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점프' 성공·국악 등 외국인 입맛에 맞춘 방식 시도 필요

미국과의 비자면제협정(V.W.P.) 시행 한달, 장기적으로 관광 역조가 예견되면서 우리 문화콘텐츠의 형식의 변화와 콘텐츠 발굴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의 국회 국정감사 질의에 대한 한국관광공사의 답변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미 여행수지 적자는 3배 이상 증가해 2007년 4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 적용 3년 후에는 적자폭이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우리 콘텐츠'를 '그들의 그릇'에 담아야

가장 우리다운 것으로 승부했던 문화콘텐츠의 내용을 수요자의 구미에 맞춰 선보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 방문 한국인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 늘어날 수 있는 데 반해 그들의 구미에 맞춘 문화상품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 고유의 콘텐츠를 미국인이 친숙한 형식에 담아 소개하는 것이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난타>나 <점프>는 고유의 공연 콘텐츠를 외국인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문화 형식인 뮤지컬의 진행방식을 차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다.

국악 등 우리 문화 콘텐츠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지배적인 미국문화 양식과 결합한 공연 방식을 시도해 봄직하다. 대중음악에서 서정적인 전통형식보다 랩을 비롯한 미국적 양식을 결합한 콘텐츠가 성공을 거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준영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부 교수는 “문화는 다양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독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세계적으로 미국양식과 문화가 대세인 마당에 완전히 고유한 형태는 우리 자신에게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 먼저 우리에게 인정 받은 것 소개해야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재발견’ 역시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람 외에는 선호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던 막걸리가 최근에 일본인에게 인기를 얻는 경향은 ‘역발상’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막걸리가 ‘웰빙 식품’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와인잔을 사용해 고급주류로 판매하는 상점이 늘고 있다.

4~5년 전만해도 재래시장을 활용한 체험형 문화상품 개발 시도는 핀잔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두바이와 같은 도심형 국가에서 사는 외국인에게 우리의 시장, 골목문화는 그 자체로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태희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문화콘텐츠를 비롯한 공연물의 경우 역시 외국인 기준으로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스스로 만족감에 빠진 순수예술공연만 고집하기보다 대중에 어필하는 방식을 찾아야 세계적인 경쟁력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