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비밀 국새 발견

고종이 대한제국 시기에 사용한 국새(國璽)인 '황제어새(皇帝御璽)'가 발견됐다. 국가를 잃을 위기에 처한 고종이 외국 황제들에게 외교적 지원을 호소하는 친서(親書)를 보낼 때 사용한 비밀 국새로, 조선 왕조 임금의 친서에 쓰인 국새의 실물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1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외 문화재 환수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재미동포로부터 국새를 구입했다"며 "국사편찬위원회 소장 자료에 사진으로만 전해지던 대한제국기 고종 황제의 국새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1901~1903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제어새는 1903~1906년 고종이 이탈리아, 러시아 황제 등에게 보낸 친서의 사진자료에서 그 모습이 확인된다. 대한제국 때의 다른 국새인 제고지보(制誥之寶), 대원수보(大元帥寶), 칙명지보(勅命之寶) 등 3과(顆)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지만, 이 국새들의 경우 도장이 찍힌 문서가 남아있지 않아 실제 사용 여부를 알 수 없다. 이들은 또한 외교 친서가 아닌 국내용 공문서를 위한 도장이다.

황제어새는 높이 4.8㎝, 무게 794g으로 거북형 손잡이와 비단실로 짠 끈이 달려있다. 성분분석 결과 국새의 몸체 부분은 금 41% 은 57%, 거북형 손잡이는 금 18% 은 81%의 비율이었다. 정사각형 인장면에는 '皇帝御璽'란 글자가 양각돼있다. '皇' 자의 경우 '白'에 해당하는 부분을 '自'로 새겼는데, 이는 같은 시기 국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다. 국새를 담은 외함은 분실됐고 황동 재질의 내함만 남아있는데, 내함은 인주를 넣는 하단부와 국새를 넣는 부분이 나뉘어진 2단 구조였다.

이 국새의 제작 기록은 어떤 문헌에도 남아있지 않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공문서가 아닌 친서에 사용된 점으로 미루어보아 비밀리에 제작해 고종 황제가 직접 소지하고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 국새에 대한 국보 지정 절차를 밟고, 일반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문자 속의 세상

문자는 휴대폰, 메일, 메신저 등에 비해 가장 폭 넓은 용도를 갖고 있으며 다양한 인간관계를 매개한다. 특히 세대에 따라 문자의 활용법은 크게 차이가 난다. 직장인에겐 업무용이지만 청소년에겐 교우용이다. 문자는 초를 다투는 속보부터 잊을 수 없는 감동까지 실어나르고 있다.

주부 박상미(39)씨는 하루를 문자로 시작하는 중1년 딸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버스정류장에서 몇 분에 만나"라는 문자를 띄우기 시작해 "내일 준비물 뭐니", "잘 자"까지 종일 문자를 주고받는다. 간혹 전화 한 통으로 끝날 일을 10여통의 문자를 날리며 낭비하는 것을 보면 박씨가 속이 터진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문자는 말보다 재미있는 대화다. 초6년 김모양은 공휴일이면 친한 친구들에게 "문자 할 사람 모여라"라는 문자를 보낸다. 오후 한나절을 이렇게 '문자질'로 보내는 것은 커피숍에서 죽치고 앉은 아줌마들의 수다와 다를 게 없다. 고1 김효정양은 "'ㅋㅋㅋ' '>.<' 같은 이모티콘이나 축약어가 있어 문자가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러니 연령대별 문자 사용량은 당연히 10대(월평균 837통·이하 KFT자료)와 20대(242통)이 압도적이다(30~50대는 40~70통, 60대는 20통 수준).

문자를 정보 전달이 아닌 수다로 여기는 청소년들은 그래서 친할수록 더 자주 문자를 주고받고, 존재감을 느끼고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문자를 쓴다.

반면 어른의 세상에선 말로 하기 싫어서 문자를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장인 김모씨는 "굳이 그 사람과 통화하기가 싫어서 문자를 보내는데 꼭 다시 전화하는 사람들 정말 짜증난다"고 말했다.

