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출판사 주관 문학상 자사 출신 문인에게 수상은 미미한 수준

서울 대형 서점에 위치한 문학상 수상집 모음 코너
바야흐로 '문학상의 계절'이다. 지난 20일 발표된 황순원문학상과 미당문학상을 시작으로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이 잇달아 발표, 시상된다.

이들 문학상 수상작가와 작품은 우리 문학의 현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란 점에서 출판계를 비롯해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관심사가 되어왔다. 비록 소설책이나 시집을 자주 읽지 않는 대중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1955년 현대문학상(당시 '현대문학신인상'에서 1980년 '현대문학상'으로 개정)이 신설된 후부터 줄곧 문학계에서는 각 문학상의 영향력과 비례해 심사과정의 공정성과 수상작의 수준, 상의 권위에 대해 논란이 일어왔다.

특히 90년대 이후, 문학계 스타시스템이 공고화되면서 문학상 수상자와 문학상을 주관한 출판사와의 관계가 꾸준히 문제제기 되기도 했다. 즉, 문학상을 주관한 출판사가 자사에서 배출한 문인을 우선적으로 수상자 물망에 올린 뒤, 수상자로 결정되면 이를 다시 출판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래서 분석했다. 언론사가 주관이 된 문학상과 출판사가 주관이 된 문학상, 두 군으로 분류해 자사 출신의 문인에게 수상의 영광을 주었는지. 문학상은 어떤 문화적, 상업적 '갱신'을 '성취'했는지.

11일 서울 인사동에서 심사위원들이 한국일보 문학상 심사를 하고 있다. 조영호 기자
뚜껑 열어보니

언론사가 주관하는 문학상은 크게 4개, 한국일보문학상과 동인문학상(조선일보), 황순원문학상(중앙일보), 미당문학상(중앙일보)이다. 1968에 시작한 한국일보 문학상과 1955년에 시작한 동인문학상은 1990년부터 2009년까지 20년간, 2001년 시작된 황순원문학상과 미당문학상은 1회부터 수상자 중 자사 출신의 문인이 있는지 분석했다. 즉, 최근 20년간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자 중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가 있는지 살피는 방식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일보문학상과 동인문학상 수상자 중 각각 한국일보신춘문예와 조선일보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문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3회 한국일보문학상(1990)을 수상한 김영현 작가는 1984년 창비신작소설집으로 데뷔했고, 이듬해 수상자인 하창수 작가는 198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25회 수상자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전경린(29회), 현기영(32회), 은희경(35회) 등 4명의 작가가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하성란(33회), 강영숙(39회) 작가는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조선일보사에서 시행하는 동인문학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1회(1990) 동인문학상을 탄 김향숙 작가를 비롯해 지난해(39회) 동인문학상 수상자인 조경란 작가까지 5명의 문인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또는 여성동아를 통해 등단했다. 24회(1993년) 수상자 송기원 작가(197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25회 수상자 박완서 작가(1970년 여성동아 여류장편소설공모), 38회(2007) 수상자 은희경 작가 등이다.

중앙일보에서 시행하는 황순원문학상의 경우 6회(2006) 수상자 구효서 작가가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 역시 중앙일보에서 시행하는 미당문학상은 5회(2005년) 수상자 문태준 시인이 1994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결탁관계? 글쎄?

출판사가 시행하는 문학상을 살펴보자. 출판사가 주최 또는 주관하는 문학상은 출판 마케팅 또는 문학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기제로 쓰인다는 지적이 줄곧 있어 왔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우려(?)했던 것과 같은 결탁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산문학상은 이산 김광섭 선생을 기려 유족과 운영위원회로부터 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 관리, 운용을 위탁받아 시행했던 문학상이다. 1989년부터 2007년까지 시행됐다.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시와 소설 두 분야로 나누어 심사하다가 1993년부터 장르 구분하지 않고 한 작품에만 시상했는데, 총 22명의 수상자 중 문학과 지성사를 통해 등단한 문인은 김광규 시인 단 한 명이다. 마지막 해인 2007년 (19회) 수상자인 김광규 시인은 1975년 <문학과 지성> 여름호에 '유무'등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출판사 문학사상사에서 시행하는 이상문학상은 1977년을 시작으로 국내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자리잡았다. 1990년(14회) 수상자 김원일 작가부터 올해(33회) 수상자 김연수 작가까지 20명의 작가 중 문학사상사를 통해 등단한 작가는 총 3명이다.

