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하늘타리

하늘타리, 하늘을 타고 올라가 피는 꽃이라는 뜻이니 참 멋진 이름이다. 하늘수박이라는 이름도 있다. 덜익은 이 식물의 열매를 보고 있으면 정말 하늘에 연두빛 수박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듯 싶다.

이 별명 역시 멋지다. 쥐참외라고도 한다. 영어이름은 Mongolian Snakegourd 즉 몽골지역의 뱀을 닮은 조롱박이라는 뜻이 된다. 나뭇가지를 기어 올라간 쥐나 혹은 뱀을 만났을 때처럼 그렇게 갑자기 보았기 때문일까.

하늘타리는 박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이다. 어긋나는 잎은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설탕단풍잎이 갈라지듯 그렇게 갈라져 있고, 잎과 마주하는 자리엔 덩굴손이 발달한다. 한여름에 피는 꽃이 정말 걸작인데 5갈래로 갈라진 연한 노란색의 꽃잎이 갈래갈래 갈라져 어느 것도 흉내낼 수 없는 화려하고 독특한 꽃을 펼쳐낸다.

사실 이렇게 멋진 꽃은 수꽃이고 이보다 작은 암꽃도 있다. 열매도 좋다. 사과만하지만 약간 길쭉하기도 한 둥근 열매는 오렌지빛으로 익는다. 이 대단한 열매를 스스로 달고 있기엔 힘에 부친 말라가는 여린 가지들은 이전 저런 울타리에 얽히거나 다른 나무에 기대어 있다.

그래서 열매는 더욱 두드러진다. 말라가는 가지 위에 눈에 보이진 않아도 땅속 덩이뿌리도 고구마처럼 큼직하다. 우리나라에선 중부 지방에서도 간혹 있긴 하지만 주로 남쪽에서 만나진다.

그런데 하늘타리려니 하고 생각했던 것을 자세히 보면 조금 덜 갈라진 잎을 가진 것들이 보인다. 포도나무 잎 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확신이 가지 않는다면 가을까지 기다려 열매까지 구경하고 나면 노란색으로 익는 차이점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들은 하늘타리의 변종으로 노랑하늘타리라고 부른다. 열매의 색깔을 따서 붙은 이름이다. 설명되어 있는 문헌은 보지 못했으나 꽃의 빛깔이 보다 연한, 거의 흰빛이 도는 노란색인 차이점이 느끼진다. 그래서 노랑하늘타리란 이름을 들었을 때, 열매 생각은 못하고 꽃 색만 생각하여 다소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함께 올린 사진은 노랑하늘타리이다. 쓰임새는 거의 구분 않고 사용한다.

꽃이나 열매 구경 삼아 심어 보아도 좋고, 약으로 쓰려고 부러 키우기도 했는데 양지바른 곳이 좋고, 비옥하면 훨씬 잘 자라며 기대고 올라갈 철망이나 지주목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저런 관상용 호박도 키우는데 꽃도 열매도 빠지지 않는 하늘타리는 제대로 한번 키워볼 만하다. 굵은 덩이뿌리는 전분으로 쓰였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먹을 것 없던 시절의 이야기인 듯하다.

하늘타리는 그냥 구경하기에도 좋지만 사실 매우 요긴한 약재로 알려져 있다. 열매는 괄루, 뿌리의 가루는 천화분(天花粉), 잎, 열매껍질, 종자를 각각 괄루경엽, 괄루피, 괄루자라고 부르며 쓴다. 매우 다양한 효과가 알려져 항암효과까지 이야길 하고 있으며 현대의학에서도 여러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가래와 기침이 있을 때 혹은 기관지염엔 씨앗이 늑막염에는 뿌리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뿌리는 여러 병증에 의해 생겨나는 갈증을 해소하는 데 좋다고 한다.

비 그치고 나면 파란 하늘이 드러날 것이다. 그 하늘을 배경 삼아 하늘타리는 꽃 피고 열매 익으며 가을을 맞이할 것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