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아홉 기둥''워터게이트 사건'특종보도 기자 연방대법원 판결 과정 파헤쳐밥 우드워드·스콧 암스트롱 지음안경환 옮김/ 라이프맵 펴냄/ 46,000원

이 책의 저자 밥 우드워드는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이름을 떨친 기자다. 그의 세기적 특종 보도는 닉슨 대통령의 사임 유도했고, 오늘날까지 탐사 보도의 전설로 남았다.

34년째 ‘워싱턴포스트’에 재직 중인 그는 그 동안 12권의 밀리언셀러를 펴냈는데 ‘지혜의 아홉 기둥’은 그 중 한 권이다. 공동저자 스콧 암스트롱 역시 인포메이션 트러스트의 사장으로 한때 워싱턴포스트 기자로 일한 적이 있다.

저자는 워터게이트를 비롯한 일련의 취재 현장에서 보여준 노련함으로 미국 헌법 판결의 과정을 파헤친다. 취재의 대상은 연방대법원이다.

이 책이 기록한 1967년부터 1976년까지 10년의 세월은 200년 미국 법조사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꼽힌다. 전 세계 사법사를 통틀어 가장 진보적인 사법적극주의의 금자탑을 세웠다고 평가받는 워렌 법원(1953~1969)이 퇴진하고 버거(1969~1987)와 렌퀴스트(1987~2006) 두 원장의 주도 아래 새로운 시대 조류를 반영하는 과도기였다.

이 책은 당시 대법원이 내린 중요한 판결을 중심으로 각 판사들의 표결, 각종 초안과 의견서의 작성 과정과 중심 논지를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의 판결에는 총 7단계를 거치게 된다. 우선 상고 심사를 통해 일 년 동안 대법원에 제출된 5,000여 건의 사건 중 200여개의 사건을 채택한다.

이후 쌍방이 문서와 구두로 변론할 기일을 지정하고 비공개로 예비 심사를 행하고 개략적인 토의와 잠정적 표결로 판결을 내린다.

9명의 판사 중 다수의견을 집필할 1인을 선정하고, 의견이 다른 판사는 반대의견이나 별도의 동조의견을 집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각 판사들이 다수 의견 또는 반대의견에 동참하고 최종 판결문을 공표한다. 연방 대법원의 이 7단계는 마지막 ‘공표’를 제외하고 모두 비밀에 부쳐졌다.

저자는 대략적인 대법원의 과정을 설명한 이후 69년부터 76년까지 판결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1969년의 분리교육 철폐판결로 미국 내 인종 차별문제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과거’가 됐다. 적어도 법률에 있어서는 말이다.

이밖에 1970년 베트남 전쟁에 관해 신문이 미 국방성의 기밀문서를 폭로한 사건을 무죄로 결정한 판결, 1973년 워터게이트 판결까지 종신을 보장받은 ‘지혜의 아홉 기둥’(미 연방대법원의 판사)은 매년 시대를 관통하는 법안으로 미국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

1972년 여성의 자율적 선택권을 근거로 낙태의 자유를 인정한 로 판사의 판결은 여전히 미국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만큼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책은 1977년 미국 출간 당시 수년 간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30 여년이 지난 이 책이 아직도 유용한 것은 저자가 주려했던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지금도 공공 도서관의 사랑을 받는 인기 도서이자 대법원사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