표로 시대의 변화에 대응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상인이 ‘만민공동회’회장이 되어 대중을 이끌거나 독립운동에 참여했고 자본주의 시대에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부상했다.

‘팩트(fact)’에 근거한 서술을 읽다 보면,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사회나 역사 교과서를 대할 때의 기분이 든다. 풍부한 사료와 근대 사진을 보면 아련한 향수도 느껴진다. 짧은 문장과 쉬운 설명은 중학생부터 나이든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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