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 희곡과 함께 문학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이 평론이다. 평론은 다른 이의 작품을 읽는 독해력과 의미를 찾아내는 분석력, 이를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문장력이 함께 필요한데, 잘 쓴 평론은 '독서도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평론은 작가와 독자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문학계 지형도를 그린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 점에서 작금의 한국문학의 위기를 말하며 '비평의 부재'를 말하는 것은 틀린 지적이 아니다.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지난해 말 모든 언론이 일제히 열광한 젊은 비평가 신형철의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를 비롯해 얼마 전 유종호, 권영민, 김윤식 등 쟁쟁한 평론가들이 평론집과 에세이를 냈다. 한국문학의 희망을 이들 책에서 찾는다면 지나친 의미 부여일까?

권영민 서울대 교수가 쓴 <문학사와 문학비평>은 김소월, 김영랑, 한용운, 이상 등 근현대 작가와 작품을 통해 한국문학에 대한 통찰을 드러낸다. 이 책 서두에서 저자는 문학사 연구와 비평에 견해를 드러낸다.

저자는 책에서 "문학비평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 대상이 되는 문학 텍스트와 조화로운 짝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에만 비평은 문학의 전체적인 모습을 균형 잡아주고 그 가치의 영역을 확정해줄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런 비평작업에 문학사를 곁들인 것은 문학사 연구가 문학비평의 궁극적인 지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어령, 조오현, 오세영 등의 작품 분석과 함께 저자는 한국 근대문학사 연구방법론과 현대문학 비평 논리 등 학술적 성격의 설명문을 덧붙였다.

<내가 살아온 한국 현대문학사>는 비평계 거장,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가 쓴 평론집이다.

'때는 병자년(1936). 경남 진영에서 한 소년이 태어났소.'

저자 특유의 짧고 경쾌한 어법으로 시작하는 머리말에서 그는 자신의 삶과 젊은 시절의 고뇌, 학문의 길에 대해 털어 놓는다. 한국 근현대문학사와 근대문학의 특징, 김소운, 이청준 등 작가연구가 덧붙여진 이 책은 2006년 한국어문학회, 한국평론가협회 등 학술단체에 발표한 논문을 중심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일제강점기 태어나 근대를 체험한 자신의 경험을 밑천삼아 한국 근대문학의 확립과 발전에 대해 설명한다.

유종호 문학평론가가 지난 한 해 계간지 <현대문학>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엮은 <그 겨울 그리고 가을- 나의 1951년>도 최근 출간됐다. 2004년 출간된 <나의 해방전후>가 1941년부터 전쟁 발발 한해 전인 1949년의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면, 이번 에세이는 1951년 당시 17살이던 저자의 한국전쟁 경험을 담고 있다. 엄동설한에 떠나야 했던 피란기 체험을 시작으로 미군부대 노동사무소에서 문지기와 서기로 일한 뒤 다시 학교로 복귀하기까지, 저자는 암울했던 시대 풍경을 17세 소년의 눈으로 재현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