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자본주의 이해하기 새뮤얼 보울스 외 2인 지음/ 최정규 외 2인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2만 7000원가정(假定)의 태생적 한계 역사·정치·사회학 등 총체적 접근

경제학의 시작은 '가정(假定)'이다. 가정된 시장 아래 변수 X가 놓이고, 상황 Y가 도출되는 식이다. 소위 전문가로 불리는 경제학자 간의 설전은 이 가정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기관이 발표하는 '경제적 수치'도 일정한 시장 상황 아래 도출된 결과다. '가정된 상황'은 경제학이 가진 태생적 한계인 셈이다.

저자인 새뮤얼 보울스는 경제학 분야에서 새로운 접근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과도한 수학과 모형으로 추상화된 경제학 교육을 비판하며 인간과 사회, 역사 속에 뿌리를 둔 경제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특정 상황 아래 경제지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는 이 책을 출간하며 '자본주의 이해하기(Understanding Capitalism)'로 제목을 지었다. 그리고 서문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제목이) '경제학 이해하기'가 아니라는 데 주목하기 바란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경제학자들의 개념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체제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이론이 역사학, 정치학, 사회학을 비롯한 지식의 총체 아래 구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서두에서 저자는 "책은 '3차원적 접근'으로 구성됐다"고 밝힌다. 1부 '정치 경제학'에서는 경제학에 대한 3차원적 접근법에 대해 설명한다. 3가지 축은 바로 시장 경쟁과 집단 내 명령 체계, 자본주의 역사다. 저자는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야말로 경쟁, 명령, 변화(역사)의 세 차원이 응축되어 나타나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는 이 세 가지 차원에서 기업의 이윤 추구 분석하고, 소유주, 노동자, 정부, 고용주, 소비자 간 갈등의 원천을 살핀다.

2부 '미시경제학'에서는 기업과 시장에 대한 이론을, 3장 '거시경제학'에서는 경제 전체의 작동 과정을 다룬다. 일반 경제학에서 다루는 수요와 공급 법칙, 시장 경쟁,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인간 경제 행동의 심리적 기초, 기술 변화, 국가 간 경제 통합과 경제 격차 등 일반 경제학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도 세세하게 설명한다.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경제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전 지구적 불균등 발전과 실업의 원인이 자세하게 소개된다.

4부 '자본주의의 미래'에서는 현재의 경제 제도가 미래의 문제를 다루는 데 얼마나 적절한지에 관한 저자의 견해가 펼쳐진다.

다양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경제학은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많은 학문'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각 방법마다 장단점과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시도한 역사학과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등 총체적인 접근은 분명 인상적이다. 1차원적 사고에서 3차원적 사고로의 전환은 경제를 보는 눈을 트이게 한다. '생각하는 경제학'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