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꼬리진달래

함께 산을 올라도 꼭 특별한 식물을 먼저 알아보고, 먼저 찾아내는 사람이 있다. 함께 일하는 분 중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 식물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간에는 어느 정도 남보다 많이 먼저 알고픈 초록빛 욕심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 그 첫 번째 비결을 알았다. 부지런함이었다.

지난 주 경북의 산이 깊은 곳에서 워크숍이 있었고 늦은 밤까지 토론하다 아침에 부스스 일어난 내게 한 분이 식물을 내밀었는데 바로 꼬리진달래였다. 희귀식물에 넣을 수 있는 이 꼬리진달래를 산지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남들이 잠든 새벽에 산에 올라 한 바퀴 돌아본 것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의미 있는 풀이나 나무들을 먼저 만나는 것은 행운보다는 성실함에 있다는 사실을 꼬리진달래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꼬리진달래는 진달래과 진달래속에 속하는 작은키나무이다. 이 존재가 독특한 것은 집안이 그러하지만 진달래나 철쭉과는 달리 흰 꽃이 피고 항시 푸른 잎을 가진 상록성 나무라는 점이다. 하지만 다른 상활활엽수와는 달리 잎이 번들거리지도 두껍지도 않다.

게다가 꽃들은 하나 둘이 아닌 수많은 꽃들이 뭉쳐서 피어난다. 그래서 언뜻 보면 진달래와 무관한 듯 싶지만 꽃송이 하나하나를 들여다 보면 그 구조가 비슷함을 알 수 있다.

꼬리진달래란 이름은 진달래집안 식물이지만 모여서 다닥다닥 달린 꽃송이들이 전체적으로 꼬리처럼 생겼다는 뜻에서 붙었다. 사실 꼬리도 어떤 꼬리냐에 따라 달라지니 꽃들이 꼬리와 무관하다 해도 나로서는 달리 반박하기 어렵다. 이 이름 말고 참꽃나무겨우사리이라고도 한다.

진달래를 참꽃이라 하니 참꽃나무일 터이고 겨울에도 푸른 잎이 떨어지지 않아 겨울사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겨우사리이라고 하는 반기생식물하고는 전혀 무관한 식물이다.

잎은 어긋나지만 윗부분 달린 것은 모여 달린 듯도 보인다. 손가락 한두마디 정도의 타원형 잎을 가진다. 사실 상록성이라고는 하지만 잎 뒷면에 갈색 인편이 많아 누른 듯도 보이고 더욱이 좀 추운 곳에서는 다소 붉은 빛으로 물들듯 보이기도 한다.

꽃은 이미 지난달에 피기 시작하였고 7월에도 볼 수 있어 좋다. 꽃 수가 많다고 하였는데 대략 20송이 정도 달린다고 한다. 열매 역시 진달래속 식물이니 삭과이지만 워낙 작아 열매의 특징이 눈에 쉽게 들어오지는 않다.

우리나라에는 경북, 충북 그리고 강원도 일부 지역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옮겨 심으면 중부지방에서도 자란다. 서울보다 추운 수목원에서도 여러 그루가 잘 자라고 있다. 한방에서는 조산백(照山白)이라 하여 잎과 꽃을 쓰는데 여러 성분이 알려지고 여러 증상에 처방한다고 하지만 독성이 있으니 개별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

일반적으로 가래를 없애 주고 기관지염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관상적으로 가치가 있다. 진달래나 철쭉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꽃과 잎은 매우 기품있게 느껴진다. 단 더디 자라고 물빠짐이 잘 되는 땅에 심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즈음 이 땅 어딘가에서 이런 저런 식물들이 제각기 적절하게 살아갈 곳을 정하여 살며 꽃피고 지는 것은 생각할수록 대견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