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노라니 이상하게 마음에 그리움이 남는다.

무엇에 대한 그리움인지도 모른채. 아쉬움이 깊어서 일까. 상사화는 꽃을 피우면 잎을 볼 수 없고, 잎이 있을 때 꽃을 볼 수 없어 항시 애틋한 풀인데, 우리의 지난 한 해가, 우리의 인생도 같이 느껴진다. 놓치고 간 지나치고 간 시간들에 대한 미련처럼.

하지만 보지 못하거나 혹은 스쳐지나 가거나 아님 미처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거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그릴 절절하게 그리운 상사화도 알고 보면 좀 다른 뜻을 가지니 말이다.

식물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에 관한 부분은 그래서 서로 필요하고 그리워하며 찾아 헤메이는 것은 암술과 수술 혹은 암꽃과 수꽃이므로 알고 보면 딱 절절한 비유의 이름은 아닌 셈이다. 달력에 남은 마지막 한 장의 시간은 감추어지고 놓친 것을 찾아 충만해지는데 써야겠다.

상사화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 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향은 중국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들여와 심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는 그저 우리 꽃이려니 싶다.

주로 사찰 주변에 많이 심었고 시골에 가면 꽃이 예뻐 집 앞 마당에 심어 놓은 곳도 간혹 볼 수 있다. 여러해살이 풀인데 잎은 늘어지니 꽃자루가 올라왔을때가 가장 큰 키라고 할 수 있는데 한 60cm 정도 된다.

잎은 봄에 나온다. 길쭉한 선형의 잎은 길이가 30cm 정도 되어 열심히 광합성을 하여 알뿌리에 저장하고 6-7월에 마른다. 꽃은 잎지고 난 8월쯤 꽃대를 올리고 그 끝에 4~8개정도의 큼지막한 분홍색 꽃송이를 사방으로 매어 단다.

꽃은 6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져 언뜻 보기에는 원추리나 백합같지만 실제로는 아래쪽 꽃잎있는 부분이 더 많이 벌어지고 그사이에게 수술과 암술이 위치한다. 꽃은 피우지만 열매는 맺지 못한다.

상사화는 지방에 따라서는 잎이 난초처럼 생겼다고 하여 개난초, 상사화와 같은 맥락으로 이별초 등으로 부른다. 학명중 이 종류를 총칭하는 속명 Lycoris는 그리스의 신화 바다의 여신 라이코리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옛날에 한 스님이 세속의 여인을 사랑했는데 스님은 날마다 여인을 그리워했지만 신분이 신분인지라 여인을 만날 수는 없었고 자신의 안타까운 심정을 담은 꽃을 절 앞마당에 심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용도는 관상용이다.

한여름에 상사화 몇 포기 심어 놓으면 화려하면서도 시원하여 아주 보기 좋다. 더욱이 서양에서는 이 상사화 종류가 원예가치가 아주 높은 종류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앞의 비슷한 식물에서 소개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특산식물을 포함한 여러 상사화속 식물이 자라고 있으니 만큼 이에 대한 본격적인 품종개발을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듯 싶다.

땅속에 있는 비늘줄기를 약으로 쓴다. 비슷한 종류를 다함께 유사한 증상에 처방하는데

많은 알카로이드가 함유되어 있어서 그냥 먹으면 독이 될 수 있고 잘 쓰면 약이 되는 식물인데 해독, 가래 제거, 종기, 소아마비와 같이 마비로 인한 통증과 같은 중상에 처방한다. 최근에는 항암제로도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계절은 가고 이제 땅위에 상사화는 흔적을 남기자 않고 있으니 그 고운 연분홍빛 꽃잎은 여전히 보고 싶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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