1992년(16회) 수상자 양귀자 작가(1978년 '이미 닫힌문'으로 신인상 수상), 1994년(18회) 최윤 서강대 불문과 교수(1978년 <문학사상>에 평론 당선, 1988년 <문학과 사회>에 소설 발표하며 등단), 1996년(20회) 수상한 윤대녕 작가(1990년 신인상 수상) 등이다.

출판사 창비가 주관하는 문학상은 만해문학상, 백석문학상, 신동엽 창작상 등인데, 각 상마다 결과가 다르다. 만해문학상은 1990년부터 지난 해까지 창비를 통해 등단한 작가가 수상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 백석문학상은 3회(2001년) 김영무 시인(1975년 <창작과 비평>에 '이육사론'발표), 9회(2007년) 김정환 시인(1980년 <창작과 비평>에 시 '마포 강변동네에서' 외 5편 발표) 등 2명이다.

신동엽 창작상은 본래 '신동엽 창작기금'이었지만 2004년 명칭을 변경했다. 이전 문학상의 이름처럼 젊은 문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간 창비 출신이 신동엽 창작상 또는 창작기금을 수령한 건 총 4번이다.

9회 (1991년) 김남주 시인(1974년 <창작과 비평>에 '진혼가' 발표하며 등단), 10회 (1992년) 김하기 작가(1989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살아있는 무덤' 발표하며 등단), 13회(1995년) 공선옥 작가(1991년 <창작과 비평>에 '씨앗불' 발표하며 등단), 15회(1997년) 유용주 시인(1991년 <창작과 비평>가을호에 '목수' 등 두 편의 시 발표하며 등단) 등이다.

마지막으로 현대문학상은 출판사 현대문학이 주관하는 가장 오래된 문학상이다. 시와 소설, 평론과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해 시상하지만, 이번 분석에는 시와 소설만 대상으로 했다. 1990년부터 올해까지 총 5명이 문예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20년간 2분야 총 40명의 수상자 가운데 5명이면 그리 많은 수가 아니다.

지난 해 시 부문을 수상한 마종기 시인(1959년 등단)을 비롯해 43회(1998년) 시 부문 수상자 천양희 시인(1965년), 41회(1996년) 시 부문 수상자 김초혜 시인(1964년 등단), 40회(1995년) 시부문 수상자 정현종 시인(1964년 등단), 35회(1990년) 소설부문 수상자 현길언 작가(1980년 등단) 등 5명이다.

물론 이런 분석이 표피적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문인들이 등단한 매체와 제일 먼저 관계를 맺지만, 이후 문학적 지향점이나 작품 활동에 따라 출판사와 문인의 관계는 얼마든지 관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4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이시영 시인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이 분석에서 빠졌지만, 그가 20년간 주간으로 일해 온 '창비'와의 관계는 이런 방식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표피적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문학상과 출판사의 '모종의 결탁 관계'는 그렇게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59% vs. 23%

최근 20년간의 결과로 '별 연계성 없음'이 밝혀졌지만, 출판사의 문학상이 처음부터 이런 경향을 보인 것은 아니다. 일례로 문학평론가 최강민은 비평집 <문학제국>에서 1955년 제정당시부터 1979년까지 '현대문학신인상'(오늘날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성골 문인(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문인)은 박재삼, 이수복, 박경리, 김양수, 구자운, 이범선, 정공채 등 41명으로 전체 5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이 시기 <현대문학> 이외 매체로 등단한 문인이 현대문학신인상을 수상한 것은 41%(29명)에 불과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당연하지만, 1950~60년대 등단할 수 있는 매체의 수가 적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강민 평론가는 같은 책에서 "지금은 다양한 매체에서 문인들이 배출되어 <현대문학>출신의 비율이 많이 축소되었지만, 1950~60년대만 해도 거의 반수에 가까운 문인들이 <현대문학>을 통해 문인의 자격증을 획득했다"(문학제국, 262쪽)고 말한다.

이후 1968년 <창작과 비평>, 1970년 <문학과 지성>(1988년 <문학과 사회>로 복간)이 발간되면서 문인으로 등단할 수 있는 매체가 늘어났고, <창작과 비평>에서는 기성 문인의 추천이 아니라 투고 방식의 등단 등 당시로서 파격적인 등단제도 시행했다. 1968년 한국일보 문학상, 1974년 만해문학상, 1977년 이상문학상 등이 신설되면서 문학상의 종류도 늘어났다.

1980년부터 2004년까지<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문인은 임성숙, 정창범, 김초해 등 총 18명 (23%)로 줄었다.(같은 책, 271쪽) 1999년 이후 11년 동안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문인은 지난 해 마종기 시인 한 명이다.

그렇다면 신인문학상은?

