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보세력 연구/남시욱 지음/청미디어 펴냄/3만5000원해방 후 현재까지 진보인사 2천여명의 발자취 시대별 추적

개인이나 사회, 국가에서 ‘이념’은 존재의 정체성이나 좌표, 미래를 규정짓는 잣대로 작용한다. 조선시대 사색당파 논쟁(또는 권력투쟁)이나 최근 우리 사회의 진보-보수 세력 간 양보없는 대결의 바탕에는 그러한 ‘이념’의 상충이 깔려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이건 이념은 존재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는 진보-보수의 날 선 대립은 이념다운 이념이 부재하거나 막무가내로 이념을 앞세워 본질을 훼손한 까닭이다.

한국 현대사는 ‘이념의 역사’라고 할 만큼 뿌리가 깊다. 해방 직후 좌우대립에서부터 현재 보수-진보 대결에 이르기까지 이념은 역사의 능선을 타고 무수하게 갈라져 생명력을 이어오거나 아예 사라진 것들도 있다.

그렇게 한국 현대사의 결을 이루며 국가의 좌표, 심지어 개인의 삶의 자취까지 스며든 이념의 가락들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연구서가 처음 나왔다. 원로 언론인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이 쓴 <한국 진보세력 연구>는 해방 후 현재까지 60여 년 동안 한국 진보세력이 걸어온 발자취를 시대별로 추적, 그들의 인맥과 사상, 이념, 그리고 활동상과 상호간 차이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였다.

책은 해방 직후부터 현재까지 활동해 온 유명, 무명의 진보인사 2천여 명을 기록, 진보인맥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이자 진보인사 인명사전이기도 하다.

저자는 해방 후의 진보세력을 한국 현대정치사의 분수령인 1987년의 민주화를 경계선으로 그 이전을 진보 구세대로, 그 후를 신세대로 나누었다. 이에따라 해방공간에서 활동한 박헌영, 여운형, 백남운과 이승만시대까지 활약한 조봉암 등은 진보파 구시대 1기로, 4.19 이후 신군부정권 시기까지의 사회민주주의세력 지도자들인 윤길중, 고정훈, 김철 등은 구세대 2기로 분류하였다.

이어 전민련과 민중당을 만든 핵심세력이자 초기 운동권인 이부영, 제정구, 이재오, 장기표, 김근태는 신세대 1기로, 현재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창당한 인사들, 그리고 386 운동권인사들을 신세대2기로 구분하였다. 저자는 특히 현재의 진보세력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을 위해 전체 지면(721p)의 약 3분의 2를 할애했다.

한국에서는 왜 서구 민주주의국가에서 국정운영의 한 축이 되고 있는 사회민주주의 내지 민주사회주의 세력이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따져 보기위해서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념적으로 수정주의와 종속이론의 영향을 받고 북한을 추종하는 급진좌파가 진보세력의 중심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책은 해방 후의 진보세력을 집중적으로 다루다보니 해방 이전의 진보세력은 다루지 못했다.

또한 보수적 시각에서 진보세력을 분석한 흔적이 눈에 띈다. 한국 현대사의 이즘과 세력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저자가 2005년에 발간한 <한국 보수세력 연구>를 병독하면 도움이 될 듯하다.

시대의 초상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윤정임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2만8000원


'사르트르가 만난 전환기의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시대정신의 표상으로 꼽은 동시대의 작가와 예술가들(르네상스 화가 틴토레토 제외)에 대해 비평한 글들을 묶은 책. 알베르트 카뮈를 비롯해 소설가 나탈리 사로트, 앙드레 지드, 12음기법을 전파한 음악가 르네 라이보비치, 지각의 현상학의 철학자 메를로퐁티, 조각가 자코메티 등이 폭넓게 다뤄졌다.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제임스 듀이 왓슨 지음/ 김명남 옮김/ 이레 펴냄/ 2만5000원


1962년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으로 노벨의학상을 받은 과학자의 인생철학을 담은 자서전이자 사회생활을 풀어나갈 열쇠를 담은 자기계발서. 과학계와 관련된 얘기지만 일반 조직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자신의 삶에서 건져올린 깨달음이 설득력이 있다. 재치 넘치는 필치로 학계의 '정치적 공정성'에 대한 집착을 웃어넘기고 동료와 후배를 위한 생생한 조언을 들려준다.

눈의 지혜
마가레테 브룬스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영림카디널 펴냄/ 1만7000원


인류 문화사에 존재하는 형상을 이해할 수 있게 우리의 시선을 열어주고 흥미진진한 탐사여행으로 이끈다. 인간은 언제나 형상의 명백한 기능과 숨겨진 기능 사이에서 형성된 긴장의 자장 속에 있으며 형상과 관련을 맺게 되는 경우, ‘눈이 지닌 지혜’가 우리에게 새로운 차원을 열어줄 수 있음을 알려준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