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土) 기운 강해 길흉화복 변덕 심하며 재앙 많을 것 일부 주장 반박

“나무(木)의 기운인 우리나라에 흙을 의미하는 토(土)가 들어오니 물 관리만 잘하면 올해는 전화위복의 해가 될 수 있다.”

‘축년은 토(土)의 기운이 강해 길흉화복의 변덕이 심하며 재앙이 많을 것’이라는 일부 역술인의 주장에 대해 명리학자인 김훈(59) 대불대 명리학 겸임교수가 지난달 2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펼친 반론이다.

김 교수는 명리학적으로 흙(土)의 기운이 강하다는 것은 반드시 나쁘지 않다고 해석했다. 흙(土)의 기운이 있다는 축(丑)년을 두고 그는 “한반도가 원래 품고 있는 나무(木)의 기운 밑에는 물의 기운에 해당하는 수(水)가 있어 흙이 들어오는 것을 잘 관리하면 오히려 나무가 자라는 좋은 해가 된다”며 “물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들어오는 흙과 물이 지나치게 섞여 흙탕물에 나무가 묻히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요약했다.

대운하 추진의 의심을 받는 4대강 유역 정비사업이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는 “나무에게 있어 자양분을 공급하는 흙은 재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하기 나름’이라는 것.

‘축년에 대기근을 비롯한 재앙이 많았다’는 것을 근거로 한 일부 역술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씨는 다시 역사를 근거로 반박했다. 40년 일제치하에서 우리민족의 목소리를 드높였던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 역시 축년이었기 때문이다.

■ "점(占), 네잎 클로버만 보려하지 말고 세잎 클로버도 봐라"

“널려진 행복인 세잎 클로버는 다 무시하고 네잎 클로버만 찾는 의식은 잘못됐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생시를 중심으로만 점치는 사주의 설명으로 모든 것을 예견할 수는 없다고 봤다.

타고난 사주팔자가 있더라도 오행이 어떤 구조를 품고 있느냐에 따라 운은 바뀌는데 개인이 타고난 큰 행운과 불행에만 관심을 두다보니 작은 행복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학파가 다르기 때문에 해석이 다른 것”이라면서도 “음양을 강조하는 주역에 비해, 오행의 이치도 중시해 인간과 더불어 있는 하늘, 땅, 자연 등 하늘의 기운을 함께 보는” 명리학적 해석의 유효함을 강조했다.

개인의 운명에 있어서도 태어난 생시로 개인의 미래를 예측하는 점의 한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타고난 사주가 있더라도 자라난 환경이나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운명은 엇갈릴 수 있다”며 “음양 뿐 아니라 오행이라는 큰 구조와 흐름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참사를 예로 들었다.

대구가스폭발 사건이나 삼풍백화점 참사의 경우, 피해자들이 모두 죽을 운명을 타고 나서가 아니라 큰 구조와 흐름에 의해 희생당했다는 면에서 보면 개인의 운명만을 따지는 사주에 지나치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12별자리와 10행성, 그리고 12개의 집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는 도표(오른)

■ '3 점(占)'의 '자기예언' 기능 주의해야

김 교수는 점의 ‘자기예언’ 기능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점은 하늘의 기운을 갖고 하는 것이지만, 너무 맹신하면 한번의 위기로 끝날 일이 평생을 좌우하는 불운이 될 수 있다”며 “죽을 운이라고 말해도 사주 전체에서 한 순간이라고 보면 단번의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이를 너무 크게 생각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한 유학생 사례로 점의 자기예언적 기능을 설명했다.

한 유학생이 배가 아프다고 해 어머니가 자신의 손바닥을 복사해 팩시밀리로 보내줬다. 유학생이 어머니의 손바닥 그림 종이를 배에 얹고 누워있자 ‘약손’으로 배를 문지른 것처럼 복통이 씻은 듯이 낳았다는 것이다. 점이 예측하는 불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대수롭지 않은 것이 되고, 크게 여기면 큰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점성술과 관련한 일반적인 인식 역시 잘못된 경우가 많다. ‘제 띠를 맞으면 운이 좋다’는 일반적인 생각 역시 이치를 따져보면 맞지 않을 수 있다. 김 교수는 “갑자을축이 한바퀴 돌아오는 게 회갑”이라며 “12년만에 자기 해가 돌아온다는 면에서 자기 띠가 있는 해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손금이나 관상 역시 맹신은 금물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손을 잃었거나 원래부터 손 없이 태어난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성형수술을 하면 운명도 바뀌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성형수술을 하면 자신감을 얻어 운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관상을 절대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점칠 수 있는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토정비결의 신비성에 대한 관심 역시 잘못된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벼슬을 지냈던 토정 이지함은 실질적으로 점만 본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라며 “서민들의 왕래가 많은 마포나루 인근에 토막을 지어놓고 서민들에게 사주를 봐주며 상담해주고, 위로했던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최근 케이블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점성술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 연초에는 점성술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 역시 부쩍 늘어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운세시장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해 영화산업과 맞먹는다”며 “그만큼 사회가 불안해 개인의 미래 역시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나”라며 씁쓸해했다.

◇ 김훈 교수는…

중앙대 문리대학 졸업.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명리철학 석사. 대불대 명리학 전공 겸임교수.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