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역대 최대 500만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달 23일부터 영결식이 거행된 29일까지 7일간, 고인에 대한 전 국민적인 추모열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봉하마을 장례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5시까지 전국 309개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의 수는 432만 명. 그러나 추모열기가 절정에 달한 29일 조문객과 노인정, 개별 종교시설 등 자발적으로 마련된 크고 작은 분향소까지 포함하면 조문객은 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갓난애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국민 10명 가운데 1명이 고인의 영정 앞에 하얀 국화를 바치며 애도를 한 셈이다.

이는 지난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을 애도하기 위해 명동성당을 찾은 추모객(40여만 명)이나 1979년 국장으로 치러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때의 추모객(200만 명) 보다 많은 것으로, 추모인파로는 역대 최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봉하마을은 7일간 100만 명의 추모객이 다녀갔다. 이는 김해시 인구(46만 명)의 2배, 경상남도 인구(305만 명)의 3분의 1에 달하는 숫자이다. 이로 인해 장례에 쓰인 물품의 양도 각종 진기록을 낳았다. 장례위원회측은 국화 20여만 송이를 준비했지만, 조문객이 예상외로 많아지자 1송이 당 평균 5번씩 재사용했다.

문상객들에게 제공되는 밥을 짓기 위해 쌀만 900가마니가 넘는 70톤이 소비됐고, 국밥에 들어간 콩나물만 18톤에 달했다. 소고기 국밥이 오후 1~2시면 동이나 빵 39만 개와 수박 5,000통이 긴급 공급되기도 했다. 뙤약볕 아래 서너 시간씩 길에 늘어선 문상객들을 위해 500ml짜리 생수만 100만개 이상 제공됐고, 조문객들 가슴에 다는 검은 리본 역시 103만개가 만들어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 극단적 선택 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한 심리적 배경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은 “도덕적 이미지가 실추된데다 ‘망신주기식’으로 진행된 수사를 더 이상 견디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또 자살 모방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평생 쌓은 도덕적 이미지가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다 깨지면서 심리적으로 크게 타격을 받은 것 같다”며 “이미지 실추로 자신의 존재 이유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자살로 내몰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서에서 전형적인 우울증 증세를 찾아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 자신과 주위 사람이 힘들다고 생각한 점, 삶과 죽음을 같은 것으로 봤다는 점,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한 점 등은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이라고 말했다.

자살 이유를 개인적 책임감에서 찾는 해석도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과 최준호 교수는 “일반적으로 유서에는 억울함이나 한스러운 감정이 잘 나타나지만 노 전 대통령 유서에는 그런 점이 없다”며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 아버지로서 책임감과 죄책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문화행사 취소ㆍ연기 잇달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문화계가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며 애도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국립중앙극장은 지난달 28~30일 공연하려던 국립무용단의 ‘코리아 판타지’와 ‘토요문화광장-퍼니밴드’를 취소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사랑방음악회’는 8월로 연기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지난달 26, 27일 하려던 ‘창신제’ 음악회를 6월 14일로 연기했다. 서울 경희궁에서 28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던 ‘2009 고궁 뮤지컬 대장금-시즌2’도 전 일정을 취소하고 노 전 대통령 영결식 후인 30, 31일 추가 공연하기로 했다.

서울시향은 지난달 27일 예술의전당 정기연주회에서 본 연주에 앞서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노 전 대통령을 위한 추모곡으로 연주하기로 했다.

서울 충무아트홀은 지난달 28일 예정이던 가수 하춘화씨의 ‘효 콘서트’를 6월로 연기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는 29~31일 울산에서 열려던 전국대표자대회를 연기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본 도쿄에 마련한 코리아센터 개원식은 지난달 26일에서 6월 18일로 연기됐다. 지난달 25~26일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지털도서관 개관 기념 행사는 기념식과 축하음악회를 취소하고 학술행사 위주로 변경됐다.

박찬욱의 ‘박쥐’ 칸 심사위원상 수상

박찬욱(47) 감독의 영화 ‘박쥐’가 프랑스 칸의 밤하늘을 날아올랐다.

박 감독의 ‘박쥐’는 지난달 24일 오후 7시(이하 현지시간) 열린 세계 최고의 영화 축제인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영국영화 ‘피쉬 탱크’(감독 안드레아 아놀드)와 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공동 수상했다. 심사위원상은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 감독상에 이어 4등상에 해당한다.

한국영화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본상 수상은 2002년 감독상(‘취화선’의 임권택), 2004년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 2007년 여우주연상(‘밀양’의 전도연)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박 감독은 국내 최초로 ‘올드보이’에 이어 칸영화제에서 본상을 두 번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박 감독은 시상식에서 “창작의 즐거움이 영화를 만드는 동력인 것 같다”며 “영화를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 그 즐거움의 마지막 단계가 칸영화제”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국내 영화계는 ‘박쥐’의 칸영화제 수상이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청소년, 동아시아의 새로운 문화주체로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는 주로 경제적 관점에서 다뤄져 온 ‘동아시아 문화’ 담론을 사회ㆍ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학술대회 ‘동아시아에서의 문화생산: 떠오르는 문화주체들’을 지난달 29일 개최했다.

박자영 협성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출판의 주변부 장르에서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한ㆍ중 청소년문학을 주목한다. 그는 2000년대 한국 문학의 특징을 “대학 시절의 ‘묵음화’와 ‘백수ㆍ칙릿 소설’의 범람”으로 규정한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은 더 이상 청춘 혹은 순수를 상징하는 특권적 장소가 아니다. 20대가 쓰는 문학은 백수 아니면 명품을 구매하는 사무직 여성으로 가득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들이 ‘찌질함’과 ‘럭셔리함’이라는 양 극단을 오가며 생활을 발견”하는 현실을 “경쟁 아니면 낙오의 현실을 반영하는 판타지”라고 분석했다.