전모씨는 "말로는 감정이 섞여 더 꼬일 수 있기 때문에 문자로 정리된 생각만 보내는 게 나을 때가 있다"고 말한다. 개인사업을 하는 이모씨는 "전화는 적절한 음성과 톤, 꾸민 웃음, 예의를 갖춘 어투 등을 신경써야 하지만 문자는 그럴 필요가 없지않느냐"며 "문자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절감하는 매체"라고 말했다.

물론 그러다가 큰코를 다치기도 한다. 직장 상사나 중요한 거래 상대에게 문자는 일방적인 통고처럼 보여 언짢은 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녀의 머리 위에서 맴도는 열성 학부모에게 문자는 감시 수단에 가깝다. 아이가 학원 수업에 결석을 하지나 않는지, 성적표가 나왔는지, 무슨 내용의 수업을 받았는지 등을 문자로 확인시켜 주지 않는 학원은 관리가 소홀한 학원으로 여겨 외면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어린 학생들이 문자의 피해자이기만 하랴. 대학생 중에는 학기 중 문자메시지 이용량이 방학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는 이들이 많다. 수업 시간에 문자를 보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휴대폰을 수거당하는 중·고생도 학원에서는 책상 밑 손놀림이 바쁘다. 대학생 이영주(22)씨는 10대 시절 이런 '몰래 문자'를 "공부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리는 일탈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기성세대의 10대 시절을 떠올려보자. 선생님 몰래 쪽지를 건네가며 필담을 주고 받던 추억 하나쯤 있을 것이다. 오늘날 문자메시지는 '휴대폰으로 쓰는 필담'이리라.

신속성과 전달성이 보장되는 문자는 업무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점점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서류를 메일로 보낸 뒤 확인 문자를 보내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고, 중요 정보일수록 문자로 통한다.

졸업반인 대학 4년생들은 취업 특강이나 기업 채용 설명회 등을 문자로 공지받고 참가한다. 예전 학과사무실에 나붙었던 이런 공지 포스터는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는 이런 문자를 한 번에 50~2,500명에게 1년에 23만건을 발송한다.

취업이나 합격 통지 문자만큼 기쁘고 중요한 문자도 없다. 과거 전보의 기쁨이 이제 문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 중에는 '헤어지자'는 이별 통고도,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해고 통고도 있다. 이럴 때 문자는 잔인한 배신의 소통 수단이다.

신개념 카페가 뜬다

공정무역, 일자리 창출, 수익금 환원. 언뜻 들으면 시민단체나 정부 혹은 기업에서 들려 오는 말 같지만 그게 아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고 접할 수 있는 카페들에서 소리소문 없이 들려 오고 있는 말이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공간에서 벗어나 사회 안에서 의미를 찾는 새로운 개념의 카페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 공정무역팀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름다운 카페'는 작년 6월 문을 열었다. 원래 2006년부터 커피를 공정무역 상품의 주력으로 삼고 1년에 4번씩 분기마다 네팔과 페루 등지를 직접 방문 현장의 생산자들과 직거래를 통해 아라비카종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단순히 커피 재료를 파는데 그쳤지만 고객들의 요구로 직접 들여 온 커피를 내리는 카페를 열게 된 것이다.

매장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김무성 간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작년 시작 당시와 비교 8개월 사이에 카페의 월 매출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단풍시럽 커피' , '함박눈 커피' 등 직접 들여 온 재료를 이용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 내는 이 곳의 커피 한 잔 가격은 2000원~4000원 수준. 현재 '아름다운 카페'는 3월과 4월 서울 수유동과 충남 천안의 단국대 캠퍼스에 2,3호점을 열고 올해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10호점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YMCA에서 2004년부터 동티모르 지원 모금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공정무역 커피 판매는 작년 3월 남대문에 '카페 티모르' 1호점을 내면서 본격화 됐다.

