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청춘불패/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해냄 펴냄/ 1만 2800원

독특한 상상력과 기발한 언어유희! 작가 이외수를 소개하는 흔한 표현이다. “온갖 기행을 일삼으며”, “탁월한 베스트셀러를 발표했던” 그는 최근 몇 년 간 젊은 세대의 멘토로도 활동 중이다. 라디오 DJ(MBC ‘이외수의 언중유쾌’)를 비롯해 한 지상파 방송에서는 상담가도 자처한다(SBS ‘황금나침반’).

그가 ‘멘토로서’ 공들이는 작업 중 또 하나가 본업인 글쓰기다. 재작년 출간한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를 비롯해 ‘글쓰기의 공중 부양’, ‘하악하악’으로 이어지는 에세이는 젊은 세대에게 던지는 인생 선배, 문학 선배의 애정 어린 충고가 담겨 있다.

신간 ‘청춘불패’는 이 연장선에 있다. 제목부터 불끈! 힘을 솟게 만들지 않는가. 첫 장은 단 두 줄로 채워져 있다. “그대여,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오로지 그대 의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걸출한 입담의 작가는 인생살이를 격려하는 경험과 지혜를 소개한다.

‘내 아버지의 별명은 미친개였다로 시작되는 중편소설이 있었지. 쑥스럽지만 고백을 해야겠네. 그 소설은 나의 데뷔작이었고 내가 겪은 유년의 비극을 바탕으로 쓰여졌네. 나 역시 어린 시절에는 가정환경이 개떡 같았어.’(27쪽, ‘부모를 증오하는 그대에게’ 중에서)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은 방황하는 청춘들의 고민을 작가의 경험을 들려주며 격려한다. 16편의 에세이는 단문의 작가노트로 마무리 된다.

‘젊었을 때 내가 자신들과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고 비웃거나 힐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비행기에는 반드시 날개가 있어야 하고 자동차에는 반드시 바퀴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절대로 버리지 못하는 부류들이었다. 내가 그들에게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 법문을 들려주면 그들은 어김없이 ‘다리가 부러지고 싶으면 무슨 짓을 못 하겠냐’라는 식의 답변으로 응수했다. 그래서 그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장대 중간에 위태롭게 앉아 있다. 그것이 곧 인생이라고 생각하면서.’(80~81쪽, 작가 노트 4 전문)

말하자면 이 책은 ‘왕따로 고민하는 그대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그대에게’, ‘돈을 못 버는 그대에게’, ‘자살을 꿈꾸는 그대에게’ 등 온갖 희망 잃는 그대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다.

그가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단 한 가지. “화엄경에 의하면 우리가 한 나라에 같이 태어나는 인연도 일천 번의 천지개벽을 거쳐서야 얻어내는 인연”(78쪽)인데, 그 중에서 특별한 “책갈피를 스치는 인연에 근거”(121쪽)해서. 사는 재미를 잃은 독자라면, 단 두 시간으로 희망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비록 그대가 청춘이 아닐지라도.

불멸의 신성가족
김두식 지음/ 창비 펴냄/ 1만 3000원


‘헌법의 풍경’의 저자인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펴낸 대한민국 법조계 안내서. 김종철 변호사를 비롯해 판사, 검사, 브로커, 법원 공무원, 경찰, 기자 등 법원 안팎 인사 23명을 심층 면접했다.

법조계 변화된 모습과 사법 시스템, 그 시스템의 정점에서 서로를 밀어주는 판사, 검사, 변호사의 모습을 직설적이면서 풍자 넘치는 글로 담았다.

남자, 남자를 사랑하다
우춘춘 지음/ 이월영 옮김/ 학고재 펴냄/ 1만 4000원


중국 명나라 말기부터 청나라 말기까지 400 여년에 걸쳐 남성문인사회를 풍미했던 남색 풍조를 분석한 책. 남색의 연원과 전개과정, 양태, 그 보편화로 생긴 사회현상을 중국 문학 사료를 통해 설명한다.

저자는 남색이 세계 역사가 시작된 이래 존재해온 하나의 현상이지만, 중국의 명청시대처럼 사회적으로 유행하며 풍조가 된 사례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보노보 찬가
조국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1만 1000원


서울대 조국 교수가 펴낸 사회비평집. 저자는 한국은 정글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제목인 ‘보노보’는 평등한 문화를 유지하고 무리의 약자를 소외시키거나 구박하지 않는 영장류 동물의 이름이다.

저자는 보노보의 행동 양식이 정글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에 여러 의미를 던진다고 말하며 민주, 인권, 공정, 평등, 복지 등 진보의 가치를 보노보를 통해 우회적으로 강조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