국내에서 개최하는 문학상은 대략 두 종류로 나뉜다. 앞서 분석한 것처럼 기성 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을 공적으로 승인하는 성격의 문학상과 신인 발굴 차원의 문학상이다.

신인공모 형식의 문학상에는 출판사 문학과 지성사가 공모하는 '문학과 지성사 신인문학상', 출판사 문학동네가 공모하는 '문학동네 작가상'과 '문학동네 소설상', '문학동네 신인상'. 출판사 '창비'가 공모하는 '창비장편소설상', '창비 신인문학상', 출판사 민음사가 공모하는 '오늘의 작가상'과 출판사 문학수첩이 공모하는 '문학수첩 작가상' 등이 있다.

그렇다면, 신인문학상의 경우는 어떨까?

이명원 문학평론가는 비평집 <파문>에서 "잡지(출판사)에서 주관하는 신인상은 신춘문예에 비하자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예비 문인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사실"이라는 말로 출판사와 수상 작가들의 관계를 설명한다.

'잡지의 <신인문학상>을 보면 해당 잡지 출신의 작가들에게 작품 발표의 기회를 비교적 관대하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신춘문예 출신이 '문단의 미아'로 전락하는 와중에도, 잡지 출신 문인들은 믿음직한 친정의 품속에서 안정적인 문학활동을 계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명원, <파문> 203쪽)

실제로 많은 출판사들이 '신인상' 또는 '작가상'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공모하고 수상 작가와 판권을 계약하거나 장편의 경우 곧바로 책으로 출간한다.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의 경우 수상 작가에게 해당 당선작 이외에도 추가로 판권을 미리 계약한다.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던 한 작가는 "수상작 출간 이외 앞으로 쓸 장편 1권과 단편집 1권을 함께 계약하는 것이 수상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민음사의 사례처럼 꼭 수상 조건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문학상을 받았던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는 것은 하나의 관행이 됐다.

1회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았던 김현영 소설가의 경우 첫 소설집 <냉장고> 이외에도 <독신>(2000), <까마귀가 쓴 글>(2003) 등 3권을 문학동네를 통해 냈고, 역시 1회 수상자였던 이현수 소설가도 <신기생뎐>(2005)과 <장미나무 식기장>(2009)을 문학동네를 통해 발간했다.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했던 한 작가는 "신인상을 받는다고 계약이 무조건 따라오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나의 경우 수상 후 거의 바로 첫 단편집을 계약했고, 장편 한 권과 추가로 낼 단편집을 다시 계약했다"고 말했다.

출판사 '문학과 지성사'가 주최하는 '문학과 지성사 신인문학상'의 경우 1회 수상자인 정이현 소설가의 경우 수상작을 표제작으로 낸 단편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2003) 이외에도 장편 <달콤한 나의 도시>,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2007)이 잇달아 문학과 지성사를 통해 출간됐다.

3회 수상자인 한유주 소설가의 <달로>(2006)와 <얼음의 책>(2009)도 역시 이 출판사를 통해 출간됐고, 하재연 시인(1회 시 부문 수상, 시집 <라디오 데이즈>(2006) 출간)과 최하연 시인(3회 시 부문 수상, 시집<피아노>(2007) 출간)도 역시 신인문학상 수상 후 시집을 출간했다.

공모전 형식의 문학상으로 등단한 한 작가는 "장편 공모의 경우 대부분 책 출간으로 이어지지만, 중단편이나 시의 경우 꼭 계약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등단한 출판사는 친정 같은 곳이니까, 출판사에서 자사를 통해 책을 내기를 원하고 신인인 작가들도 웬만하면 그렇게 하는 편"이라며 "최근에는 인터넷 연재 등 지면이 늘어나면서 작가보다 출판사가 계약에 더 적극적이다"고 덧붙였다.

출판사가 각자의 문학적 취향에 맞는 문인을 발굴하고, 책을 내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출판사 개성에 맞는 문학상은 우리 문학의 지변을 넓히고 다양한 작가를 양성할 수 있는 발판이 될 터다. 이 점에서 오히려 모든 출판사가 동일한 잣대로 문학을 평가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문학상이 출판사 마케팅의 일부로 이용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쉽게도 현재의 출판자본이 상업적 메커니즘의 일부로 문학상을 이용하는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기에 우리 문학시장은 자본에 너무 열악하다. 때문에 현재진행형인 문학상의 진정성은 시간이 지난 후 평가될 일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문학상은 묵은 장처럼 시간이 흘러야 권위를 발휘한다. 무엇보다, 작품과 작가가 말해주지 않겠는가.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