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음나무

음나무 순을 따며 봄날을 지낸다며 한 모임에서 연락이 왔다. 소식을 듣는 순간 그 쌉싸름한 맛과 향기를 떠올리니 벌써 입가엔 즐거운 미소가 떠오른다. 봄나물이 미각을 자극하는 계절이 곁에 다가온 것이다.

음나무의 어린 순은 개두릅이라고 하여 인기가 높다. 두릅나무 순이 향긋하고도 순하여 모두들 좋아하지만 산의 먹거리에 정통한 이들은 저마다 음나무 순이 최고라고들 한다. 처음 맛보면 다소 드는 쓴맛이 들지만 자꾸 자꾸 손이가고 생각나고 결국은 중독이 된 듯 또 찾게 된다.

음나무가 많이 이용되는 음식에 삼계탕이 있다. 좀 더 특별하게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든다는 특별비법의 특별하게 좋은 삼계탕이라고 하여 보면 손가락 길이 정도로 잘라진 가시무성한 음나무 가지가 들어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껍질이 해동피라고 하여 유명한 약재로 유명하게 이용 된지가 오래 되었고 신경통, 중풍, 요통같은 곳에 좋다는 기록이 있으니 뭐가 좋아도 좋긴 할 것이다.

문제는 너무 인기가 있어 생겨났다. 정말 맛있고, 정말 좋다면 주변에 많이 심어두고 과수원에 과일 따듯, 밭에서 상추잎을 뜯듯 그렇게 즐기면 좋을 것을 산에 자라는 나무의 잎을 모두 따 버려서 문제이다. 너그러운 자연은 적절히 떼어내면 더 많이 만들어 아낌없이 줄 터인데 새 순을 남겨두어야 잎을 펼쳐내고 광합성을 하여 앙분을 만들어 나무를 더 키우고 내년엔 더 많은 잎을 얻을 수 있을 터인데 모두 떼어내 나무를 고사의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더욱 기막힌 일은 깊은 산에서 크게 자란 음나무들은 아주 높은 곳에 잎이 달리는 나무를 아주 베어 잎을 따고 잔가지를 자르며 껍질을 벗겨더리는 잔인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욕심장이를 비웃지만 우리가 그와 전혀 다를바 없다.

음나무는 귀신을 쫓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예전에 집안의 문지방 위엔 음나무 가지를 달라 매달아 두었으며, 더러 집앞에 음나무를 심어 두기도 한다. 모두 다 나쁜 액운이 이 음나무를 보고 무서워 도망가라는 뜻이란다. 귀신은 왜 음나무 가지를 무서월 할까.

가시를 노려보다 되돌아 간다는 이야기도 있고, 도포자락을 휘날이고 다니는데 가시에 자꾸 걸려 성가셔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다. 말 그대로 이야기인데 어쨌는 가시달린 나뭇가지를 무서워하는 우리나라 귀신들이 왠지 정답게 느껴진다. 음나무를 길한 나무로 여겨 집 앞에 심기도 한다.

음나무는 엄나무라고도 한다. 둘 중 어느 이름이 맞는지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지방에서는 엄나무라고 많이 부르기이다. 지금은 표준말의 경우처럼 서울, 경기도에서 주로 부른 이름이어 음나무가 기준으로 되었다. 음나무인지 엄나무인지 그 유래를 따져보느라 이런저런 수고를 하였지만 이도 명백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가시가 엄(嚴)하게 생겨 엄나무가 되었다고도 하고 예전에 가지로 육각형의 노리개를 만들어 어린아이의 허리춤에 채워주면 병마를 물리칠수 있었다고 믿었는데 이 노리개를 “음”이라하여 음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꽃은 한 여름에 핀다. 녹색 기운이 도는 우유빛 작은 꽃들이 공처럼 모이고 다시 큰 꽃차례를 만둘어 풍성하여 단풍잎을 닮았으나 보다 넓고 잎도 개성이 넘친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