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상.하)'팍스 로마나' 그리워하며 로마 멸망 후 1000년 역사 서술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펴냄/ 1만 5500원(상) 1만 6500원(하)

이 책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그 이름만으로도 수백만의 독자를 몰고 다닌다. 일본 가쿠슈 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뒤 이탈리아로 건너가 독학으로 서양문명의 모태인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의 역사 현장을 취재한 작가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로마사에 천착해 왔다.

일반에게 친숙한 <로마인 이야기>에서 저자는 로마 제국의 발상부터 멸망까지를 냉철하게 설명했고, 이 책은 출판가와 평단 모두에서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도전적 역사해석’이란 평가를 받았다. 2006년 15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을 마무리한 그는 긴 ‘여름방학’에 들어간다고 선언했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저자는 다시 로마 멸망 이후의 서양을 조명한다.

신간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는 로마가 멸망한 뒤 주인이 사라진 지중해를 ‘접수’한 이슬람 세력에 관한 이야기다. 단 두 권의 책에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 천 년의 역사가 기술된다. 이슬람은 처음에는 해적으로, 나중에는 제국을 이뤄 지중해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취한다.

저자는 이슬람과 유럽의 격돌을 서술하며 ‘팍스 로마나(로마에 의한 평화)’에 대한 짙은 향수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평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팍스 로마나’ 시절에는 통치자가 적어도 자국민의 안전은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과 정치적 의지가 있었지만, 이 시기에는 벌써 그런 생각이 무너졌다고 판단한다.

“평화는 간절히 바라는 것만으로는 실현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누군가가 평화를 어지럽히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분명히 언명하고 실행해야만 비로소 평화가 현실화되는 법이다. 따라서 평화를 확립하는 것은 군사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였다.” (상권 66쪽)

평화의 상실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해적의 등장이다. 그것도 단순한 범죄 집단인 보통의 해적이 아니라, 이슬람 세력의 공인 또는 묵인 아래 움직였던 ‘공인된 해적’이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했다.

상권에서는 8~10세기에 걸쳐 주인 없는 바다에 쉴새 없이 불어 닥치는 사라센 해적의 유린상과 기독교 세계의 힘겨운 반격상이 그려진다. 저자는 이탈리아 4대 해양도시국가들의 활약과 십자군 원정에 대해 약술하고, 해적에 납치되어 북아프리카에서 노예 신세가 된 수많은 기독교도의 구출을 목표로 결성된 구출수도회와 구출기사단의 수교활동을 소개한다.

하권에서는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뒤 해적들을 앞세워 서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시도하는 오스만투르크 제국과 이에 맞서는 기독교 연합세력 간의 공반전이 그려진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펴낸 로마와 르네상스 관련 저작의 연장선에 있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콘스탄티노플 함락><르네상스 여인들><신의 대리인>등 일련의 저서가 나무에 해당한다면, 서양 역사 1천 년의 역사를 서술한 신간은 분명 숲에 해당한다.

서양사 천 년을 꿰뚫어 보는 저자의 통찰력을 감상해 보자.

우연성 헤게모니 보편성
주디스버틀러, 에르네스토 라클라우, 슬라보예 지젝 공저/ 도서출판 b펴냄/ 1만 8000원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세 명의 저자들의 철학, 정치 논쟁을 담았다. 부제인 ‘좌파에 대한 현재적 대화들’에서 알 수 있듯 논쟁은 오늘날의 정치적 지형에서 좌파 정치에 필요한 사유의 방향이 주를 이룬다. 각 저자들이 상대방에게 던지고 싶었던 질문들을 기초로 상대를 비판하고 그 비판에 대응하는 9편의 글을 담고 있다.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고미숙 지음/ 사계절 펴냄/ 12,000원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임꺽정 읽기’. <열하일기> 등 고전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계속해온 저자는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전체를 온몸으로 익히는 기끔이자 삶 자체, 즉 쿵푸(功夫)라고 역설해 왔다. 신간은 이런 관점의 연장선이다. 저자는 민중과 저항의 역사로 가득한 소설 <임꺽정>에서 오늘날 청년 실업문제와 비정규직의 해결책을 찾는다.

기담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레드박스 펴냄/ 1만 원


미스터리 작가 오타 다다시의 장편 연작 소설. 기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는 진짜 기담을 찾기 위해 상금을 걸고 신문광고를 하고 그 광고를 보고 찾아온 일곱 명의 의뢰인은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거울 속에 사는 소녀, 마술사의 예언, 사라진 물빛 망토 등 일곱 가지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