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이란 대단하다. 외모, 학력, 지위에 가려 사람의 인격과 본질을 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식물을 보는 눈도 그런 듯 하다.

대부분의 식물에 있어서 그 본질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을 꼽으라면 꽃이나 열매일 수 있겠으나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의 관심사를 통해 식물을 생각한다. 인삼은 뿌리를 떠올리지 꽃을 떠올리지 않는다. 단풍나무는 잎만 있는 나무처럼 생각한다. 참당귀도 마찬가지 이다.

중요한 약재이고 차를 마시기도 하여 참당귀를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참당귀를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이 땅에 피고 지는지에 관심을 두는 이는 드물다. 우리 숲에서 다른 식물들과 함께 자라며 그 신비한 자주빛 꽃을 피운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금새 그 매력에 마음을 빼앗기게 될 텐데도 말이다.

주머니 같은 자주색 포가 처지면서 작은 꽃들이 우산모양으로 퍼져 달리는 모습은 참 특별하게 아름다우며, 더욱이 운무라도 머물고 갈 깊은 산중에 피어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 신비로움을 증폭시키곤 한다. 무엇보다도 자연에 이렇게 깊이 있게 아름다운 보라색을 가지 풀이 또 있으랴 싶다.

이 즈음은 몸에 좋다는 당귀차를 떠올리는 시기이지만 참당귀는 산형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여름에 꽃이 핀다. 다 자라면 어린 아이 키만큼 자라고 그때 꽃이 핀다.

참당귀의 자주색 줄기며 꽃은 자연속에서도 다른 식물들은 흉내내기 어려운 빛깔이며 모양을 지녔고 잎은 한 두번 셋으로 자루가 달려 갈라지고 다시 몇 개로 갈라져 야성이 넘친다. 잎달린 부분의 줄기를 주머니처럼 싸고 있는 탁엽의 모습도 특징적이다.

참당귀라는 이름은 당귀(當歸)라는 약재이름을 따온 것인데 그중에서 가장 으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밖에 문귀(文歸), 건귀 등의 생약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당귀는 고랭지 약초로 재배를 한다.

이미 말했듯이 약으로 유명한데 특히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간기능보호, 기관지천식, 부인병 등 여러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자로 당귀(當歸)는 당연히 돌아온다.

나아가 젊음으로 되돌려 놓는다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며 특별히 앞의 증상이 아니더라도 혈(血)을 보호하는 대표적 약재로 쓰인다. 한약방에 가면 당귀냄새가 항시 배어 있으며 그 유명한 사물탕을 만드는 한 원료이기도 하다.

이러한 약용 이외에 당귀뿌리를 삶아 목욕을 하면 몸냄새가 없어지고 특별한 향기가 난다하여 몸을 정갈하게 하여 제를 올릴 때 쓴다하니 이로 이 증상으로 고민하는 이는 고려해 볼 만 하고, 뿌리나 순을 차로 다려 먹거나 혹은 술을 담구고, 뿌리를 말려 가루로 만들어 다식을 만들기도 했다.

어린 싹이 나물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줄기를 씹으며 향을 즐기기도 했다. 꽃은 물론이고 열매가 익고 씨가 떨어져도 오랫동안 줄기가 시들지 않아 꽃을 말려 장식하는 소재로도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 모두를 떠나서 참당귀가 무리지어 있는 모습을 보면, 신선이 된 듯 상쾌하다. 현란한 원색이 아니어도 더없이 화려하고 온몸이 특별한 향취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숲 속의 참당귀는 속세의 번잡스러움이 얼마나 하찮은지 알려준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