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구슬붕이

봄꽃들은 키가 작다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작은 것, 봄꽃들을 곱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히 고운 것을 고르라면 구슬붕이도 뽑힐 수 있을 것 같다.

작기로 치면 노루귀, 제비꽃과 같은 꽃들보다 훨씬 작고, 그리 작아도 곱기로 치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연보라빛 꽃송이들이 하늘을 향해 방긋방긋 피어나고, 이러저러 송이들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하도 귀엽고 사랑스러워 저절로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구슬붕이는 용담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용담이라고 하면 진보라빛 꽃송이에 늦가을까지 피는 것이 특징이지만 구슬붕이는 이른 봄에 꽃이 핀다. 키는 정말 작아서 한 손가락 두마디 정도 높이 자라 꽃이 핀다 크게는 손가락 길이정도도 자란다.

장의에 귀엽고 둥글지만 끝이 뽀족한 잎들이 포개어 지듯이 돌려나고, 줄기를 따라 달리는 잎들은 마주 달린다. 그리고 그 끝에 연란 보랏빛의 나팔을 닮은 꽃이 달린다. 재미난 특징은 5갈래로 갈라진 꽃잎 사이에 작은 꽃잎같은 부분이 있는데 이를 부화관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언뜻 보면 마치 꽃잎이 10갈래 크고 작게 갈라진 듯 보인다. 3월부터 꽃구경은 가능하고 여름이 다가오도록 비교적 오래도록 볼 수 있다.

그런데 숲에가 가만히 보면 구슬붕이를 닮았지만 조금씩 다르다는 생각을 주는 풀들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봄구슬붕이와 큰수술붕이다. 봄구슬붕이는 참 비슷한데 부화관에 작은 톱니가 나 있어서 구별한다. 큰구슬붕이는 말 그대로 크다.

(좌) 큰구슬붕이 (우) 구슬붕이

물론 커봐야 아주 작은 구술붕이의 2-3배쯤이긴 하니 역시 다른 꽃이는 풀들에 비해 작은 것은 여전하다. 결정적으로 땅위로 돌려붙어 자라는 뿌리잎이 없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이들 모두 봄을 만나러 둘이나 산으로 떠난 이들을 어디서나 반겨주는 대표적인 봄식물들이다. 다만 햇살을 필요로 하니 우거진 숲이 아니라 따사로운 봄볕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풀밭같은 곳을 봐야 만날 확률이 높다.

구슬붕이는 흔히 구슬봉이라고 부른다. 이름의 유래를 알 수 없으나 작은 곤봉같은 줄기에 꽃이 하나씩 달리는 것을 보와 구슬같이 고운 봉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 보았다.

용담에 축소판이라 하여 작은 용담이라는 뜻으로 소용담이라고도 한다. 그밖에 인엽용담(鱗葉龍膽), 암용담, 자화지정등의 이름이 있다.

하도 작은 식물이라 뭐 그리 특별하게 쓰임새가 있으랴 싶지만 식물체 전체를 약으로 쓴다. 한방에서는 석용담(石龍膽)이라는 생약명을 쓴다고 한다. 열을 내리고 독을 없에는 효과가 있어 장내에 생기는 여러 염증, 중기 결막염들에 처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꽃이 작으면서고 예뻐서 큰 정원에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는지만 축소판 자연이라고 할 수 있는 분경이나 분화를 을 만들거나 압화의 소재로 관심을 모은다.

다만 여러해살이 풀이니 매년 그 자리에서 또 날것을 기대할 수 없다. 대신 발아가 어렵지 않다. 작은 분에 키우는 이들은 꽃이 피고 있는 식물 아래 고운 모래나 이끼를 깔아두고 적절한 습기만 유지해 주면 이듬해 싹이 터서 새로운 꽃송이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구술붕이 보기만해도 봄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우리풀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