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우리풀 우리나무] 뜰보리수

뜰보리수 붉은 열매가 아름답게 익기 시작한 지는 이미 한참을 지났는데. 갑작스레 오늘은 그 나무 열매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느끼지 못해도 자연의 저쪽 어딘가에선 이미 시작되었을 가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닌게 아니라 날씨는 더워도 하늘은 더없이 청명하며 입추도 이미 지나지 아니하였는가.

정원마다 주렁주렁 열매가 한창인 뜰보리수는 낙엽이지는 나무이다. 작은 관목도, 그렇다고 크게 자라는 교목도 아닌 어중간한 높이의 나무이다. 이름 그대로 보리수나무와 한 집안인데 뜰에서 볼 수 있다. 이름치고 참 곱다. 뜰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은 산에서 스스로 자라는 자생식물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원산지는 일본이다. 하지만, 오래전 마을 주변에서 만나던 보리수나무보다 이곳저곳 만날 수 있는 정원이 많아졌다.

보리수나무처럼 어린 가지엔 붉은 빛이 도는 갈색 비늘털로 덮여 있다. 잎은 어긋나고 긴 타형이다. 크기는 그냥 보리수나무보다 조금 커서 손가락 길이 정도 되고, 역시 보리수나무처럼 흰빛 또는 갈색 비늘털이 있는데 잎의 앞면 녹색이 진한 특색이 있다. 이 나무를 다른 말로 녹비늘보리수라고 하는데 이러한 전체적인 잎의 특성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봄에 피는 아주 연한 노란꽃은 잎 겨드랑이에서 1∼2개씩 달리는데 사실 이 꽃을 눈여겨 보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열매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보리수나무처럼 작고 동그랗지 안하고 긴타원형으로 길이가 1cm가 넘을 만큼 크고 통통하고 살이 많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 나무의 쓰임새는 정원수이다. 정원에 심기에 나무의 크기도 적절하고 잘 자라며 무엇보다도 일찌감치 달리는 열매는 보기도 좋고 오래오래 달려 큰 장점이 된다. 영어 이름이 Cherry Eleaegnus, 즉 서양의 버찌만큼 큼지막한, 보기 좋은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가지고 있 있다.

뜰보리수나무 열매는 먹을 수 있을까? 물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다소 떫은 맛이 있어서 즐겨 먹진 않는다. 우리 산야의 보리수나무가 달짝새콤하니 맛있어도 먹을 수 있는 살이 적어 아쉬운 것하고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약으로 쓴다. 목반하(木半夏)라는 생약명을 사용하는데 피를 잘 돌게 하고 특히 기관지 천식에 좋다는 소문이 많으며 허리가 아픈 사람들은 달려서 먹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항산화, 미백, 항념 효과가 있는 성분이 발견돼 화장품 특히 피부질환이나 염증이 있는 경우에 사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잘 익은 열매를 따서 잼을 만들면 고운 빛깔이 되고, 천식이 있는 사람들은 말려 가루를 만들어 두었다가 자주 물에 타서 마시기도 한다.

이 뜰보리수나무말고도 이제 가을이 오면 산사나무, 오미자나무, 으름, 머루 … 이런저런 나무들의 열매들이 익어갈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그득해진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