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뉴욕시가 ‘1970년대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대공황을 방불케 하는 경기침체로 도시 기반이 흔들리는 균열 조짐이 나타나면서 뉴욕시가 가장 끔찍해 하는 70년대로 회귀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70년대의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도시였다.

시 재정은 파산상태에 몰렸고 사회안전망은 붕괴됐다. 이로 인해 범죄율은 치솟고, 도시 곳곳은 노숙자들로 넘쳐 났다. 이후 10년간 100만 명의 시민들이 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 뉴욕을 탈출했다. 뉴욕시의 인구가 감소세에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렸다.

지금 뉴욕은 당시와 흡사하다. 지난해 은행강도는 444건으로 그 전해(283건) 보다 무려 57% 늘었다.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맨해튼 록펠러센터 인근 지점은 최근 “은행에 들어올 때 선글라스와 두건, 모자를 벗어달라”는 안내판을 내걸었다. 시 경찰당국의 권고에 따른 범죄 예방책이다.

주택을 빼앗겨 시가 마련한 임시거처로 내몰리는 가족들도 늘고 있다. 지난 2년간 가장 큰 세원인 월가 금융기관들의 파산으로 360억달러의 세수(稅收)가 사라졌다. 월가 전체 일자리의 4분의 1이 결국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시가 걱정하는 더 큰 문제는 엄청나게 줄고 있는 세수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권 발행이 유일한 탈출구인데, 은행이나 헤지펀드, 보험사 등 가장 큰 고객이었던 금융기관들은 채권을 매입할 여력이 없다.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이 사라지면서 2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시 채권시장은 현재는 개인 중심의 소매시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자본력이 빈곤한 탓에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월가의 붕괴로 여기에 의존하던 법률회사, 소매점 등의 일자리 24만 3,000개가 내년 내로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