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고] '19금 경제학'

‘19금 경제학’(조준현 지음, 인물과 사상사)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경제학자들끼리 즐겨하는 농담 한마디. 어느 경제학자가 직장을 구하기 위해 면접을 봤다. 면접관이 물었다.

“1 더하기 1은 얼만가요?”

그러자 이 경제학자는 먼저 출입문이 확실히 잠겼는지 확인하고 창문마다 커튼을 친 다음 면접관에게 다가가 그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얼마로 만들어 드릴까요?”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태도를 비꼬거나 자조한 말일 것이다. 이들은 보수를 참칭한 사익추구세력을 위해 복무(?)한다. 이런 속에서 장하준의 존재는 귀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학문적으로 훌륭한 학자들은 꽤 있다고는 하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주류 경제학자(?)들의 견해에 이의를 제기하는 그의 모습은 흡사 단기필마로 적진을 휘젓는 조자룡을 연상시킨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또는 몰라서 행하는 거짓말들이 얼마나 허구에 찬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 촘스키는 이 책에 대해 "오늘날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장하준의 경고는 오싹하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종주국 미국 조차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의 완화와 금융 규제에 착수하고 있다. 경제 위기로 인해 당선된 오바마는 ‘시장의 일탈에 대한 규제없이 번영은 없다’는 취임 연설을 했다. 반면 한국의 지배세력들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신자유주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나라가 망하자 우리가 소중화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이 세계적인 경제학자의 주장에 귀기울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우리 국방부는 그의 책에 ‘불온 문서’ 딱지를 선물했다. 물론 그로 인해 책은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다행히도 4월 6일 장하준 교수를 한나라당에서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일시적인 쇼가 아니길 바란다.

조준현은 ‘19금 경제학’에서 “나는 경제학은 수학보다는 심리학에 더 가깝고 심리학보다는 문학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이 문학과 가까운 이유는 경제학이 세상살이의 지혜를 준다면 문학은 세상살이의 마음을 주기 때문이요, 경제학이 심리학과 가까운 것은 모두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장하준이 숫자놀음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제학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내가 볼때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그것이 진짜 경제학이다.



지승호 / 전문 인터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