야마시다 영애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한류 드라마의 인기를 가부장 문화의 재생산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그는 드라마 ‘겨울연가’ 에서 준상(배용준)이라는 캐릭터가 사생아로 등장하는데, 준상의 어머니는 아들을 뺏길 수 있다는 이유로 생부의 존재를 감춘 것에 주목했다.

호칭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원래 연령에 따른 존칭법이 사용되지만, 일본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는 젠더에 따른 존칭의 변화를 거친다. 어머니가 ‘여성스러운 말’을 사용하고 아들이 반말투로 얘기한다든지, ‘열린 생각을 가진 남편’이 ‘관대한 주인’으로 번역되는 식이다.

야마시다 교수는 “대중매체에 대해서도 여성주의적 비평이 시급하다”며 “여성주의도 트랜스내셔널 네트워킹이 필요하며, 한류 붐을 그 가능성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치, 신종플루 효과 설득력 얻어

신종플루 확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이 즐겨먹는 김치가 신종플루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치의 AI바이러스 억제효과 실험을 수행했던 한국식품연구원 김영진 박사는 “백신은 특정 바이러스에만 효과가 있지만 김치는 특정 바이러스를 넘어 유사한 바이러스에도 반응한다”며 “김치를 먹는 한국인들이 사스(SARSㆍ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때처럼 신종플루에 강한 면역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외국인 학원 강사들의 무더기 감염 사태의 경우, 국내 강사들이 이들의 관리ㆍ교육을 담당하는 등 외국인 강사들과 접촉한 한국인이 많았지만 전체 15명 감염자 중 한국인은 1명 뿐이었다. 또 일본이 오사카(大阪)와 고베(神戶) 등 간사이 지방을 중심으로 감염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발병건수는 적은 편이다.

김 박사는 “잘 익은 김치를 평소보다 2배 이상 먹으면 신종플루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누아르전 수송에서 전시까지

전시 커미셔너 서순주씨의 지시에 따라 거대한 나무상자가 2층 전시실 가운데로 옮겨졌다. 강력한 다중 구조로 되어있는 이 상자는 미술품 전용 포장 박스인 크레이트(crate). 이동 및 기후 변화로 인한 작품의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해 작품에 따라 맞춤 제작되는데, 개당 가격이 수백만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이 드릴로 못을 제거한 뒤 크레이트를 열고, 특수 처리된 스티로폼 덮개 세 겹을 걷어내자 흰 중성 종이에 쌓인 작품의 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의 유화 ‘시골무도회’다.

조심스럽게 종이를 벗기고 바닥을 향해 있던 작품을 뒤집는 순간, 보는 이들의 입에서 “와”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발그레한 볼을 한 르누아르의 여인이 보내는 화사한 미소가 전시장 가득 번져나갔다. 다른 작업을 하던 이들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 ‘시골무도회’ 앞에 모여들었다.

감탄의 순간도 잠시, ‘시골무도회’를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의 미술품 복원사가 머리에 확대경을 쓰고 작품 확인에 들어갔다. 10여분 간의 확인 작업이 끝나고 복원사가 컨디션 리포트에 사인을 하자 작품은 마침내 전시될 위치로 옮겨졌다.

전시장 벽면 150㎝ 높이에 작품의 중심을 맞추고, 레이저를 쏘아 수평을 표시하는 등 작품 한 점을 거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서순주씨는 “전시 과정에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 작품 관리”라면서 “일단 안전하게 모든 작품들이 도착해서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중국, 강릉단오제 맞서 단오절 유네스코에 문화유산 신청

한국이 2005년 유네스코에 강릉단오제를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한 데 이어 중국도 유네스코에 단오절(端午節)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신청했다.

중국 장강일보(長江日報)는 단오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중국을 대표해 후베이(湖北)성이 단오절 풍습을 묶어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유네스코는 현재 1차 평가를 진행중이다.

후베이성 무형문화재보호센터 주린페이(周林飛) 부주임은 “신청한 무형문화유산의 명칭은 중국 단오절”이라며 “후베이성의 굴원(屈原) 고사에 관한 풍습을 비롯해 후난(湖南)성, 장쑤(江蘇)성 등 3개성 4개 지역 단오 풍습을 묶어 함께 신청했다”고 밝혔다.

2,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중국 단오절은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 정치가인 굴원이 지조를 지키고자 강물에 투신한 데서 비롯돼 용 모양의 배인 용주(龍舟)경기를 하고 창포나 갈대 잎에 싼 ‘쭝즈(子)’를 먹는 풍습이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 강릉단오제와 중국 단오절은 풍습과 유래 등이 다르지만 한국에서 먼저 등재됐다고 해도 문화유산으로 선정되는 데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중국에서는 “한국측이 강릉단오제 등재하면서 중국 문화를 침탈했다”는 여론이 있었다.

한편 중국 지린(吉林)성 정부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구려 유적 보호를 위한 조례 제정에 착수했다. 주선양 한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린성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고구려 왕성(王城) 및 왕릉, 귀족 분묘 보호관리조례 안을 심의했다.

중국 당국은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각종 보존ㆍ정비 작업을 벌여왔으나 법규 제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구려 유적은 지린성 지안(集安)시 일대 국내성과 환도산성, 광개토대왕릉을 비롯한 14기 왕릉, 26기 귀족 분묘 등으로 중국에서는 30번째로, 동북지방에서는 처음으로 2004년 7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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