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삿갓나물

봄과 여름을 넘나드는 날씨에 정신이 없는 것은 사람만이 아닐 것 같다. 풀들도 나무들도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무더위에 꽃이고 잎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쑥쑥 올려 보내었더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촉촉한 봄비 대신 차가운 비바람이 불어치기도 하고, 아까운 꽃잎이 후두둑 져버린다.

혹시 인연을 찾아 꽃가루받이도 하지 못하고 꽃송이들을 잃은 것은 아닌지 조바심도 났다가 그래도 산야를 긴장시키던 산불 걱정을 좀 덜은 것이 어딘가 싶기도 하고.

무채색의 숲이 갑자기 이런저런 봄 빛깔로 바뀌어 버렸다. 숲 속에서 만나는 풀들도 훨씬 다양해졌다. 그곳에서 삿갓나물도 만났다. 보통은 봄의 절정이 지나갈 즈음 피기 시작한데 벌써 꽃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숲엔 알고 보면 개성넘치는 식물들이 많고도 많지만 삿갓나물도 이름부터 생김까지 독특 그 자체이다.

삿갓나물은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한 뼘에서 두 뼘 높이 까지도 큰다. 줄기 끝에 둥글게 모여 말려있던 잎들이 펼쳐지면서 눈에 뜨이기 시작한다. 길이가 5-10cm정도되는 피침형의 잎들은 밑부분이 좁아져 즐기에 이어진다.

이 때까지의 모습은 때론 말나리의 꽃이 안 핀 모습과 혼동이 되기도 한다. 꽃은 돌려난 잎들 가운데서 꽃줄기와 함께 화살촉같이 뾰족한 초록색 꽃봉오리가 쑥 올라오고 이내 꽃이 핀다.

하지만 하늘을 향해 한 개씩 피어나는 꽃도 예사롭지 않다. 녹색이어서 꽃잎인지 꽃받침인지 말하기 어려운 그래서 외화피라고 부분은 잎이 4장 또는 5장 달리고 중간 중간에 선형의 뾰족한 누른빛이 도는 녹색의 내화피로 이루어져 있다.

대신 8-10개의 수술은 동그랗게 돌려나고 그 수술대 중간에 노란 꽃밥이 길쭉하고 넓적하게 달려 꽃의 화려함을 다소나마 대신하고 있다. 가운데에 진한 자주빛 갈색의 씨방과 그 위에 넷으로 갈라진 암술대를 만난다. 그래서 이를 보고 꽃이라고 알려주면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다.

보통 나물이라는 글자가 뒤에 붙으면 나물로 먹으라지만 삿갓나물은 예외이다. 독성이 있어 함부로 먹지 않는게 좋다. 민간에서 약으로 쓰려고 먹을 때에도 물에 오래도록 우려서 복용한다. 한반에서는 매우 중요한 약조로 취급한다.

주로 땅속줄기를 조휴라는 생약명으로 이용하는데 염증을 없애고 통증을 멈추는 기능을 하여 관련된 여러 증상에 처방한다. 특히 산에 흔히 자라는 식물이므로 뱀에 물렸을 때 이 잎을 찧어 해독을 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함앙성분이 있다고 하여 여러 종양에 이 식물을 재료로 하는 처방이 많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앞에서 말한 바한 것 처럼 독성을 뿌려낸 후 위장병이나 신경쇠약등에 쓰기도 한다지만 전문가의 처방없이는 금물이다. 특히 임산부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더러 이 풀을 정원용 소재로 쓰기도 하는데 화려한 느낌을 줄 수 없지만 반 그늘정도에 심어 꽃이 피니 독특한 조경소재가 될 수 있다. 특히 분경에서는 모양이 독특하여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마을을 공격한 이무기와 싸우다 일곱 명의 오빠가 죽자 혼자 남은 딸이 바늘로 만든 갑옷을 입고 오빠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무기는 그 바늘갑옷을 삼켜 끝내 죽게 되었고, 이무기자 죽은 자리에 이상한 풀이 자라낚는데 일곱 개의 잎과 한 송이 아름다운 꽃 속에 금빛 바늘 같은 수술이 돋아 있어서 마을 사람들은 일곱 형제와 그 여동생의 넋이 꽃이 되어 자라났으며 칠엽일지화(七葉一枝花)라고 불렀는데 그 꽃이 바로 오늘의 삿갓나물이라는 전설이 있다. 하도 삭박한 세상이어서 인지 이 허무맹랑한 전설이 더욱 정답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