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걸면 동그란 원통 올라와 레버 돌리는 '드라이브 셀렉터' 인기

‘새로운 재규어 차량임을 가장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운전석에 앉아 변속 레버를 돌리는 순간이다.’

재규어가 올 하반기 새롭게 선보인 신차 ‘XF’가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 ‘잔잔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재규어에 대한 고정 관념을 넘어서 새로이 적용된 스타일과 기술, 성능들이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

재규어의 신 모델 XF는 컨셉트카 C-XF의 양산형 모델이자 스포츠 쿠페 스타일의 5인승 세단이다. 가을 무렵 국내 본격 시판이 시작됐지만 벌써 1차 수입된 차량이 동났을 정도로 인기도 폭발이다. 과연 재규어XF의 무엇이 또 다시 ‘재규어 신드롬’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

재규어 XF의 시동을 걸고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변속 기어를 찾으려면 먼저 당황하게 된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당연히 있어야 할 변속 기어 레버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짧지만 굵은 스틱 모양으로 생겨 위 아래로 당기고 밀도록 돼 있는 그것.

대신 시동을 켜는 순간 변속기어 레버 자리에 조그맣고 동그란 원통 하나가 슬며시 올라 온다. 놀랍게도 이 것이 변속 레버다. 바로 XF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JaguarDrive Selector™)’가 적용된 것.

작동 방법도 독특하다. 좌우로 돌려 P, R, N, D, S(시퀀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다.

처음에는 낯설게만 느껴지지만 이내 편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손바닥에 쥐어지는 크기의 원형 모양인데다 워낙 부드럽게 살짝만 돌려줘도 기어 변속이 되기 때문이다.

시동을 켜면 위로 솟아오르지만 반대로 시동을 끄면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이 변속 레버는 정확하고 즉각적인 기어변속이 가능할 뿐 아니라 컴팩트한 사이즈로 실내 공간을 최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XF를 몰다 보면 무척 조용하다. 하지만 이 차는 예상 밖으로 디젤 차량이다. 동급에서 가장 ‘얌전한’ 디젤엔진을 가져 디젤의 정숙성은 그야말로 감동적인 수준이라는 것. 튼튼한 차체, 부드러운 엔진과 2차 방음재 및 2중으로 격리된 서브프레임을 포함, 철저한 음향 관리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시속 50km/h에서 XF의 실내 소음은 65.6데시벨(dB)에 불과하다고.

재규어는 1990년대 후반부터 기업전략의 일환으로 환경친화성을 전면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재규어가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디젤 엔진을 보유하게 된 배경이기도 한데 실제로 유럽에서 팔리고 있는 재규어의 79%가 디젤 엔진 차량이다.

무엇 보다 XF가 이전의 재규어 모델과는 달리 보다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아웃테리어 디자인을 갖고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종전 재규어의 디자인은 동물을 모티브로 한 라이온스 라인. 하지만 XF는 이를 탈피, 날렵하면서도 현대적인 스타일을 새롭게 보여준다. 그래서 광고 문구도 ‘이것이 새 재규어다’라고 외치고 있는 것. 획기적인 모델임을 분명히 하면서 또한 XF는 재규어 스포츠 세단의 미래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XF는 역대 대량 생산된 재규어 모델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공기역학을 선보였다. 쿠페 스타일을 채택, XF의 루프 라인과 완만한 각을 형성하면서 만들어진 높은 트렁크는 차의 후미에서 발생하는 기류를 향상시킨다.

간단한 손동작만으로도 콘솔 라이트를 점등시키고 글로브 박스 개폐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더욱 편리해진 셈. 기존 재규어의 중대형 세단인 S-TYPE을 대체하는 모델로 연비도 S-TYPE 2.7 디젤 11.2km/l 보다 리터당 1km나 더 주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고급스러운 내장재와 성인 5명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는 넉넉한 실내공간, 540리터에 달하는 깊고 넓은 트렁크 적재공간도 돋보인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