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 나무] 암대극

세상은 다양하지만, 자연은 특별히 그 다양함과 무궁무진함에 끝없이 감탄하게 된다. 처음엔 한 번에 시선을 빼앗는 돋보이는 꽃들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지만 이 즈음엔 꽃으로 눈여겨 보지 않았으나 새록새록 신기하고 매력적인 모습에 더 깊은 애정을 느끼곤 한다.

암대극도 그중에 하나가 아닐까. 암대극은 그 모습이나, 그 이름이나 워낙 독특하기 이를 데 없는 참 특별한 식물이다. 꽃이라고 하여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원색의 화려한 꽃잎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도 어찌 우리를 그리 매료시킬 수 있는 건지.

암대극(관상적으로는 암대극이 훨씬 가치가 있으므로 이를 먼저 소개한다)은 대극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쪽의 해안에서 흔하지 않게 아니 드물게 자라며 만나지는 곳은 대게 바닷가 바위틈에서 몇 포기씩 무리지어 장관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다 자라면 무릎에서 허벅지 높이쯤까지 큰다. 길쭉한 잎은 손가락 길이 쯤되는데 맥이 끝부분까지 튀어나오며 잎이 약간 뒤로 젖혀진 듯 느껴진다. 게다가 잎이 달리는 모습은 정확히는 어긋나고 달리지만 줄기 전체를 비교적 간격을 좁혀 올라가며 달리므로 마치 줄기전체에 잎이 돌려나는 것처럼 느껴져서 특별하다. 그러다가 우산모양으로 둥글게 달리는 꽃차례 아랫부분에는 정말 꽃차례를 바치듯이 6장 정도의 잎이 돌려난다.

꽃은 더 이상하다. 꽃잎도 없는 아주 작은 꽃들이 있는데 수술만 있는 수꽃과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는 암꽃을 구분할 수 있고 워낙 작은 꽃이니 만큼 꽃잎을 보완하기 위한 마치 잎처럼 생긴 기관이 발달해 있는 것이 아주 중요한 특징의 하나이다. 꽃은 봄에 핀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아주 이른 봄, 너무 일러서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도 겨울이라고 느낄 때 피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열매는 삭과 있데 표면에 작은 돌기가 있어 마치 옴에 걸린 듯 두틀 거린다. 물론 대극과이니 만큼 줄기를 자르면 하얀 유액이 나온다.

북한에서는 바위버들옻이라고 한다. 옻나무처럼 식물체에서 유액이 나오기 때문이며 잎이 버드나무 잎을 닮았고 암대극은 특별히 바위틈에서 자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 아닐까싶다. 비슷한 식물을 통칭하는 속명 유포비아(Euphorbia)는 로마시대 주바이 그의 주치의인 유포비아를 위해 붙여준 이름이데 이 사람이 바로 이 대극속 식물을 약으로 이용한 사람이다.

이 종류 식물들은 뿌리를 종양, 급격한 통증 등에 처방한다고 하지만 독성이 있어 함부로 쓰는 것은 위험하다. 요즈음에는 관상자원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쪽 식물이지만 중부지방에서 월동이 되고 앞에서 말했듯이 화려한 꽃잎은 없어도 모습이 독특한 데다가 꽃이 피면 초록도 노랑도 아닌 아주 특별한 색을 내어서 화단에 한 무더기 심어 높으면 아주 품격있는 세련된 색깔을 가진 화단으로 꾸밀 수 있다. 게다가 꽃이 오래가는 것도 아주 좋은 장점의 하나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