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골담초

이리저리 둘러 보아도 나무마다 흰 꽃이 가득하다. 이팝나무의 흰 빛이 가장 풍성하지만, 이제 피기 시작한 백당나무, 불두화, 층층나무 모두 모두 흰 꽃이 아름답다. 봄꽃은 노란색이 많고 여름엔 흰 꽃이 많다는데 벌써 여름은 아닌지. 그래도 아직 정원의 한 켠에 자리 잡고 꿋꿋하게 노란 꽃들을 피워내는 나무가 있는 바로 골담초이다.

골담초는 이름에 “초”란 글자가 붙었으니 풀인듯 싶지만 나무이다. 옛 사람들에게 이 골담초를 보고 이것저것 따지기 전에 그저 풀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인데 큰키 나무는 아니어도 제법 가지가 튼실하고 무성한 이 나무가 그리 생각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아직은 그 분들의 생각을 헤아리기 어렵다.

골담초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작은키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선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산에서 자란다고 하는데 사실, 산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골담초를 만난 기억이 내겐 없다. 예로부터 약으로 썼던 식물이고 이즈음엔 마당이나 공원에 심어 가꾸기도 하니 물론 자주 만날 수 있는 나무이기는 하다.

아직, 덜 부지런하여 못 본 것인지, 자생한다는 분포정보에 문제점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나무나 풀 공부를 살아도 잘 안다고 생각되었던 골담초의 본질도 접근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많은 부족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것보다는 나은 상태라고 지금부터 잘 공부하는 것이 낫다며 스스로 위로를 삼아본다.

골담초는 크게는 2m까지 자란다고 하지만 보통은 허리 높이 쯤 큰다. 보기엔 줄기들이 사방으로 퍼져 싱그럽게 보이지만 뭉쳐서 나는 회갈색의 가시가 제법 단단하여 멋모르고 접근하다간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잎은 가운데 하나 양쪽에 2쌍씩 4장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져 있다. 짝수로 이루어진 잎들이 흔치 않으니 골담초 특징의 하나 일 수 있다. 잎자루와 줄기가 만나는 부분에 탁엽이 있고 그 일부가 가시로 변했다.

꽃은 사실 진작 피기 시작하였다. 지금 골담초를 보면 노란색의 꽃과 갈색이 도는 주홍빛 꽃들이 함께 섞여 있으며 때론 한 송이에 반씩 꽃빛이 섞여 있기도 한다, 노랗게 핀 꽃이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진하게 변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보통 지는 꽃잎이 가지는 그런 빛깔이 아니라 나름 곱고 매력적인 빛깔이어서 이 또한 골담초가 남다른 특징이 된다. 물론 꽃은 콩과 식물이 가지는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꽃송이가 좀 길고 나란히 줄지어 늘어지는 가지에 달려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말린 것을 골담근(骨擔根)이라 하여 긴히 쓰는 모양이다. 이름에서 짐작하였겠지만 관절염에 좋다고 하고 신체허약으로 인한 미열, 기침등 여러 증상에 쓴다고 알려져 있다. 잔뿌리는 길게 자라며 금작근(金雀根)이란 이름으로 약으로 쓴다고도 한다.

민간에서는 뿌리를 술에 담궈 신경통약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예전 시골 아이들은 아까시나무 꽃처럼 꽃잎을 따 먹으면 맛이 달작지근해서 즐겨 먹기도 했단다.

옛기록에 골담초를 '비래봉(飛來鳳)'이라고 부르는데,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 하늘을 날라다니는 봉황새가 찾아오는 모습을 닮았기 때문이란다. 꽃 한 두송이를 띄워 녹차에 띄워 마시며 봉황새를 상상하는 이 봄의 마지막 호사를 한번 경험해 보면 어떨까.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