원래 2006년부터 실시한 장기실업자,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일반인에게 확대하면서 작년 8월 이대점에 교육장을 만들어 이 곳에서 교육을 마친 사람들을 직접 직영점에 고용 현재 문을 연 3호점 까지 각 지점마다 3명씩 모두 9명의 바리스타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 카페의 대표이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YMCA 조여호 팀장은 "2012년까지 10호점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바리스타를 양성해서 새로 문을 여는 지점의 바리스타로 고용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역시 이 날 오후 5시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월곡사회복지관 2층. 15㎡ 남짓한 작은 카페에 백발이 희끗희끗한 두 명의 노인이 5개의 테이블을 메운 10여명의 손님들 사이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서울시 고령자 기업 지원 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월곡사회복지관에서 선발한 '실버 바리스타' 들이다. 모두 7명의 60대 이상 노인들이 6대1의 선발과정을 거쳐 뽑혀 실제 협력 매장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올해 1월 13일 문을 연 이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 곳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복지관의 이응호 복지사는 "시작한 지 이제 두 달이 갓 넘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며 "이런 종류의 카페가 확산된다며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충무로 수입사 환율에 운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신작 '걸어도 걸어도'는 4월 극장에 걸릴 예정이었으나 엔고 유탄을 맞으면서 6월로 개봉이 잠정적으로 미뤄졌다. 국내 수입사가 개봉과 함께 지급해야 할 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사들은 외화를 수입할 경우 대부분 개봉할 때 대금의 50%를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입 시점과 개봉 시점의 예상 손익분기점이 환율에 따라 춤을 춘다. 영화사들이 환율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개봉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은 당연. 영화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는 "대금이 다 지급됐다 해도 필름 프린트 값도 따로 지급해야 하는데 환율이 올라서 부담이 더욱 커졌다"며 "환율 상황을 봐가며 수입 영화들의 개봉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봉 시기를 늦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해외보다 개봉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불법 다운로드 피해도 덩달아 커지기 때문이다. 한 영화수입사 관계자는 "외화는 개봉 시기를 늦추면 불법 다운로드로 볼 사람은 다 보는 상황이 온다"며 "환차손이 아주 크지 않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개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고환율에 따른 외화 개봉 회피는 수치로도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외화는 총 56편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관객을 찾은 외화는 39편으로 17편이나 줄어들었다(영화진흥위원회 통계).

외화 개봉이 줄어들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영화도 있다.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와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그리고 8년 만에 재개봉한 '타인의 취향' 등은 대타가 없는 상황에서 장기 상영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충무로에서는 최근의 고환율 피해는 국내 수입사들의 제살깎아먹기 식 수입 경쟁이 빚은 결과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보통 다른 나라는 1년 후 개봉할 영화까지만 수입하는데 한국은 2년 정도 뒤까지 보고 수입을 결정한다"며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감독과 배우 이름만 보고 싹쓸이 식으로 수입 결정을 하니 위험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아직도 먼 관광한국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 3명 중 1명은 국내여행 중 불쾌한 경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국내 거주 외국인 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5.0%가 '한국여행 중 불쾌하거나 곤란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50%는 '그런 적이 거의 없다'고 했고, '전혀 없다'는 응답은 15.0%에 불과했다.

불쾌한 경험 이유로는 '언어소통'(26.6%)이 가장 많았고, 이어 '교통체증'(20.0%), '관광안내 및 표지판 부족(18.3%), '바가지 요금'(16.6%), '불친절한 서비스'(11.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나중에 다시 한국관광을 즐기겠느냐'는 질문에 68.0%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잘 모르겠다'가 26.2%, '다시는 찾고 싶지 않다'는 5.8%에 그쳤다.

우리나라가 내세워야 할 관광 콘텐츠로는 '역사와 전통문화'(47.6%)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지역축제 연계체험(18.4%), '자연환경'(15.5%), '휴전선 및 금강산 등 북한 상품'(6.8%), '영화 등 문화산업과 접목한 상품'(4.9%) 등의 순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환율 상승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관광수요를 흡수하려면 우리나라 고유의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다 친숙하고 편리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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