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박태기나무

요즈음 눈에 들어오는 꽃나무가 있다. 숲은 아니고 공원이나 마당있는 집, 꽃밭 한 켠에서 그 빛깔이 워낙 선명하고 독특한데다가 잎도 없이 다닥다닥 줄기 마다 붙은 꽃송이들이 만들어내는 모습 또한 개성이 넘쳐 궁금해지는 나무 바로 박태기이다. 하긴 이름도 특이하긴 하다.

그런데 이 나무는 자생하는 나무는 아니다. 고향이 중국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정원에 심기 시작하였다. 중학교에 갔을 때 각 반마다 지정된 화단이 있어 나무들을 심게 했는데 그때 난 주변에서 골라 사간 박태기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난다. 낯선 듯 하면서도 어느덧 추억의 나무인 것이다. 우리나무인 것이다.

박태기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작은키나무이다. 하지만 오래 키우면 교목성으로 자라기도 한다. 우선 봄이 오면 줄기 가득 꽃부터 피어난다. 손가락 한마디쯤 되는 길이의 꽃들이 자루도 없이 다닥다닥 달린다. 자세히 모면 한 무더기씩 뭉쳐서 달리는데 많으면 20개 이상의 꽃들이 우산살모양으로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꽃빛은 붉은 빛이 나는 자주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말로는 딱 꼬집어 표현하기 어려운, 어찌 보면 식용색소 같은 느낌을 주는 색이어서 자연이 품어 낼 수 있는 것은 정말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꽃이 질 즈음 잎이 나기 시작한다, 갈색이 도는 새잎이 나와 차츰 녹색이되어 잎을 펼쳐낸다. 잎은 심장모양으로 예쁘고 서로 어긋나서 달린다, 다소 단단한 질감으로 표면엔 분기가 다소 돌기도 한다. 잎맥도 밑부분에서 5개의 맥으로 갈라지며 발달한다. 잎모양도 특색있지만 보통 콩과식물들은 아까시나무처럼 복엽인 경우가 많은데 이 나무는 한 장씩 달리는 것도 차별화이다.

콩과 식물이니 열매는 당연히 꼬투리 모양이다. 길이는 손가락 길이정도. 한쪽엔 좁은 날개가 있고, 꽃처럼 열매도 다닥다닥 달린다.

요즈음 볼 수 있는 용도는 단연 관상용이다. 다만, 나무모양이나 꽃색 등이 너무 튀어 다만 다른 나무들과 서로 조화롭게 배식하기엔 무리가 많다. 한 그루씩 심거나 아예 이 나무들끼리 모여 생울타리처럼 키워도 좋다. 볕만 좋으면 척박한 곳에서도 추운곳에서도 잘 견기는 강건한 나무이다. 일단 뿌리만 자리를 잡고 영양만 좋으면 아주 잘 크다. 염료식물도 이용한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수피를 활용한다. 피를 맑게 하고 잘 돌게 하며, 열을 내리고, 통증을 완화하기도 한다. 부인병에 효과가 있다고도 기록되어 있다.

그나저나 어떻게 박태기나무라는 독특한 이름을 얻었을까? 학술적인 기록은 찾기 어렵지만 떠도는 이야기에 의하면 전라도 방언으로 밥알이라는 뜻을 가진 밥테기에서 박태기가 되었다고 한다. 줄기에 붙은 꽃송이들이 마치 밥알 같기도 하고, 쌀을 튀긴 모습 같아 밥튀기에서 되었다고도 한다.

누군가는 박태기의 꽃빛을 보고 “세상 천지에 이보다 더 황홀한 밥 색깔이 있을까.”하기도 하고, 돌아가신 어머니 무덤가에 이 나무 한그루 심어드리고 밥 실 컷 드시라고 했다니 이제 그만 유래로 인정해야 하는 걸 아닐까.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