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바위취

여름이면 많은 정원에서 바위취가 눈에 뜨인다. 돌들을 쌓아 놓고 곱게 가꾼 정원의 한 켠에 빠짐없이 나타나는 식물이다. 여름이면 아주 특별한 꽃을 피워 눈에 들어오고 잎만 보아도 자연스럽고 좋다.

봄에는 연하게, 여름이 깊어지면 잎은 진해지고 줄무늬는 선명해지고. 그런 풍광을 보아온지 오래여서 그저 우리풀이려니 싶은 데, 사실 난 아직 절로 자라는 바위취를 보지 못하였다.

물론 산에는 아주 비슷한 바위떡풀은 아주 많이 있고 그밖에 바위취와 비슷하여 이름붙인 구실바위취, 흰바위취 같은 비슷비슷한 식물들은 더러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바위취는 좀 다르다. 일부 책들에는 남부지방의 산지나 낮은 습지에 자생한다고 하기도 했지만 내가 흔히 보아 온 그 많은 바위취들은 모두 누군가가 부러 심어 놓아 즐기고 있는 포기들이니 사실 난 이 식물이 자생식물이라고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고 재배식물에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곳곳에 심어 이제 지천으로 퍼지게 되었고 마음에 담고 있으니 크게 보아 우리풀이라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바위취는 잎이 무더기져 자란다. 땅속줄기에서 잎이 뭉쳐 올라와서 그렇다. 잎은 둥글지만 콩팥모양으로 약간 이그러진듯 하다, 길이나 너비가 손가락 길이쯤 되려나. 녹색바탕의 잎에는 흰빛이 도는 줄무늬가 발달하여 그 자체로도 보기에 좋다.

꽃은 늦은 봄부터 피기 시작하여 지금 한창이다. 손톱만한 꽃들을 그냥 스쳐가면 잘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면 5장의 ?잎이 아주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배열한다. 위에 3장의 꽃잎은 분홍빛의 무늬가 있고 아래 2장의 잎은 마치 수염처럼 길게 쭉 빠져 있다.

언뜻 보아서는 꽃잎이 큰 대(大)자를 만들고 있는 듯 느껴진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꽃잎의 무늬나 수술과 암술달린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다,

바위취가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당연히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정원에 심는 것은 물론이고 분에 담아 키우기도 한다. 바위틈에 심기도 하지만 지면을 덮어 자라는 식물로도 좋다, 잎의 색깔에 변이를 만들어 품종화된 것도 여럿 있다. 예전에는 남부지방에서만 키운다고 하였지만 이젠 중부지방에도 겨울을 나는데 그리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기록에 의하면 약용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여러 증상이 나와 있지만 특히 기침이나 천식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중이염같은 염증, 독충에 물렸을 때, 화상을 입었을 때 생즙을 이용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즐거운 일은 무성하게 오는 신선하고 연한 잎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인데 쌈을 싸먹어도 되고, 튀김가루 입혀 튀김을 해도 맛인 특색있다고 한다. 살짝데쳐 무치거나 볶아도,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 먹어도 모두 모두 가능한 식용식물이라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기록들을 보면 화장품의 성분이나 기타 약성연구들도 이루어진다. 항산화성분등이 알려져 있다.

한자로는 호이초(虎耳草)라고 한다. 이 식물이 속한 집안이 범의귀과인데 따지고 보면 같은 말이다. 호랑이의 귀처럼 잎에 털이 보송하여 그리 붙었다는데 잎에 줄무늬고 그 이름에 한 몫하지 않았다, 싶다. 이 바위퀴가 궁금하거든 식물심어 놓은 곳에 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여운 큰 대(大)자를 찾으면 된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