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도시'에서 '21세기형 첨단문화도시'로 전환 모색중민선 4기 출범한 2006년부터 시작한 대역사 속속 결실 맺어

21세기는 흔히 도시 경쟁의 시대라고 한다. 교통, 통신의 눈부신 발달에 힘입어 인구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사람들은 ‘가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로 삶의 터전을 언제든지 옮길 수 있게 됐다. 이제 도시는 스스로 매력과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메가트렌드에 따라 국내 지방자치단체들도 발 빠르게 도시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공통된 목표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이다. 그 안에는 경제와 문화, 복지가 주요 정책 코드로 자리잡고 있으며, 도시 정체성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리엔지니어링’ 활동도 종종 시도된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경북 포항시가 보여주고 있는 변화상은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세계적인 철강기업 포스코와 함께 성장해온 포항은 철강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 이런 고착화된 ‘철(鐵)의 이미지’는 그러나 양면성을 지닌다. 오늘날 포항을 있게 한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막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웰빙과 삶의 질이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이 시대에 경제만으로는 더 이상 시민들의 욕구를 채울 수 없다. 경제는 도시 경쟁력의 기본일 뿐이며,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반드시 더해져야 한다. 그것은 역시 문화와 복지를 매개로 ‘살 만한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다.

■ 도시 기반시설 및 산업단지 대대적 확충

포항시는 민선 4기 박승호 시장이 취임한 2006년부터 ‘제2의 영일만 기적’을 표방하며 대역사(大役事)를 시작했다.

1968년 포항제철(현 포스코) 출범 이후 세계적 철강도시 건설로 ‘제1의 영일만 기적’을 이룩했다면, ‘제2의 영일만 기적’은 대규모 신(新)산업단지 조성, 영일만항 및 영일만대교 건설, 해상신도시 건설, 도시 재(再)디자인 등을 통해 ‘꿈과 희망의 도시, 글로벌 포항’을 만들겠다는 21세기형 도시발전 비전이다.

우선 국제해양도시로 웅비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영일만항이 내년 8월 개항을 앞두고 있다. 연간 하역능력이 1,200만 톤에 달하는 영일만항 뒤로는 303만 평 규모의 배후산업단지가 조성돼 산업과 물류의 유기적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또 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 바로 옆에 조성될 113만 평의 경제자유구역에는 바이오ㆍ의료ㆍ신소재ㆍ에너지산업을 아우르는 융합산업 콤플렉스(복합단지)와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파리 서부 외곽의 현대식 상업지구)를 모델로 한 국제 비즈니스파크가 들어서게 된다.

포항시는 지난 40년간 경제발전의 토대가 됐던 679만 평의 산업단지를 뛰어넘는 총 800만 평 규모의 새로운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영일만대교와 해상신도시 건설은 포항의 지도를 확 바꿔놓을 큰 사업이다.

우선 영일만을 가로질러 흥해읍 성곡리와 동해면 석리를 잇는 총 연장 17km의 영일만대교는 외곽순환도로망과 연계돼 포항시 도로교통 체계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일만 안에 건설되는 230만 평방미터 규모의 해상신도시는 국제업무시설, 쇼핑센터, 국제학술연구단지, 복합문화시설 등을 갖추고 글로벌 포항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1- 포항 동빈운하 조감도
2- 거리문학축제

■ 생태ㆍ환경ㆍ문화도시로 업그레이드


도시를 재디자인하는 이른바 ‘테라노바 포항 프로젝트’도 주목된다. 테라노바(Terra Nova)는 라틴어 Terra(땅)와 Nova(새로움)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새로운 땅’을 의미한다. 이는 동빈내항 복원 등 도시 내부를 새롭게 디자인함으로써 포항을 ‘새로운 기회의 도시’로 만들어간다는 전략이다.

테라노바 프로젝트는 이미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 포항시 중심가였던 중앙상가 지역에 실개천을 꾸며 새 단장하는 사업은 올해 도시의 날 기념행사에서 ‘2008 도시대상 국토해양부장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3회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는 대상을 차지하는 개가를 올렸다. 확 달라진 중앙상가 일대는 이제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쉼터로, 또한 각종 공연과 축제가 함께 하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동빈내항에 물길을 뚫는 동빈운하 건설 사업은 ‘환경도시 포항’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포항제철 건립 당시 형산강 유로 변경과 하천 차단으로 정체수역으로 변모한 동빈내항은 지난 수십 년간 오염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원성을 받아왔다.

하지만 2010년 동빈운하가 완공되면 포항의 또 다른 명소로 환골탈태하게 된다. 도심 한가운데를 유유히 관통하는 운하 주변에는 호텔, 콘도 등 휴양시설과 문화체험 테마파크, 워터파크 등 유희시설을 함께 갖춘 수변유원지가 마련돼 많은 시민과 관광객을 끌어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껏 포항의 애물단지였던 곳이 앞으로는 도심 활성화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효자로 거듭나는 셈이다.

■ 문화예술 공간 및 행사 다채롭게 운영

수많은 시민들이 의탁해 살아가는 산업도시이지만 변변한 문화예술공간이 없었던 포항에 최초의 미술관이 내년 3월께 문을 연다. 북부해수욕장 해안도로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환호해맞이공원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건립 중인 포항미술관이 그것이다.

환호해맞이공원은 포항 앞바다와 포항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만큼 아주 전망이 좋은 곳이다. 이곳이 내년부터는 ‘문화예술도시 포항’의 앞날을 그려가는 캔버스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야경이 빼어난 북부해수욕장은 바다 속에서 솟구치는 분수가 장관을 이룬다. 수중에 설치된 3개의 모터가 600마력의 힘으로 120m 높이까지 뿜어내는 거대한 물줄기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북부해수욕장에서는 매년 여름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열려 낭만을 더해준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이 지역주민을 위해 개최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는 산업도시 포항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는 핵심 프로그램의 하나다. 포항시향은 상임지휘자 취임 이후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회를 마련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포항의 미래를 밝혀줄 씨앗을 뿌리는 ‘책 읽는 도시 만들기’ 사업도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포항시는 시민 누구나 도서관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2010년까지 20개소의 작은 도서관을 순차적으로 건립해 나가는 중이다.

지난 5월 죽장면 ‘죽장 선바위 작은 도서관’과 흥해읍 ‘흥해 이팝 작은 도서관’이 처음 시민들에게 선을 보였다. 작은 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이 자원봉사단을 꾸려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지금 포항은 대대적인 전환기에 들어서 있다. 도시의 외관은 물론 정체성,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변화의 실험이다. 목표는 ‘꿈과 희망의 도시, 글로벌 포항’이다. 포항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