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팔레스타인 출신 남자 셋이 물탱크를 이용한 쿠위이트 밀입국 다뤄

얼마 전 소설가 S를 만났을 때, '심지어 소설가들도 카나파니를 안읽은 사람이 있더군요' 라며 '가산 카나파니 Ghassan kanafani' 얘길 꺼냈다. S의 말에 나도 그 '심지어'에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카나파니의 책 제목을 기억하려고 속으로 되뇌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원제 : Men in the sun and other Palestinian stories).

책에는 중편소설 '뜨거운 태양 아래서'를 비롯해서 여섯 편의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장기적인 전쟁과 침탈에 의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짓밟혀왔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다.

중편소설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팔레스타인 출신 남자 셋이 쿠웨이트에 밀입국하는 내용을 다룬다. 이들의 밀입국이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되리라는 것은 소설 도입부에 무겁고 답답한 분위기로 이미 암시되어 있다.

'그는 하늘을 노려보았다. 창백한 하늘엔 검정 새 한 마리가 홀로 높이 날아올라 원을 그리며 배회하고 있었다…… 깜깜한 영겁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은 허공 속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그의 머리 위에 펼쳐진 창백한 하늘엔, 여전히 홀로 원을 그리며 배회하는 새 한 마리가 까만 반점처럼 보였다.'(열림원, 2002, 10쪽)

세 남자는 뜨거운 한낮 경비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사막을 통과해 쿠웨이트로 들어가려 한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땡볕과 가슴속에 꽉 찬 악취가 사람을 죽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이들을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간 사막의 폭염을 카나파니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사막의 중천에 뜬 태양은 순백의 화염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돔이었고, 흩날리는 모래 먼지는 거의 눈을 멀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게 빛났다.…… 여기 사막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마치 거인이 펄펄 끓는 주전자와 불 채찍으로 머리를 마구 후려갈기는 것 같았다.' (같은 책, 79쪽)

입국수속이 늦어지면서 물탱크 두껑을 열어주기로 했던 약속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세 남자는 캄캄한 물탱크 안에서 죽어간다. 팔레스타인 남자들의 소박한 꿈이 뜨거운 태양아래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두 개의 대립된 이미지들이 떠다녔다. 자살폭탄테러나 9·11테러 같은 불편하고 극단적인 이미지와 '장미같은 아침', '쟈스민같은 아침', '꿀같은 아침'이라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아랍의 아침인사가 가져다주는 따뜻한 이미지.

언어가 문화의 반영이라고 할 때, 그토록 아름다운 인사말을 가진 사람들이 정반대의 이미지와 함께 내게 각인된 이유가 뭘까 궁금해졌다. 궁금증이 커질수록 내 머리 위의 태양은 더 뜨겁게 느껴졌고, 사막의 모래 알갱이들이 채워진 듯 입안이 서걱거렸고 곧이어 목구멍까지 껄끄러워졌다.



강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