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작가] 조영일 문학평론가 '한국문학과 그 적들'
저자는 “한국문학을 문단문학의 범주에서 본다면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그의 비평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문단문학의 구조적 비판과 텍스트 비평이 함께 진행되어야 보다 건강한 비평문화가 성립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말하는 한국문학은 비문단문학과 인문학적 에세이, 사상서를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문학평론보다 출판평론에 가까운 형태로 보인다.
‘한국문학 비판 두 번째’ 책에서 그가 집중하는 것은 한국문학의 위기다.
그가 파악한 한국문학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문학과 국가’. 저자는 국내 작가들이 문학적 스펙트럼을 떠나 국가의 ‘공적 지원금’을 받는 것에 대해서 일치단결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는 국가와의 긴장 속에서 성장해온 문학의 근본정신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국가에 의해 포위된 문학’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그런 식으로 목숨을 연장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둘째는 최근 회자되는 한국문학 부활에 관한 논의다. 황석영, 공지영, 신경숙의 소설이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위기 담론’이 일소됐지만, 저자는 몇몇 소수 작가의 상업적 성공이 문학적 성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오히려 지나친 편중이 한국문학의 위기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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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황석영의 ‘개밥바라기 별’을 노년의 자아도취적인 넋두리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통속소설이라고 말한다.
셋째는 대가들의 비평이다. 지난 해 펴낸 ‘가라타니 고진과 한국문학’의 백낙청과 황석영 비판에 이어 이번 책에서는 유종호, 김우창, 도정일의 텍스트를 비판한다. 책은 이외에도 타블로의 ‘당신의 조각들’, 주이란의 ‘혀’등 문단 밖 문학에 대해서도 비평을 가한다.
이런 비평을 통해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파격적이다.
기존의 문학 구조에 편입되지 말고 문학의 틀을 완전히 뒤집으라는 것. 그는 ‘문학 정신’에 입각해 한국문학 공간의 틀을 뒤집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한국의 문학 청년이여, 단결하라!”
파격적인 구호는 저자의 활동 공간에서 비롯된다. 인터넷 공간에서 저자의 별명은 ‘소조’. 2001년부터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비평고원’에서 사용하는 아이디다. 조영일 씨는 비평문의 많은 부분을 이 공간을 통해 발표했다. 이 책 역시 이 공간에서 발표된 글이 상당수다. 대다수 예술 장르가 그러하지만, 문학 역시 발표되는 매체에 따라 문체와 구성방식, 메시지가 달라진다.
문학계 대가들에 대한 실명 비판과 도발적인 시선은 저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분명 인터넷에서 각광을 받았을 터다. 회원 수 8000명이 넘는 최대 문학 카페 ‘비평고원’은 이제 웬만한 문학 애호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문학 기자와 문학 평론가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문학 시장과 비평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원한다면 이 책을 시도해 보자. 저자의 시선이 문학계 보편적 견해가 아님을 명심한 채로.
"당파적 출판사와 상업주의의 연계 가장 큰 문제"
저자인 조영일 씨는 거칠지만, 시원한 독설로 문단보다 언론이, 그보다 네티즌이 좋아하는 문학평론가가 됐다. 신간에 대한 반응 역시 마찬가지. 그의 활동 기반인 '비평고원'에서는 출간 전부터 책 내용에 대한 논쟁이 치열했지만, 정작 비판의 중심인 문단의 반응은 조용하다. 한국 문학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