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신간] 뮤지컬 이야기 이수진·조용신 지음 / 도서출판 숲 펴냄 / 2만 8000원뮤지컬 초기 역사 새로운 흥행코드 주요 이슈 생생히 전달

영화시장이 위축되면서 문화상품의 차세대 맹주로 떠오른 것은 (놀랍게도) 뮤지컬이다. 장기적인 경기침체기의 문화생활 패턴이 빈도수는 낮아진 대신 보장된 명품 공연 쪽으로 옮겨가며 유명 뮤지컬에 관객이 몰리고 있는 것.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최근 몇 년간의 흐름만은 아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생경하게 느껴지던 90년대부터 뮤지컬 매니아들은 한국 창작 뮤지컬을 비롯해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런던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들을 찾아다니며 오늘날의 탄탄한 뮤지컬 관객층의 기반이 되었다.

'뮤지컬 이야기'를 펴낸 이수진·조용신 부부도 이런 초창기 뮤지컬 매니아 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 드라마와 음악을 공부하러 뉴욕에 갔던 두 사람은 뮤지컬 작곡가이자 작사가인 스티븐 손드하임의 중매로 만나 연애를 시작했고 결국 결혼에까지 골인했다.

이미 5년 전 함께 뮤지컬의 역사와 산업을 짚는 '뮤지컬 스토리'를 펴낸 이들은 5년간 더욱 규모가 커진 뮤지컬 시장의 현황을 반영해 개정증보판격인 이 책을 펴냈다.

그동안 각종 뮤지컬 동호회와 뮤지컬 관련 학과에서 스터디 교재로 쓰일 만큼 일목요연한 정리가 돋보였던 뮤지컬의 초기 역사는 이번 책에서도 여전한 매력을 발휘한다.

무성영화 시절부터 스크린과 무대를 함께 누벼왔던 뮤지컬과 그것이 낳은 스타들은 아직도 중장년층 팬들을 설레게 하는 영원한 판타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서두에서 저자는 뮤지컬에 대한 '환상'보다는 '실제' 세계를 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특히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은 '예술'로서 점잖게 보는 장르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브로드웨이의 태생적 환경을 말하며 그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닌, 오히려 관객을 황홀하게 만족시키는 공연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의 설명을 통해 듣는 오프 브로드웨이와 오프-오프 브로드웨이의 모습들은 다시금 다양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의 환경을 부럽게 한다.

'상업성과 작품성은 공존하기 어렵다'라는 암묵적인 인식이 있는 한국과 달리, '오프'라는 경계를 넘어서 상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이 많은 브로드웨이의 역사와 수준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개정판만의 새로운 매력은 마지막 16장에서 발견된다. 뮤지컬의 새로운 흥행 코드와 달라진 극장 환경, 뮤지컬 영화의 활성화 등 최근의 주요 이슈들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특히 최근 트렌드인 무비컬, 주크박스 뮤지컬, 가족 뮤지컬 등 관객을 이끌고 있는 공연 트렌드를 중심으로 세세하게 짚어지고 있다.

뉴욕에 머물며 홈페이지를 통해 리뷰를 하며 온라인에서도 유명한 뮤지컬 평론가로 활동해왔던 두 저자는 얼마 전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국내 뮤지컬계를 위해 그동안 쌓은 내공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난 10여 년에 걸쳐 미국과 영국의 뮤지컬을 이야기해왔던 이들 두 사람이 다시 5년 뒤에는 한국의 뮤지컬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기대된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